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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틸틸 Apr 15. 2018

도쿄 Epilouge

31Mar18 Sat


" 수목금토일월화수목금 "


돌아가는 날의 아침은 여전히 느긋하고 편안하다. 잠들기 전만 해도 새로운 곳에 가서 기대하는 풍경을 볼 수 있기를 이런 마음이었는데 아침이 밝으니 커피가 생각이 났다. 어제의 커피였고, 도쿄의 커피이자 나의 취향이 담긴 곳으로. 오늘의 커피에 가는 길, 짐을 잘 꾸려 카운터에 맡기고 돌아오는 시간을 확인받는다. 호스텔 근처에 벚꽃 공원이 있어 매일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한 즐거움이었다. 너무도 조용한 동네여서 처음이었던 이케부쿠로의 온도가 그리웠는데, 그래도 잘 지냈으니 리뷰를 남기지는 않지만 4.5/5점은 되는 곳이었다. 마지막 날의 벚꽃이라 괜히 애틋하다 싶지만 어제 열심히 마무리를 한 것 같아서 편안하게 담아본다.




에비수에 내려, 어제 지나쳤던 상점의 블라우스가 여전히 마음에 드는지도 확인하고 벚꽃 한정판 소라 모양의 빵을 사기 위한 줄도 지나니 Perch coffee 에 도착한다. 모닝커피는 더 저렴한데, 새로운 맛이 궁금해 그 범주에 들지 않는 커피를 주문했다. 오늘은 아니 어제부터 도쿄는 다시 쌀쌀한 봄이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하늘은 맑고 바람은 청량하다. 어떤 커피 인지도 묻지 않고, 선택했는데 안에 오렌지 즙이 들어가는 모양이다. 작은 저울 위에 오렌지청이 계량 중이었다. 이름에서 전혀 오렌지가 묻어나지 않는데 아니 지금 생각하니 어쩌면 무언가 가미되는 거라고 생각하며 주문을 했던 것 같다. 조금은 서늘한 도쿄에서 만나는, 딱 좋은 온기를 가진 바리스타에게 오늘의 커피를 받았다. 내가 마신 최고의 도쿄 커피였다고 말은 못 전하였지만, 다이칸야마로 걸으며 마신 오늘 역시 훌륭하다 훌륭해. 츠타야를 괜히 뿌듯하게 쳐다보고, 근처 빵집에서 고구마 만주 하나로 배를 채우고 이제는 알겠다 싶은 거리를 걷는다. 일부러 온 건 아닌데, 괜히 지나치면 안 될 것 같은 얼스카페 긴 줄에 합류한다. 버블티와 브런치가 여전히 인기인 오늘에도 라테를 한 잔 주문해 밖으로 나왔다. 3번째 책은 아직 반을 읽지 못했다. 가장 궁금한 회사의 이야기가 왠지 여행 중에는 도무지 재미있지 않았지만 테라스 자리의 도란도란 인 사람들의 틈에서 가장 적당한 일은 책을 펼쳐야 되는 것 같아 읽기 시작했다. 찬 바람이 오후로 가는 햇살을 식혀준다. 다시 걸어서 시부야의 복잡함 속으로 합류한다. 토요일은 여전히 일찍부터 바빠야 하는 거니까. 스시를 많이 먹지 못한 것 같아 네덜란드 부부에게 들었던 젠키 스시의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역시 한 명 자리는 빨리 나온다. 커피 두 잔 채웠더니 배가 부르지 않아 낯선 방식의 모니터의 메뉴들을 찬찬히 살펴 호출한다. 스시 맛보다는 이 재미로 오는 것 같다. 다시 아오야마 마켓을 지나 구경을 하고, 남은 엔화는 과자로 탕진을 해야 되는 것 같다며 드럭스토어에서 알차게 주워 담는다. 호스텔로 돌아와 내가 가진 좋은 일본인의 선입견을 지니고 있는 스탭에게 짐을 받고 이 곳을 떠난다. 횡단보도를 건너며 참 잘 지나갔다는 생각이 불어온다.




|| Perch by woodberry coffee roasters / every day am 08:00- pm 06:00 ||




Epilogue


- 여행에 대해 3가지 로망이 있었다. 가을의 뉴욕에 한 달 머물러 보는 것, 암스테르담 반 고흐 뮤지엄에서 Almond Blossom 보기 그리고 벚꽃이 피는 시간에 일본에 있기. 가장 쉬울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이 제일 오래 걸렸다. 타의에 의해서 2번이나 오지 못한 이 계절, 이번에는 스스로 떠나는 날까지 자신 없었는데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왔으니 이걸로 충분하다.

- 츠타야, 북 앤 베드 그리고 무엇보다 벚꽃. 보너스로 맑은 하늘, 뜻밖의 커피, 이토야, 힐링 장소 오다이바의 석양.

- 짐이 많은 내게 자리를 양보하려던 같은 관광객인 중국인 혹은 타이완 사람, 비 오는 날 한 참 내 목적지를 찾아주려다 경찰서로 가보라던 일본 여성, 호스텔에서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던 네덜란드 친구, 지하철 내 옆자리에 앉아 유토 미소 보여준 아가, Perch coffee 의 사람 둘, 피크닉을 같이 했던 친구들, 야간 벚꽃을 같이 본 친구들 등등 그리고 고마운 책 두 권, 무엇보다 여행 잘 다녀오길 바라 준 내 곳의 사람들. 여하튼 밤은 센치하다.

- 제일 잘 한 일은 매일 일기 브런치에 남긴 일.

- 돌아오면 방금 떠나온 그곳이 굉장히 그리워지는데, 이번에는 예상보다 많은 걸 해서인지 그 마음은 덜하다. 서울 벚꽃이 무심한 날씨 탓에 이렇게 지나갔지만, 몇 장면들이 가득해서 충분하다.

- 만약 어느날 도쿄에 던져진다면, 꽉 찬 3일은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만의 도쿄 루트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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