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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틸틸 Apr 15. 2019

봄, 커피 벚꽃 말고

feat. 아류싸의 카페인

 

 인싸 메뉴인 죠리퐁 라테를 이제야 마셔본다. 나는 인싸의 대열에 끼지는 못하지만, 어설프게 합류하려는 아류싸인가 싶다. 점심에 아아를 아주 진하게 마시면서, 벌써 아아의 계절이구나 싶어서 조금 슬프다가 카페인이 너무 깊숙하게 스며들어 속이 버거워졌다. 퇴근길에 결국 식이섬유가 들어있을 것 같은 죠리퐁 라테로 카페인을 또 들이키고 있다.

 요 몇 주는 아니 계속 이랬던가 싶은 기분이 아주 쫀득한 여엇 같았는데, 오늘도 삼라만상의 기분에 허우적거리느라 브런치에 커피라도 적으며 기분을 털어볼까 한다.


 작년 가을에서 겨울인 기간에는 폴바셋의 헤이즐넛 카페모카에 빠져 있었다. 완전 취저여서 한동안 찾지 않았던 폴바셋 매장을 약속 장소들 근처에 있는지 제법 열혈 검색을 했었다. 모카 특유의 텁텁함이 적었고 진한 달콤함이 아주 조화롭다고 느꼈는데, 시즌 메뉴인지 요즘엔 보이지 않는 것도 같다.


 가오픈 때부터 아류싸는 눈여겨보고 있었어요

 - 써밋 컬처

여긴 꼭 가야 해라고 저장되었던 곳으로 아주 큰 맘먹고 연희동까지 가서 마시고 온 부드러운 라테와 풍부한 식감의 시즈널 타르트. 레몬의 계절이 이 시기였나? 라테도 훌륭했고 타르트는 환상적이었다. 공간은 정갈하고 단정했으며, 모두가 조용히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자리가 넉넉한 편이 아니라서 이 점은 좀 아쉬웠지만 여기까지 온 보람은 충분했다.




 지인 찬스로 다녀온 홍대 후쿠오카 흑당 커피. 일본에서는 엄청 맛나고 유명하다고 하는데 커피도 디저트도 무난했다. 가끔 현지에서 너무 유명한 커피 또는 음식을 다시 한국에서 마시거나 먹게 되면 추억빨이 더해지다가도 그곳만 못해서 아쉬울 때가 제법 있는 것 같다. 그냥 추억을 곱씹는 것 그만큼일까 싶다. 그럼에도 내가 마신 추억들의 커피는 잘 지내는지 궁금해진다.


 이날은 커피 추억 소환 데이였나. 콩 카페도 한국 상륙했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어두운 밤 즐겁게 찾아갔었다. 무척이나 아쉬운 맛에 원두가 한국 오면서 시차 적응에 실패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어두운 맛이라니...


 합정 빈브라더스는 굉장히 힙하다고 느껴져서 아류싸는 그 공간에서 둥둥 떠있는 느낌이었는데, 종각역에 만든 카페 결은 나랑 핏이 맞다고 해야 하나 차분하게 커피와 함께 장소를 즐길 수 있었다. 이날은 이벤트 데이로 꽃도 한송이 선물 받아서 기부니가 한 겨울 속 봄 같았다. 천장이 높으면 공간에 매력도를 확실히 높이는 것 같다. 다양한 좌석 공간도 좋았고, 환한 느낌의 원목으로 만들어진 소품들이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느껴졌다. 원래 커피는 맛있는 곳이니까 이왕이면 어울리는 곳으로 가야지 싶다. 내 마음이 산책할 수 있는 곳.


 진짜 모지리 더하기 찌질이 같은 말이라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나는 아직도 공유님의 매력을 찾지 못했다. 흠. 그래서 카누 시그니처 갤러리에 가서도 공유님 보다는 카누 새로운 버전 맛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맥심은 프로모션을 참 잘한다. 굿즈도 쓸어오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것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루프탑이 대박이었는데 힐링 엄청 해서 고마워요가 절로 나온 카누 시그니처. 풍미도 최고였어요.


 숨겨진 보석 같은 한옥카페 피크니크. 선유도역 10초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여기에 이런 곳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편에는 집에 다 소장하고 싶은 감각적인 매거진들도 판매하고 있다. 자몽 서점이랑 관계가 있다고 본 것 같은데, 피크니크 멋스러운 곳이라 가까우면 정말 자주 찾고 싶었다. 한옥에 있으면 맑은 날에 집착하는 나도 빗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찬다.




 지인 초대로 다녀온 한국의 집에서 마신 황제의 가배. 3가지 이상의 원두를 믹스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3달 지났으니 또 기억이 나질 않는다. 보슬보슬한 카스텔라와 함께 즐기는 고종의 커피는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서 참 포근하고 감사했다. 날 좋을 때 화사한 기분으로 한국의 집 가봐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데 날 좋은 날도 귀하지만 화사한 기분은 더 없는 것 같아서 포기상태다... 무튼 이 커피는 올해는 계속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오제도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커피맛이 아주 좋다고는 할 수 없는데 워낙에 디테일이 강한 곳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베이커리가 착한 가격은 아닌듯하여 안 사묵했지만, 다음에는 시도해볼까 싶은데 또 가려나 싶다. 모랄까 되게 예쁘고 멋진데, 마음이 끌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면서 밖에서 볼 때가 더 좋았던 곳이다. 그렇지만 핵인싸들에게 충분한 어필이 가능한 곳이라 아류싸는 한 번으로 족함요.


 퇴근하고 총총 걸어서 익선동에 가서 마신 망원동 티라미수. 티라미수 마시려고 들어가서 커피는 덤으로 먹는 것이다. 정말 티라미수는 10초 안에 들이켰다. 아니 이놈의 당은 24시간 땡기고 그러나... 그래서 커피맛이 기억에 남지 않지만 티라미수에 거스르지 않았다.




 서빙고 커피를 찾다가 발견한 곳으로, 찾아 놓은지 몇 달 된 곳이다. 신용산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인데 가다가 철길도 있고 예스러운 장소들도 있어서 지루한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인스타에서 본 카푸치노의 자태가 흡족해서 요렇게 똑같이 해주세요 했더니 만들어 주셨다. 커피 양이 어마어마해서, 시나몬 가루도 엄청 들어간다. 시나몬의 매력을 찾아보니 고상한 향이 특징이라고 하니 한동안은 고상한 향에 오래 취해있을 듯하다.


 우연히 발견한 카페 아스테르에서 마신 몹시도 진한 버터크림 라테. 크림 양이 어마어마해서 당이 차고 넘치는 내게도 살짝은 버거웠다. 그렇지만 베이스 커피가 맛있어서 크림을 스푼으로 밀어내며 한 모금씩 마시는 재미가 있었다. 위치가 아쉽긴 한데, 어쩌다 발견한 기쁨이 제법 큰 곳이다.


 쿠키계의 천상계 위례 유주얼. 재작년에 맛보고는 내생에 최고의 쿠키인 르뱅 앓이를 멈추게 한 곳. 세상에 쿠키가 두 곳만 존재해야 한다면 르뱅과 유주얼. 나는 뉴욕에 못 있으니까 유주얼. 그렇지만 위례 신도시 가기 정말 오래 걸려서 거의 2년 만에 가다니... 그간 마카롱에 눈이 멀어서, 유주얼을 마음 한편에 미뤄뒀다니... 종류도 2배나 많아졌다. 모든 종류를 다 먹어보진 못했지만 내 입에 들어온 유주얼 쿠키는 어느 맛이든 꾸르꾸르 맛. 지구 상에서 가장 황홀한 맛. 쿠키를 위해 존재하는 플랫화이트도 역할은 충분했다. 아 챔프 쿠키도 날개 없는 천사니까, 3곳은 지구 상에 남겨둬야겠다. 급 챔프 커피 마시고 싶다.




 공간 맛집인 호스팅 하우스. 처음 간 날은 카페인을 미루고 스미스 홍차를 한 잔 마셨다. 퇴근하고 늦은 시간에 도착하다 보니 분위기가 좋은 건 알겠는데, 너무 어두워서 야맹증 아류싸는 공간을 자세히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다양한 국적의 음악도 공간의 멋을 더해주는 것 같다. 무튼, 커피홀릭 뉴욕식 루프탑 기대하고 다시 갔는데 개방 전날이라니... 별 기대 없이 바닐라라테 포장해서 나왔는데, 정말 맛있어서 놀랐다. 공간에 대한 큰 기대로 커피에 대한 기대가 작기는 했지만, 맛있어 맛있어. 그래도 내 미각은 당류와 커피맛에는 나쁘지 않은 편인데 아주 흡족해서 커피 마시러 또 가고 싶어 졌다. 밀크티 시킨 친구도 맛있다고 하는 걸 보니 성수동에 좋은 커피 하나 더 추가요. 이 동네에서 아주 오래 살았다. 구석구석 온통 내가 있는 동네라서 이런저런 이유로 갈 때마다 각각의 순간들인 내가 불어온다.

 화사한 날, 공간도 자세히 둘러보고 바닐라 라테 마시려고 다시 찾았다. 이날 오랜만에 여유로운 낮을 점령할 수 있어서 기부니 정점 또 한 번 찍었다. 밝은 시간에 오니 색감과 채광이 근사했다. 소심하게 몇 컷 찍은 후 라테 받아 루프탑 점령. 역시 대낮에 혼자 발 뻗고 누우면 여기가 지상낙원이지. 군것질 없어도 천상계라고 생각하며 불어오는 바람에 이런저런 내 모습들을 또 소환 중이다.




 다음 날... 어제의 기분을 물리치고 하루 만에 회사 커피 마시며 지상계를 지나 헬계로 추락해 있다. 주말출근이라 립스틱, 귀걸이 다 두고 왔더니 상태 진짜 주말에 나다니면 안 될 것 같아 우울해서 커피만에서 다시 막심 커피 드링킹 중. 역시 회사 근처에서는 막심 커피가 최고구나. 저번 출근길에는 기부니가 미쳐서 막심 커피에 코를 갖다 대니 순간 런던의 차가운 공기가 같이 들어왔다. 아... 미쳤구나. 진짜. 기분을 정화하다가 그걸 넘어서 자기 체면에서 자기 사기 모 이런 단계로 진화하는 건가...


 이제는 온전한 아아의 계절이 도래했다. 올해는 벚꽃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벚꽃 아래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 없는 시절이 야속하구나... 죠리퐁 라테는 식감도 좋은데, 호흡량이 부족한 나는 통 큰 빨대 안에 중간 정도 죠리퐁들이 올라오다 만다... 오늘도 커피를 몇 잔을 마셨는데, 눈이 이렇게 감겨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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