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다 끝내 비
<그리스인 조르바>의 한 구절을 옮겨 적는다.
딱 내 맘을 대변해주는.
내 언제면 혼자, 친구도 없이, 기쁨과 슬픔도 없이, 오직 만사가 꿈이라는 신성한 확신 하나에만 의지한 채 고독에 들 수 있을까?
제작자에 시나리오 하나 넘겼을 뿐인데
그토록 수없이 거절당해놓고는
언제면 욕망을 털고 누더기 하나만으로 산속에 묻힐 수 있을까?
그렇게 지우고 비우고 버렸는데도
끝없이 차오르는 욕망
그놈의 욕망
언제면 내 육신은 단지 병이며 죄악이며 늙음이며 죽음이란 확신을 얻고 두려움 없이 숲으로 은거할 수 있을까?
오로지 만사가 꿈이라는 확신 하나만 움켜쥐고
두려움 없이 살다가
늙음과 죽음을 맞이할 수 없을까?
언제면, 오, 언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