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당연히 있어야 할 그것이 없었다. 시체에 머리가 없었다. 마치 폭발이라도 한 듯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가 허전했다. P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할 말을 잃었다. 시커먼 피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끔찍한 현장에서 P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실 마음 같아선 이런 참혹한 현장에 일초도 머무르고 싶지 않았지만, 시체에 당연히 있어야 할 그 무엇인가가 사라져 있었다. 솟구치는 구역질을 애써 삼키며 P는 현장을 더 돌아다녔다.
조사를 시작도 안 한 지금으로서는 누가 용의자인지 무슨 원한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왜 머리가 사라졌을까. 단순히 끔찍하다는 것을 떠나 시체에 머리가 없다는 것은 신원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도 의미한다.
P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시체를 살폈다. 머리가 있어야 할 그 자리는 말 그대로 머리가 터져버리기라도 한 듯 지저분하게 찢어져있었다.
'터진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피면 찢겼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코를 막고 시체를 자세히 살피던 P는 참지 못하고 입을 막았다. 황급히 현장을 떠나 골목으로 접어든 그의 시야에 지저분한 자신의 토사물과 함께 익숙한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 머리다.'
우연이라기보단 사고에 가까웠지만 P는 사라졌던 시체의 머리를 찾아내며 유능한 수사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그러나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었던 사체의 머리는 굳이 그가 아니었어도 금방 발견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사체의 머리를 잘라 그리 가까운 곳에 버려두었을까. 생각할수록 끔찍하고 불쾌한 사건이었다. 끔찍한 원한.
또 한 가지 의문은 그 기형적인 수법. 확실히 사체의 상흔은 내부로부터의 폭발처럼 보이지만 실은 무엇인가에 찢겼다는 느낌이 강하다. 누군가의 머리를 그렇게 끔찍한 형태로 찢어낼 만한 힘. 도무지 P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가득했다.
원한이라기엔 너무 끔찍했고, 수법부터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끔찍하게 살해하고 또 찾기 쉬운 곳에 머리를 남겨둔 것은 일부러 그랬다고 밖에는 볼 수 없었다.
P가 머릿속의 의문을 미처 정리하기도 전에 감식반의 결과가 통보되었다. 결과적으로 그 통보는 P를 더 큰 미궁 속으로 던져놓았다.
"감식 결과. 좀.. 많이 이상하지만.. 장기 쪽은 내부 압력에 의한 폭발. 그리고 머리 쪽은 외부로부터 가해진 강한 힘으로.."
"뭐라고?"
"예? 장기 쪽은 내부 압력에 의한 폭발이고.."
"그러니까 대체 사인이 뭔데?"
"일단은 내부 압력에 의한 폭발입니다."
"머리를 뜯어낸 건 뭔데?"
"그러니까.. 현재로서의 추정은 내부 압력이 팽창했을 때 머리를 뜯어내면서.. 장기가 폭발하고.."
P는 다급한 손짓으로 감식반의 말을 막았다. 실은 더 들어줄 여유도 없었다. P는 입을 막고 화장실로 달리는 것이 한계였다.
P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건 당시 목격자가 있었다. 그는 놀랍게도 이 사건의 생존자이자 목격자였다. 그는 C가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했고, 살아남았다.
목격자이자 생존자인 M은 생각보다 멀쩡해 보였다. 노련한 수사관인 P를 수 차례 토하게 만들었던 그로테스크한 사건의 생존자라고 보기 힘들었다.
"괜찮으십니까?"
"예."
"그럼 일단 목격하신걸 말씀해주세요."
".. 그들은 괴물이고 짐승입니다. 말 그대로 우리의 목숨 따위는 이래도 상관없고 저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그 덕분에 제가 살아났지만..."
".. 계속해주세요."
".. 그것은 단순한 장난처럼 보였습니다. 말 그대로 친구끼리 하는 장난처럼요."
M은 부들부들 떨며 천천히 힘주어 말했다.
"아 뭐야 펩시 없어?"
"없어. 다 코카야."
"아 그럼 나 마운틴듀."
"내 거야 넌 그냥 콜라 마셔."
"아이씨.. 코카 콜라 싫은데.."
빨갛게 물든 볼. 땟국물이 흐르는 구레나룻. 한 소년이 콜라를 따려 하자 다른 소년들의 눈이 반짝인다. 이윽고 푸쉭. 하는 소리와 함께 콜라가 터져나왔다.
"아잇씨!"
"또 속냐!"
"아 끈적거리잖아!"
"콜라를 사준다고는 했지만 내가 그 콜라를 흔들지 않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아 미친놈."
"야 마운틴듀 먹어."
"꺼져."
낄낄대며 슈퍼 앞을 떠나는 소년들 발치에 폭발해버린 콜라캔이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