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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아나 May 17. 2016

언젠가 올 너에게 미안해

좀 더 많은걸 나누며 살고 싶어


 나는 아직 사랑해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이 흔히 하는 연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사람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구분하지도 못한다. 감정적으로 본다면 아직 유치원 티를 못 벗어난 셈이다. 이런 내게도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다시 소중한 사람이 생길까?


나는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애완동물도 동생도 애인도 아이도 없는 내 핸드폰 속 사진첩은 온통 음식 사진뿐이다.


언젠가 먹었던 음식, 그마저도 그 날 친구에게 '난 오늘 이런 거 먹는다.'라고 자랑할 의도로 찍어놓고 삭제하는 것도 잊어버린 그런 사진들 뿐이다.


사진첩을 한참 훑어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심코 흘려보내고 기록하지 않는 이 순간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라는 것을.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언젠가 내게 올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특별히 일기를 쓰는 버릇도 없고,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언젠가 올 사람에게 무엇을 공유해야 할까.


'20살의 너는 어땠어?'


그 질문에 나는 무엇으로 대답할 수 있을까. 사진도 일기도 말재주도 없는 나의 20살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기록하지 않은 채 흘려보내는 지금 이 순간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때가 왔을 때 좀 더 산뜻하게 웃을 수 있도록 좀 더 많은걸 나누고 공유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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