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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쇼 Oct 10. 2018

"때리고 싶었어요" 퇴사할 때 남긴 말 (실화) .00

내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

나는 대학 졸업 후 8년째 한 직장만 다녔다. 


‘우리 회사만큼 좋은 회사가 또 있을까? 괜히 이직한 회사가 지금 다니는 곳 보다 안 좋으면 어떡하지?’ 

이런 막연한 걱정들이 날 계속 붙잡았다.


그렇다고 우리 회사가 아주 완벽했다는 것은 아니다. 매년 연봉 계약을 할 때, 아니 정확히는 매년 연봉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을 때마다 한숨이 나왔다. 이런 식이면 20년이 지나도 초봉과 별 차이가 없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


그럴 때마다 ‘연봉이 전부가 아니야!’라는 말로 자위하며 계속 다녔다.


8년 차인 올해 나는 갑자기 퇴사를 결심했다. 아는 분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글을 보았다. 그분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회사도 우리 회사만큼 좋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보 덕분에 그동안 내 발목을 잡았던 막연한 걱정들이 사라졌다. 


퇴사하는 마지막 날. 팀장님과 인사팀장님을 만나 차례로 퇴사 면담을 했다.


팀장 : 네 그럼 마지막으로 회사에 부탁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있으면 편하게 해주세요.

나 : 하고 싶은 말이요?


퇴사 절차상 형식적으로 하는 면담이라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던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잠시 고민하다 이렇게 말했다.


나 : 움…회사가 사내 괴롭힘에 대해서 더 많이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팀장 : 네? 

... 적막..

나 : 네 사내 괴롭힘이요. 저는 지금 소속된 팀에 아주 만족합니다. 정말 스트레스가 1도 없이 회사를 다녔거든요. 그런데 몇 년 전에 다른 팀에 있을 때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언어폭력도 있었고, 또 어떤 사람은 제게 누명을 씌우기도 했어요. 그땐 제가 너무 연차가 얼마 안 되고 어렸기 때문에 참고 넘어갔어요. 그 뒤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저도 잊고 살아가려고 했고요.  그런데 최근에 복직을 했어요 그 사람이. 그의 얼굴을 멀리서 보기만 했는데 다시 그때의 트라우마가 떠올랐어요. 너무 화가 치밀어 올라서 그 사람을 가서 때리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했어요. 


팀장 : (놀라며) 아후 진짜요?

나 :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사람이 지금 나 아닌 누군가를 또 얼마나 힘들게 할까. 얼마나 못살게 굴까. 그 피해자는 그때의 나처럼 얼마나 힘이 들까. 여전히 블라인드 게시판을 보면 괴롭힘과 폭언 때문에 힘들어하고 퇴사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이걸 어디 가서 말할 곳이 없더라고요. 그때 저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것 같아요. 

팀장 : 아니 그게 누구요 도대체? 이제 나가는 마당에 나한테만 말해줄 수 있어요?

나 : 음…. 잠시만요. 그걸 말해도 괜찮을지….

팀장 : 진짜 나만 알고 있을게요. 

나 : 음…권…문…숙…씨요

팀장 : (놀라면서) 권,,,문…숙…아니 저도 아는 분인데. 아니 그분이 그런…전혀 몰랐는데…

나 : 원래 윗분들은 절대 알 수 없어요. 권문숙 씨가 윗사람들한테 아부하고 굽신거리는 거 잘하거든요. 

팀장 : 전혀 몰랐어요.


나 : 더 큰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윗사람들한테 잘 보여서 회사에 계속 남아있고 그들 때문에 상처받은 유능한 직원들이 오히려 회사를 떠난다는 사실이에요. 이게 얼마나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예요? 

팀장 : 그렇죠…그럼 회사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 : 첫 번째는 이런 피해자들이 마음 놓고 회사에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루트가 있어야 할 것 같고요, 두 번째로는 합당한 공정한 징계도 필요할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리더들에게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을 평소에 잘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이 사람들은 자기들이 잘못하는지도 모르고 자기 스스로를 좋은 상사라고 착각하거든요.

팀장 :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 : 아뇨 제가 감사합니다.


내가 퇴사면담에서 저렇게 멋진 말을 하다니...??


퇴사 마지막 날 나는 회사에 그렇게 뜻밖의 부탁 하나를 남기고 떠났다. 


이틀 뒤 나는 새 직장으로 출근을 했다. 다리를 다친 나는 대중교통을 탈 수 없었다. 한 달 동안 카풀 앱을 통해 매일 카풀로 출퇴근을 했다. 


그때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다들 직장인이라 자연스럽게 그분들의 직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쩜 모두 하나같이 내게 하소연을 했다.


“아니 무슨 점심을 무조건 한 가지 메뉴로 통일해서 팀장이랑 같이 가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휴가를 쓴다고 했더니 휴가를 모하러 쓰냐고 아깝게~ 할 일 없는데 나와서 일이나 하지 집에서 뭐하냐고”

“아니 내 휴가 내가 쓰겠다는 지게 무슨 상관이야 진짜”

“제 와이프는 그 사람 때문에 8년을 괴롭힘을 당하다가 8년 만에 그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가서 이제야 살만 해졌어요”


나는 생각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까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아야 하는 걸까

도대체 왜 그럴까


매일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 확신을 가졌다.

이제 내가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등장인물의 이름은 실제와 다릅니다.


이 글을 웹드라마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유튜브도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sFJhakkLb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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