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 아티스트 바비 브라운의 철학에 반하다
메이크업 공부를 하면서 닮고 싶고 추구하고 싶던 스타일이 있었는데 바로 자연스러운 투명 메이크업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중 한 명인 바비 브라운은 한 듯 안 한 듯한 누드 메이크업의 트렌드를 이끌던 유명인인 동시의 그녀 이름을 건 화장품 브랜드가 있는 너무 멋진 아티스트였다. 나로서는 너무 닮고 싶은 롤모델이기도 했다.
그녀의 자연스럽고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은 예전부터 한 가지의 테마로 이어졌다.
아름다워지는 비결은 간단하다. 바로 너 자신이 되는 것이다.
The secret to Beauty is simple - be who you are
우리는 모두 다르게 생겼고 바로 그 다름을 누리는 것이 우리들을 특별하고 흥미롭게 해주는 것이며, 메이크업이란 커버하고 가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이란 철학.
다인종 국가인 싱가포르에서는 사람들마다 피부색이 다양했기에 그들마다 자연스러움의 정의가 조금씩 달랐다. 예를 들어 베이스 화장에서 파운데이션 톤의 사용도 아래와 같이 차이가 났다.
중국계 : 제일 한국인과 비슷한 톤으로, 익숙해서인지 파운데이션 톤을 맞추기가 비교적 무난하고 쉬웠다.
말레이계 : 살짝 어두운 피부톤이라 브론징 컬러나 23호의 베이스로 쓸 때가 많았다.
인도계 : 초콜릿 색깔이라 어두운 갈색에서 고동색의 베이스를 사용
유라시안 : 백인에 가까워서 19호-21호와 같은 밝은 색의 베이스를 사용
싱가포르 메이크업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나는 이렇게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각각에 맞는 최적의 자연스러움을 연출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 항상 21호의 내추럴 베이지만이 자연스러운 화장의 정석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다양한 피부톤을 맞추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톤으로 다시 색을 조합해서 창조해야 했다.
아카데미 수업 초반에는 베이스 메이크업부터 시작하는데 돌이켜보면 나는 그 수업이 제일 어려웠다.
한국인 피부톤에만 익숙하다 보니 말레이계나 인도계 모델이 들어오면 피부톤을 맞추려고 진땀을 흘리곤 했다.
어두운 피부톤에 맞춰야 하는데 너무 밝은 색을 써서 얼굴만 창백하게 동동 떠보여서 선생님한테 지적을 자주 받았다. 메이크업을 남에게 해주는 것과 내 얼굴에 하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컬러차트를 보면서 계속 색을 고르고 얼굴 옆면에 목 바로 위에 조금씩 얹어본 후 목과 색깔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바로 그 색이 모델에게 맞는 자연스러운 파운데이션이었다. 확실히 피부톤에 맞는 베이스를 발랐을 때 모델의 얼굴은 기성복이 아닌 자신의 몸에 꼭 맞는 맞춤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웠다.
베이스 외에도 각 인종별로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메이크업도 다양했다. 중국계 모델에게는 부분 가닥 속눈썹을 붙여도 자연스러웠는데 이미 속눈썹이 풍성한 인도계 모델에게는 따로 속눈썹을 붙일 필요는 없었다. 대신 컬링에 좀 더 신경을 썼다. 그리고 나중에 직접 현장으로 나가서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은은하게 한 듯 안 한듯한 화장은 중국계가 더 선호했고, 말레이계나 인도계는 좀 더 색을 과감하게 쓰는 화장을 좋아했다.
바비 브라운 화장품의 라인을 보면 다양한 피부색에 어울리는 여러 종류의 파운데이션 라인이 있어서 전부 다 사버리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아직 가난한 수강생의 신분이었기에 (학원비도 만만찮게 비쌌던 터라ㅠㅠ) 백화점에서 색을 테스팅만 해보고 감탄하곤 했다. 그리고 학원에서 비슷한 색을 연출해보려고 이리저리 시도해보기도 했다. 파운데이션은 색상만 다양하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쫀쫀한 크림 타입을 써보기도 하고 묽은 수분감 있는 흐르는 파운데이션도 질감에 따라 서도 느낌이 달랐다.
선생님은 아티스트란 한 가지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텍스쳐와 색상의 제품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들을 여러 번 테스팅해보고 써보면서 직접 경험해봐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중에 톤 맞추는 거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지금도 마켓에서는 정말 다양한 아이디어의 제품들이 나오고 있어서 화장품 가게에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특히 세포라 같은 곳은 나 같은 사람에겐 개미지옥 ㅠㅠ 사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스스로의 모습에 대해 자신감을 입혀줄 수 있는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아름다움의 비결은 바로 본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그녀의 철학이 마음에 든다.
나중에 나도 바비 브라운 그녀처럼 개개인의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한껏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될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