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샛노랗게 탈색하고 화장하기를 엄청 좋아하는 멋쟁이 그녀는 나처럼 아이가 있는 엄마이면서도 자유분방한 영혼의 소유자이다. 그녀는 아카데미 시절 알게 된 친구였다. 처음에 만났을 때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하자 한국 화장법의 팬이라며 한국을 엄청 좋아한다고 반가워했었다. 언뜻 보면 한국사람처럼 생겼지만 중국계 싱가포리언인 그녀의 예전 직업은 경찰이었다.
하지만 출산을 한 이후에, 아가랑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단 이유로 결국 그만두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화하기 위해 메이크업 아티스트일을 시작했다. 아가한테 들어갈 이런저런 비용도 있고 안정적인 풀타임 직업을 그만두는 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YOLO 정신으로 곧바로 실행에 옮긴 그녀가 참 부러웠다.
언젠가는 마련하고 싶은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의 스튜디오 (출처: 구글)
몇 달 전에 그녀만의 메이크업 스튜디오 공간을 계약하고 한창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기에 꼭 놀러 가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방문한 그녀의 작업공간은 너무나 멋졌다. 가장자리에 전구가 둘러져있는 전형적인 메이크업 테이블이 근사하게 놓여있는 그녀만의 공간을 보니 어찌나 프로페셔널 한 느낌이 물씬 나던지, 옆에는 통유리 미팅룸도 있고, 사무실도 있고, 포토존까지 갖추어 놓았다.
사실 그녀의 남편은 포토그래퍼다. 그래서 그녀가 메이크업을 하면 신랑이 바로 전문가의 실력으로 사진까지 찍어준다. 너무 멋진 그녀만의 공간을 보면서 부럽다고 감탄을 하자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부러울 것도 많다. 너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친구여, 싱가포르의 살인적인 렌트비를 생각하자니 나는 아직도 갈길이 먼 것 같다. 그녀는 본인의 스튜디오도 사실 대출을 받아 마련한 거라며 방법은 찾으면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정안 되면 코워킹 스페이스도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나중에 내 이름을 간판으로 한 제대로 된 메이크업 아뜰리에를 만들고 싶다. 햇빛이 쏟아지는 창가밖에는 일 년 내내 푸르른 싱가포르의 정원이 보이고, 레이스 달린 커튼이 쳐진 하얀 콘셉트의 스튜디오. 커피를 내려서 대기하시는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아름다운 메이크업으로 손님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모습,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매주 주말에 아이의 학원을 데려다주는 길에 지나치게 되는 메이크업 스튜디오가 있다.
우리 동네에 메이크업 전문 오프라인 숍을 운영하는 곳이 흔치 않아서 굉장히 관심이 갔기에 가게 유리문 홍보 브로셔에 적힌 인스타 주소로 검색을 해봤다. 알고 보니 내가 다녔던 아카데미 선배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였다. 세상은 정말 좁다. 문이 닫혀있어서 비록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신부 화장을 전문으로 하시는지 웨딩 액세서리도 함께 디스플레이되어있었다. 같은 아카데미 출신이긴 하지만 이렇게 사업화하는 건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규모는 작아도 너무 부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근처 상가 렌트 시세를 살펴보니 역시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렌트비만 커버하려고 해도 상당히 많은 일을 해야 할 거 같다는 느낌이 들며, 현실감이 확 다가왔다.
사람들이 보통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는 언젠가 나만의 메이크업 아뜰리에, 나만의 작업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소박하지만 아늑한 스튜디오를 차려보는 게 나의 희망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날이 오기 전까지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쌓아야 할 텐데 말이다.
메이크업 트롤리 - 작은 메이크업 스튜디오로 변신
지금은 메이크업 트롤리 가방 안에 나의 온갖 메이크업 툴들과 화장품들로 가득하다. 화장품과 브러시들을 언젠가 바깥에 두었다가 우리 집 공주님 두 딸내미들께서 화장품으로 작품을 만드시느라 온 집안이 난장판이 된 적이 있었다. 그 이후에는 철저하게 작업용 메이크업 툴들을 나의 트롤리 케이스 안에 두고 바깥에 꺼내 두지 않는다.
비록 지금은 나만의 작업공간이 메이크업 트롤리 케이스 안에 꾹꾹 눌러 담겨 있지만, 언젠가는 나의 근사한 아뜰리에를 마련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