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에 일주일이 지나가버렸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이 세계는 새로우면서 스피드도 빠르다. 정신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시간을 일부러 내서 쓰지 않으면 이렇게 기록할 시간도 없어질 것 같다. 새로운 곳에서 수많은 첫 순간들을 맞이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미팅들, 새로운 업무내용들과 마주하면서 완전 초보자가 된 느낌이 든다.
잘 아는 세계를 벗어나서 낯선 분야에서 완전히 초보자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새로 적응해야 하는 문화들도 여전히 익숙지 않은 가운데 예전의 경험들도 떠오른다. 회의시간에 모르는 내용들이 난무하다가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곳까지 생각이 닿으면 얼른 이 많은 정보들을 재빨리 흡수하고 싶다는 조급함도 느껴진다. 고작 일주일인데도 예전이라면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고 미팅을 하고 나니 세상의 흐름이 생각보다 빨리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닿는다.
사원증에 등록해야 할 사진을 찍었다. 프로필 사진에는 뭔가 전문가스러우면서도 프로페셔널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정장 차림의 내가 한껏 자신감 있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경력이 오래된 프로 느낌인데, 알고 보면 완전 초보라는 것이 반전이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나비처럼 훨훨 우아하게 날아가는 것인데 그에 비해 현재 모습은 기어가는 굼벵이 같아서 괴리감도 느껴진다.
그래도 새로운 도전 앞에서는 누구나 거쳐야 할 시간이 바로 "초보자"라는 시간이다. 시작을 안 했다면 경험조차 못하고 놓쳐버렸을 "초보"의 시간 말이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모습이지만 나에게 이 시작이 의미 있는 이유는, 세상의 변화라는 무대에서 구경꾼이 아니라 작은 역할이라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외면해버렸으면 결국 세상의 흐름을 그저 구경만 하고 그때 한번 해볼걸이라는 미련을 안고 제자리에서 아쉬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링크드인에 사진을 업데이트 하다가 예전 회사 다른 팀 헤드도 나와 같은 분야로 이직한 것을 발견했다. 그는 스타트업 CEO로 아예 사업가로 도전한 멋진 모습이다. 반갑기도 하면서 그 친구도 새로운 환경 속에서 적응하는 동안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공감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마 직원이 아닌 사업가로서 느끼는 무게감은 어쩌면 훨씬 더 클것 같다는 생각도 들면서 그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나의 사진 속 프로페셔널한 미소 너머에 나에게만 보이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허당스러움이 보인다. 그래도 나는 그런 내가 좋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완벽하기보단 허술하지만 꾸준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유지하는 성실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울타리에서 벗어나 무모해 보일지 모르지만 언제든 초보자로 돌아갈 수 있는 도전정신을 가진, 배움을 멈추거나 낯선 환경을 피하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려는 모습을 갖고 싶다. 하루에 하나씩만이라도 알아가면 충분하다. 자신감이 희미해질 때마다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잊지않고 Be myself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토닥토닥 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