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리어 아티스트 Oct 21. 2023

내가 쓴 글의 가치

생전 처음 받아본 인세

오랜만에 출판사에서 온 메일 제목이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인세보고서>라는 제목에서, 내가 그 말로만 듣던 "인세"를 받는 작가가 되었구나란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사실 책을 쓰기로 결심했을 때 수익화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었다. 

그저 내가 쓴 글이 예쁜 책으로 엮여서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는 설렘,

그리고 나의 글을 읽은 독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만으로도 

책을 쓰고 싶다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이렇게 인세라는 이름으로 메일을 받아보니, 금액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나의 글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다는 생각에 감회가 새롭고 뿌듯했다. 초보작가의 출간을 축하해 주시고 책을 구매해 주신 지인들과 독자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부디 책을 위해 지불한 가격 그 이상의 가치가 느껴지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사실 "가치"는 굉장히 주관적이다. 그동안 고군분투한 시간이 녹여진 글이기에 작가인 나로선 금액으로는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가치가 느껴지는 책이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저마다의 기대치가 다를 수 있으니까 하나의 기준으로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자극적이거나 등짝 스매싱과 같은 매운맛과는 거리가 있지만, 문득 용기가 필요할 때 잔잔하게 힘을 줄 수 있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읽어보고 싶은 글이었으면 좋겠다.


이직 후 회사생활이 바쁘단 이유로 글을 예전만큼 쓰지 못하고 있는 요즘이다. 책 쓰기라는 꿈을 향해 매일 새벽에 꾸준하게 글을 쓰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그때의 나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이루는 것은 아무나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막상 행동이나 실행으로 옮기는 것, 그것도 루틴화해서 일정 시간에 꾸준히 하기란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던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진다. 


바쁜 때일수록 짧지만 꾸준하게 기록을 축적하는 것이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의외로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이미 겪어봤기에 게으름을 조금씩 떨쳐내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아주 짧은 시간의 기록으로도 그 시간들이 축적되고 하나둘씩 쌓이고 나면, 분명 나중엔 더 큰 가치로 돌아오게 되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