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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Feb 03. 2024

비교의 함정

나만의 방식으로 이미 충분하다는 것 

그러고 보니 새해 첫 브런치 글이다.


벌써 2월이 되었고, 1월은 바빴던 스케줄을 헐레벌떡 쫓아가는 가운데 스르륵 흘러가버리고 말았다.


사실 1월에는 새해의 넘치는 의욕을 담아 많은 것들을 계획했다.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적힌 1월 스케줄을 보면 갓생살이가 따로 없다. 그래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여럿 있었고, 그중 몇 가지는 예정대로 달성했으나, 나머지는 그냥 내려놓은 상황이다. 시간을 쪼개어가면서 해냈던 예전의 내 모습을 유지하기엔 체력이 너무 방전되어 버렸다. 영하 14도 날씨의 서울출장을 다녀오고 나니 루틴의 리듬이 깨져버려서 한동안 또 멍해져 있다가 

이제야 주섬주섬 멘탈을 챙기는 중이다. 


오랜만에 새벽 산책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을 정리해 본다. 오늘은 즐겨 듣던 음악도 생략하고 오로지 흩어진 생각의 파편들을 모아보는데 집중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성취하는 데 있어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자신감을 갉아먹는 해로운 독이 되기도 한다. 프로이직러로서 변화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지만, 이직을 때마다 기간 안에 성과를 내고 싶은 부담감은 경력이 쌓일수록 심해지는 것 같다.

나의 쓸모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조급증이 되기도 하고, 비슷한 직급의 동료들과 비교하게 되기도 한다.

사실 굳이 비교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아무도 나와 같은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은 없다. 나는 유일한 나로서 존재하고, 어차피 경력이 다르고, 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증명해 내려고 애쓸 필요 없이 나는 그저 나만의 길을 묵묵하게 가면 되는데 말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나의 목소리에 단단함을 담아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 면에서 글쓰기가 생각정리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데, 이제는 아무 말 대잔치를 피하고 좀 더 멋들어지고 정제된 글을 쓰고 싶은 욕심에 또 한동안 글쓰기를 못하고 있었다. 이것도 역시 내 기준에서 글을 잘 쓰는 작가님들의 글과 나의 아무 말 대잔치를 비교하면서 생긴 부끄러움이 이유였다. 


그런데 그렇게 뜸을 들여본들, 멋있는 글은 영원히 쓰기가 힘들다. 그냥 어설퍼도 좋으니 한 문장이라도 나만의 생각을 담아내다 보면 그 문장들이 쌓여서 더 나은 필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완벽하지 않아서 쭈삣대는 두려움으로 인해 그냥 아무것도 안 하게 된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진리는 이미 너무나 잘 아는 데 말이다. 그리고 설령 멋있는 글이 아니고 어설픔 투성이인 글이라고 해도 또 어떤가. 나의 글은 사라져 버리는 나의 시간을 기록으로 잡아두고 싶은 목적으로 쓰기 시작했고, 단 한 명이라도 나의 글을 읽어주는 소중한 독자가 있다면 그걸로서 이미 충분하다. 


우리 동네에는 유명한 중국어 학원이 하나 있다. 엄마가 되고 나서 아이의 공부 뒷바라지 정도는 남들에게 떨어지지 않게 서포트하고 싶단 생각이 강해졌다. 하지만 유명세만큼이나 학원은 이미 웨이팅 리스트였고, 등록하기까지만 거의 2년을 대기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자리가 생겼을 때 기쁜 마음에 곧바로 등록을 했다. 그동안 주변에서 그 학원에 대한 추천을 엄청 많이 받았었고, 많은 후기들이 증명했듯이 당연히 우리 아이에게도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등록하고 나니 수업방식이 아이와 맞지 않았고 학원가는 것을 굉장히 괴로워했다. 다른 사람에게 좋다는 것이 우리 아이에겐 안 맞을 수 있다는 것, 아이마다 각자의 학습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토록 오랫동안 간절하게 대기해서 얻게 된 기회였으나, 미련 없이 드롭하기로 했다. 대신 우리 아이에게 더 잘 맞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다른 사람이 좋다는 것을 무조건 따를 필요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할 필요 없이 우리 아이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비교의 시선에서 벗어나도 좋다는 것, 나는 나로서 이미 충분하다는 것을 이미 예전 책에서도 쓴 내용인데 어쩐지 약발이 떨어질 때마다 주기적으로 스스로에게 리마인드 해야 하는 것 같다. 우리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마찬가지. 여전히 어설프고 부족함 투성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 성장이란 어차피 결핍에서 비롯된다. 이미 완벽한 사람이라면 굳이 노력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비록 현재 모습이 나의 기대치와는 거리가 있더라도,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것 같아서 좌절이 느껴지더라도, 이미 나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토닥이면서 2월을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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