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리어 아티스트 Mar 29. 2024

테크회사에서 정장을 입는다는 것

패션이 브랜딩이 될 때

테크 스타트업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자유로운 복장이다.


회사 로고가 새겨진 반팔티, 혹은 후드티에 청바지와 스니커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개발팀일수록 편한 차림을 선호하시는 것 같다. 답답한 정장을 싫어하는 사람들로서는 환영하는 드레스 코드이겠지만 나는 처음에 이러한 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분위기를 맞추려고 처음에 캐주얼 차림으로 입어보기도 했지만 역시 나에게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불편했다. 

 

오랜 금융계 시절부터의 습관이기도 하지만, 나는 정장이 익숙하다.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셔츠에 정장 바지나 스커트, 그리고 재킷을 입으면 단정해지는 느낌이 든다. 캐주얼을 입으면 편하긴 하겠지만, 옷차림에 따라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지는 것 같다. 몸에 딱 맞는 정장을 입으면 긴장을 해야 하긴 하지만, 워낙 미팅이 많고 사람들을 대면하는 시간이 자주 있어선지 이러한 옷차림이 익숙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시절에도 항상 블랙 정장을 입었다. 고객이나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 혹은 예의를 갖추기 위해 조금 더 포멀 한 옷차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젠 나이가 점점 들어서인지 대학생 같은 캐주얼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억지로 패션을 바꾸기보단, 나다운 옷차림을 유지하기로 했다. 테크회사에 처음 이직했을 때만 해도 앞으로 어떻게 나의 패션을 바꿔야 하나 고민했지만, 어울리지 않는 티셔츠와 스니커를 입고 어색해하는 것을 포기하고, 평소에 입던 무채색의 단정한 정장으로 돌아왔다. 젊고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사람들 가운데서 항상 포멀 한 정장을 입는 터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좀 튀어 보이기도 할 것 같다. 


동료들은 나에게 매일 왜 그렇게 드레스업을 하냐고 중요한 모임자리가 있냐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나로선 드레스업이 아니라 그냥 평소대로 입던 스타일인데 말이다. 하지만 정장을 입고 나면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서 사람들을 대할 때 자신감이 붙는다. 또한 일을 할 때도 조금 더 프로페셔널한 자세가 되는 것 같고 여러모로 나에겐 정장이란 커리어와 관련한 중요한 드레스코드다. 


꼭 비싼 가격대의 옷을 살 필요는 없다. 직접 입어봤을 때 몸에 잘 맞고 단정하면서 옷감 재질이 좋은 옷을 고르는 편이다. 로고가 화려하게 있는 것보단 모노톤으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옷을 선호한다. 요즘 흔히 말하는 올드머니 룩이랑 비슷한 느낌이다. 자칫 잘못하면 올드머니룩이 올드룩이 될 수 있기에, 옷이 단조로운 대신 목걸이나 귀걸이 혹은 스카프 같은 액세서리를 한두 개 정도 매치하려고 한다. 같은 정장이라도 원피스인지 바지인지, 그리고 컬러에 따라서도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맞도록 코디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사실 회사 드레스코드에 따로 정답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일하기에 가장 편하고 나다운 차림을 하면 제일 다. 옷차림보다는 궁극적으로는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제일 효율성 있는 옷은 단정한 정장이고, 앞으로도 나다운 스타일링을 유지하고 싶다. 캐주얼한 옷차림이 대다수인 곳에서 정장차림을 하고 있으니 패션만으로 나만의 이미지를 어필하는 또 하나의 브랜딩이 되기 때문이다. 어디서든 깔끔하고 정갈한, 그리고 신뢰감 있는 인상을 줄 수 있도록 나다움을 유지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열심히 하지 않아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