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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aD May 06. 2019

아메리칸 직장 문화

20150302 미국생활 48일차, 한국복귀 97일 전

1. 오늘은 미국의 직장문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교환학생 시절 미국 대학생들이 어떻게 노는지 궁금했듯이, 이인턴 시절에는 미국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2. 그러기엔 사실 내가 출근을 안해서 미국 사무실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지금 나는 스타벅스에서 업무중이다.



3. "You also do not need to work in the office all the time if you are more productive at another location(home?)"

나의 보스인 리차드는 첫 이메일로 나에게 재택근무를 허락해주었고, 나는 미국식 합리주의의 위대한 승리를 자축하며 요즘엔 이곳 저곳 내가 가장 생산적인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다.

내가 하는 일과 기한은 정해져있지만, 내가 그 일을 해야 하는 시간과 장소는 정해져있지 않은 셈이다.

물론 사무실에 출근해서 내 자리에서 일해도 되지만, 그러기엔

baby it's cold outside♬



4. 가고 싶은 컨퍼런스에 몽땅 다닐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다음 컨퍼런스까지 시간이 살짝 뜨면 (이벤트를 주최하는 기관들이 거기서 거기에 모여있고, 내 기관도 그중 하나이기에) 출근해서 일 좀 하다가 다시 나가도 아무도 내게 신경쓰지 않는다.

눈치 볼 필요 없다는 것 하나는 알아줘야한다

아마 기관마다 성격이 다르겠지만, '정확히'와 '언제 퇴근'이 같은 문장 안에 쓰일 수 없는 한국 직장과는 크게 다를 것이다.


'성실함'의 개념도 조금 다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직급이 낮을수록(혹은 높을수록) 10분 20분 일찍 출근해 성실함을 증명해야겠지만,

이 곳에서는 태도보다는 결과로 평가하는 듯 하다.

시공간의 제약(오해 방지를 위해, 주니어 연구원들은 다들 출근한다)이나 복장 규정을 두지 않는 내 기관 또한 성과평가는 칼같아서 실적에 따른 해고도 간혹 있다고 들었다.


어느 쪽이 더 유용한 평가방식일지는 마주한 지형지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5. 리차드는 자신의 최근 연구 주제를 말할 때 눈이 반짝이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런 점에서 나의 장래 희망을 사는 사람이다. 자신의 관심 분야 말고는 정말 관심이 없는 전형적인 천재 스타일인데, 사람 대하는 기술이 장차 사업하겠다는 나보다 나아서 고객 감동을 넘어선 직원 감동의 힘을 아는 사람이다.


그는 분명히 나의 보스이지만, 부탁하듯이 일을 부탁하고, 정말 작은 일이라 나같았으면 깔보거나 잊어버렸을 일에도 답신으로 고맙다고 나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지난 금요일에는 '더 시킬 일 없냐'고 묻자 이것 저것 설명해주더니 '그치만 급한 일은 아니니 너의 주말을 즐기도록 해'라고 이메일을 보내왔다........................*'-'*



6. "AND-Call me Richard rather than Dr.OOO, Mr.OOO, etc.-you are not in school here and Washington is definitely a first-name city."


리차드로부터 두 번째로 이메일을 받은 이후로 지금까지 그는 내게 항상 리차드다.

불필요한 권위주의가 없다고 해야 할지, '헤이, 리차드!'로 불러달라는 보스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직급을 이름삼아 부르는 것 보단 훨씬 나은 것 같다


한 번은 British Petrol의 International Affairs부서 임원이 나랑 같은 테이블에서 같은 식사를 하고 있어서 놀라 체할 뻔 했다.


세아홀딩스 인턴 당시 셰일 가스 붐 때문에 에너지 분야를 긁적였던 나에게 2014년 매출액 $3,586억, 세계 2위 석유 회사이자 영국 최대 기업인 BP의 임원이란

이사람 방금 이벤트 패널이었는데 왜 의전은 어디간거야 왜 다른 참가들이랑 같이 주는 대로 먹고있어

항상 피파로만 만나던 베컴형아와 악수하는 초딩의 기분이랄까


우리나라였다면 자신의 연고나 사회적 위치나 체면에 따라 끼리끼리 앉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을 텐데, 이 사람들이 나같은 초짜 풋내기들에게 시간을 내는 이유는 내리사랑 때문인가?

내 왼쪽에서는 미국 국방부 사람들이 샌드위치를 먹으며 '안뇽? 넌 어디서왔닝?'하고 반갑게 물어봐줘서 진짜 체할 뻔 했다.



7. 2015년 가을학기에 복학하면 갈 곳 없는 나를 위해 송도캠퍼스 RC교육원 RHC나 해볼까 한다.


아산서원에 들어오기 전, 2014년도 봄학기에 나는 연세대학교 RC교육원 무악하우스 RA였다. 

한국대학생멘토연합이나 아산서원도 마찬가지겠지만, 처음 시작은 나름 나의 고상한 뜻을 위해서였는데 결국 남는 것은 사람 뿐이었다.

RA(Residential Assistant)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전인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대한민국 RC교육의 미래에 가슴이 벅차 두려움 없이 지원했지만


내가 마주한것은


정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ㅍㄹㅍㅅ



지금의 RC교육이 실패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훨씬 더 잘할 수 있는데, RC교육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건드리지 않고 강제력으로 속전속결하려는 게으름과 무능함이 싫을 뿐이다.


패기 빼면 시체는 커녕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해야 할 대 연세대학교 새내기들에게 출입증 목걸이라니!!!!!!!!!!!! 내가 회사 사원증에 넌더리를 내니 군 인식표에 한소리를 하니!!!!!! 외부인 출입 통제를 출입증 미착용학생 벌점부과를 통해서 해야하는거니!!!!!!!!! 애들이 RC 프로그램에 참여를 안하면 왜 안하는지 그 시간에 다른 뭘 하고싶어하는지 스스로 배워서 발전할 생각을 해야지 그걸 필수이수과목으로 돌려버리면 되는거니!!!!!!!! 내 제안들은 신생 RC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거면 나는 RA 왜 뽑은거니!!!!!!!!! 아이비리그 베꼈다는 소리는 왜 하니!!!!!!!!!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8. RHC(Residence Hall Coordinator)의 역할은 '국제캠퍼스 기숙사에 거주하며 사생들과 함께 안전하고 질서 있는 건강한 공동체 꾸리기' 인데, 쉽게 말하면 순찰 돌면서 벌점 주기이다.


아마 1인실 사용 예정이고, poRHCwer로 인해 통금도 없을 예정이니


송도 놀러오세요, 소래포구 조개구이와 주행연습하기 좋은 차없고 새로깔린 도로와 데이트하기 좋은 사람없고 새로조성된 공원길과 운 좋으면 삼둥이와 운 없으면 제가 있을거에요. 승은텔 1박 $20


나는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규율을 깨는 데 거리낌이 없는 편인데,


'악법도 법이다'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실 분, 조개구이 사드립니다



9. 요즘 내가 컨퍼런스에서 가장 관심있는 주제는 '쉬는 시간'이다.


나의 짧은 집중 시간 덕분에 아무리 관심있던 주제라도 한 시간이 지나면 '안녕! 내 영혼은 이만 나가 볼게!'가 되고 만다.


나이든다고 더 길러질 집중력이 아니라면, 앞으로는 그냥 몸도 같이 나가볼까 한다. 나가서 혼자 오분정도 식히고 오면 이벤트가 다시 재미있어지겠지



10. 근데 내 이름 Gen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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