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 Why you telling me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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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공책에는 '토니 스타크가 일론 머스크에게 0.7BTC 줌' 같은 내용을 쓸 수 있다. 우리가 이미 쓰고 있는 화폐인 '천 원 줌' 같은 걸 기록하면 좋겠지만, 천 원 같은 건 진짜 주머니에서 꺼내 줬는지 안 줬는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확인할 수 없는 '오프 체인' 활동이다. 반면 비트코인 커뮤니티 화폐인 $BTC의 송금 이력은 모두 '온체인'에 기록되어있기 때문에 토니가 0.7BTC가 있는지는 모두 블록체인 위에서 자체적으로 검증 가능하다. 그래서 비트코인 공책에는 BTC의 송금 이력만 적혀 있다.
비트코인 공책에 적을 수 있는 동사는 '송금' 뿐이다. 그래야 공책을 보다 짜임새 있게(robust? 버그가 안 난다? 해킹도 어렵다?)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더리움 공책에는 온갖 걸 다 쓸 수 있다. 그 공책에다 한땀한땀 코드를 적어 만든 프로그램을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4.2)라고 한다. 이름이 스마트하지만 사실 그냥 자판기도 스마트 컨트랙트다. 사전 프로그래밍된 바에 따라 작동하는 기계에, 내가 일정 조건을 충족시켜 주면, 그에 따른 결과가 우당탕 주어진다(가끔 물건이 끼이거나 하는 버그도 난다). 다만 스마트 컨트랙트는 불멸의 공책에 쓰인 만큼 '실행 취소' 따위는 없다.
비트코인이 'P2P 디지털 현금 시스템'이라면, 이더리움은 '글로벌 컴퓨터 네트워크(World Computer)'다. 여기서 공책 주인(노드)들은 그 공책에 쓰인 코드를 실행시켜주는 컴퓨터들이고, 이 컴퓨팅 자원을 사용하는 사용료가 바로 이더(ether, ETH)라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화폐다. 실제로 이 사용료를 '가스비(gas fee)'라고 부른다.
이 글로벌 컴퓨터 네트워크는 '신뢰 기계(Trust Machine)'라고도 불린다. 불멸의 공책에다 코딩을 해 버리면 무조건 실행된다. 내가 상대방을 절대 믿지 못하더라도, 그 코드가 절대 실행된다는 건 절대로 믿을 수 있다. 한 번 적으면 고칠 수 없잖아! (코드 자체를 다 지워버려서 더 이상 실행되지 않게 하는 자폭(SelfDestruct) 기능은 맨 처음 공책에 적을 때 추가 가능하다. 그 외 수정은 불가하다.)
변호인 공증까지 세워 체결한 계약을 상대방이 이행하지 않는다면 고소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반드시 승소할지, 이겨도 얼마나 보상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게다가 이 모든 프로세스의 시간적, 금전적 손실은 엄청나다.
신뢰 기계를 사용하면, 계약 체결과 이행은 타노스 손가락 튕기는 것만큼 쉽다. 게다가 모든 게 투명하다! 다만 '온체인'에 한정된 '불변성'과 '계약'이기 때문에, 여기서 계약금은 ETH (혹은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다른 화폐들, ERC20이라고 하며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토큰은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ICO-Initial Coin Offering, 코인 발행-한 것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를 활용해야 하겠다. "마! 내가 마 내일 10ETH 보내 준다고!" 이런 걸 이더리움 공책에 쓰면 내일 (이더리움은 약 12초에 한 번씩 새로운 페이지가 생기기 때문에, 온체인에서 '내일'이라는 시간 계산이 가능하다) 하늘이 두쪽나도 10 ETH가 보내진다.
(삼천포) 이걸 안 보내려면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의 모든 컴퓨터를 한 대도 빠짐없이 다 폭파(혹은 그냥 인터넷 연결 끊기) 시켜야 한다. 현재 전 세계에 약 6,600개의 이더리움 노드가 있고(출처), 이 노드들이 공격당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나 같은 '이더리움 들어본 행인1'도 엔드게임을 위해 기꺼이 자기 노트북을 이더리움 노드로 만들 것이기 때문에, 노드 수는 공격 이후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다.
내가 들어 본 가장 재미없는 스마트 컨트랙트 예시는 '세뱃돈'이었다. 웬 컨퍼런스에서 아마도 어디 높은 자리에 계신 것 같은 분께서 '열공하면 지급되면 세뱃돈'을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현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열공'이라는 조건을 어떻게 프로그래밍할지, 그걸 어떻게 '온체인' 상에서 증명할지(시험 잘 보면? 담임 선생님이라는 신분을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에서 증명한 후 시험 점수를 입력해 주면? 그건 열공이 아니구나)는 좀 더 고민해 봐야겠지만. 이렇듯, 돈을 어떻게 프로그래밍할지, 인센티브를 어떻게 줄지는 정말 너도나도 짱구 굴리기 나름이다. (와중에 열공하면 주는 코인 진짜로 있다. 기사참조. 돈이 어디서 나서 코인을 퍼줄까? 당신의 학습 데이터! 물론 수강료도 있겠다)
내게는 노잼이고 누군가에겐 꿀잼인, 아니 그딴(세뱃돈?) 걸 왜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현해!라는 모든 하릴없는 것들을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현할 수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여러 개 이어 붙이면 DAO, 탈중앙화된 자율 조직이 된다. 자율주행 택시의 프로그램 작동 코드를 이더리움 공책 위에 써 보자(feat. 안드레아스). 택시는 코딩된 대로 여지없이 셀프로 영업한다. 택시 혼자 승객을 태우고 돌아다닌다. 주유비나 보험료는 택시친구의 이더리움 계좌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관리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필요 없다. 정비소도 혼자서 잘 찾아간다. 굿바이 우버
MakerDAO라는 탈중앙화 금융(DeFi, Decentralized Finance) 프로젝트는 이보다는 좀 더 사람의 개입이 더해진 DAO인데, 이자율 같은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사람들(커뮤니티 토큰을 가지고 있는)이 유튜브 라이브로 모여 커뮤니티 미팅을 갖는다.
비트코인 최초의 블록(the Genesis Block), 최초의 '불멸의 메모장'에는 영국의 수상이 은행들에게 두 번째 구제 금융을 제공하려 한다고 쓰여있다. 실제 2009년 1월 3일 영국의 <더 타임스>지 1면 헤드라인이다. 비트코인의 생일을 넌지시 광고하면서도, 사토시가 얼마나 기존의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에 빡쳐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2008년 금융 위기의 주범(은행?)들을 살려내기 위해 중앙은행이 돈을 왕창 찍어내면, 흔템이 된 돈의 가치는 폭락하고, 성실히 차곡차곡 한땀한땀 저축하던 일반 시민들은 다시 한번 가난해진다.
탈중앙화? 그게 좋은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평생 중앙화된 사회에서 살았고, 탈중앙화의 장점에 대해 잘 모른다. 다만 중앙화된 친구들이 열심히 자살골을 넣어주고 있다.
나에게 탈중앙화란 유튜브다. 2011년 봄학기 '매스컴과 현대 사회' 수업에서 지상파는 이제 망할 일만 남았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당시는 아직 종편이 등장(11년 12월)하기도 전이었고, 심지어 나는 피쳐폰을 쓰고 있었던 그런 때라(스마트폰 안 써봐서 피쳐폰이 얼마나 구린지 몰랐다), 그런 무시무시한 얘기를 들어도 별 감흥이 없었다.
방송할 권리와 기술을 방송국이 독점하던 때가 있었다. 방영 시간이면 길에 사람이 없었다는, 최고 시청률 64.5%에 빛나는 '모래시계'의 시대가 있었다. TV도 라디오도 방송국에서 정해 준 시간에 틀어 주는 대로 보고만 듣고만 있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누군가 내게 "야, 10년 후에는 네가 방송국이 될 거야!"라고 말했다면, 나는 마치 "야, 15년 후에 넌 차마 공기를 사 먹진 못하고 대신 샤오미 공기청정기를 3대나 사게 될 거야!"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얼토당토않은 말 취급을 했을 거다.
하지만 초딩도 반려동물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너도나도 유튜버인 지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전자 제품 브랜드가 무려 중국산인 지금(심지어 브랜드 이름이 좁쌀이야), 방송할 권리와 기술은 탈중앙화 되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어지간한 폰카메라가 있는 누구나 방송국 행세를 할 수 있다.
"야, 10년 후에는 네가 은행이 될 거야!"
유튜브도 사실 매우 중앙화된 플랫폼이다. 유튜버가 만든 광고 매출의 45%는 유튜브 플랫폼이 가져간다.
유튜브 구독자수 1위에 빛나는 퓨디파이는 지난 4월 디라이브(https://dlive.tv/)라는 탈중앙화 스트리밍 플랫폼과 독점 계약을 맺었다. 디라이브는 주인(중앙화된 수익 주체)이 없어서 플랫폼이 챙겨가는 건 따로 없다. 크리에이터가 수익의 90.1%를 가져가고, 나머지 9.9%는 디라이브 생태계 참여자들에게 분배해 준다. (커뮤니티 토큰을 락업-다른 데 못쓰게 잠가두는 것-하는 사람들에게 분배해 준다. 토큰은 스팀잇처럼 방송 열라 올리고 보고 채팅하고 추천하고 그러면 받을 수 있다)
디라이브가 유튜브보다 사용하기 편해지는 순간이 오면, 유저와 크리에이터 모두 갈아타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갖고 있다. 메가스터디 일타 강사들도 다들 떠나던데!
끝내주는 알고리즘 몇 개와 소비자 데이터를 선점한 플랫폼이 중간에서 수익을 독점한다. 한 번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나면 이후 장사는 대동강 물팔기다. 유니콘 플랫폼 기업들이 수익성이 좋지 않다고 비판하는데,
유튜브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다음 동영상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일 것이다. 우버(2.3.1)는 자동 배차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그 알고리즘이 우버 차량의 운행 경로를 최적화하고, 고객의 최단 거리에 있는 우버를 자동으로 배차해준다. 우버 한 대가 정처 없이 떠도는 택시 열 대를 대체할 수 있다.
알고리즘이 얼마나 끝내주는지는 얼마나 많은 데이터로 그 알고리즘을 정교화했는가에 달려 있다. 에어비앤비는 공간 공유 플랫폼인가?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여행객의 숙박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플랫폼의 것인가? 내 프라이버시는 페이스북의 것인가?
알고리즘은 오픈 소스(Open Source, 사용하는 것도 공짜고, 소스 코드가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긁어가서 자기 맘대로 바꿔서 사용할 수 있다)로도 개발 가능하다. 데이터도 사실 다 내 거다. 어차피 일은 알고리즘이 하는 거고, 데이터가 개인의 것이라면, 우리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우버 DAO(4.3)를 만들 수 있다(2.3.1 MVL). 카카오톡이나 스카이프가 등장하기 전까지 전화와 문자는 유료 서비스였다! (feat. 안드레아스) 통신사들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
다만 아직까지 블록체인 서비스들은 죄다 사용하기 더럽게 불편하다.
6.2.1 블록체인 UX/UI
블록체인은 유저가 없어 유저 경험(User Experience, UX)에 대한 고민이 없다. (혹은 UX가 없어 유저가 없다) 아직 바닥 다지는 중이라 인테리어 공사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feat. 감성동) 블록체인에 관심 0인 사람들도 우왕~ 하면서 사용할 만한 killer app, 죽여주는 서비스도 없다.
인터넷도 유저가 없어 검색 결과가 알파벳 순으로 나오는(그래서 아마존이 이름을 A로 시작하도록 지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출처: 기재부 경제e야기
비트코인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 비효율에 깜짝 놀랐다. 아니, 은행이 혼자 관리하면 되는 장부를, 똑같은 걸 여러 개 만들어서 모두에게 뿌린단 말인가? 모두가 똑같은 데이터베이스를 하나씩 들고 다 함께 관리한다고? 왜 그런 짓을?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넌 이유는 무엇인가? 왜 돌이킬 수 없는 반역의 길을 걸었는가? 한가로운 공화정으로는 더 이상 광활한 로마를 통치할 수 없었기에, 사랑하는 조국, 로마 제국을 위해 던진 주사위가 아니던가? 역사 시간에 '중앙 집권'해야 부국강병 할 수 있다고 배우지 않았던가?
무슨 놈의 데이터베이스를 관심 있는 모두에게 사본(디지털이기 때문에 물론 원본과 아무 차이가 없다. ctrl+c, ctrl+v)을 제공하고는 뭐라고 쓸지 다 같이 합의하는 방식으로 관리한단 말인가?
탈중앙화를 외치다 보니 속도도 더럽게 느리고, 확장성(Scalability, 모두의 마블, 모두의 비트코인) 문제는 비트코인 태초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줄곧 지적받아온 문제다.
(부록 2. 블록체인 확장성과 삼각관계)
확장성 문제에서 사람들은 비트코인과 비자카드를 비교한다. 비자카드는 초당 약 2,000건의 거래를 처리한다. 최고 4,000 TPS (Transaction Per Second)까지 가능하다. 반면 비트코인은 초당 7건 정도를 처리할 수 있다. 비트코인 공책 1장의 크기는 1MB고, 10분에 한 장씩 공책 낱장이 추가되기 때문에 많은 거래를 적을 수 없다. (검색창에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입력해 보세요!) 이런 걸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전 세계 인구의 31%는 은행 계좌가 없다고 한다. 그 사람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은행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은행이란 참 막강한 존재다. 내가 저금해 놓은 내 돈을 내 옆 사람 빌려주면서 이자를 10%나 받는다. 이자율이라는 것은 물론 대출자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흑수-손이 너무 까매서 백수는 못된다-의 이자율을 확인해 보고 싶었으나 보안 프로그램부터 설치하라고 해서 바로 껐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은행 계좌가 없나 보다.
나를 크립토 도토리로 만든 안드레아스, 한국에 온 그를 보러 Deconomy 2019에 갔었다. 그는 "2019년 한국은 비트코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라는 이야기로 키노트 스피치를 시작했다. 한국은 안정적인 금융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뱅크런 없고 금요일마다 현금인출기 앞에 긴 줄이 늘어서거나 하지 않는다. 원화 폭락에 대비해 사람들이 저축을 달러로 하진 않는다. 토스 카뱅 쓸만하다. 그래서 2019년 한국은 비트코인이 필요하지 않다.
마차의 시대, 도로가 포장되고 주유소가 생기고 나면 자동차는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더 이상 사람들이 '비트코인 확장성'을 문제 삼지 않는 시대,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의 UX가 인스타의 UX를 뛰어넘는 시대, 그 시대에 한국은 비트코인이 굉장히 필요할 것이다.
(부록 3. 페이스북과 리브라(Libra) 코인)
구글은 왜 내가 여러 개의 계정을 만들도록 내버려 두는 것일까?
덕분에 나는 구글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무한정 사용할 수 있다. 구글 독스 같은 건 정말 편하다. 이 세상 누구와도 같이&동시에 문서 작업을 하고 저장해둘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구글의 곳간 안에 당신의 쌀을 넣고, 구글이 제공한 아주 튼튼한 자물쇠를 쓰며, 금고지기도 구글 직원이고, 이 모든 게 구글의 성채 안에 보관된다면, 그 쌀은 누구의 쌀인가?
그렇다고 내가 직접 성채를 쌓아 올리고 곳간을 짓고 자물쇠를 주조하고 할 여력은 없다. 그래서 나는 내 쌀을 '탈중앙화' 곳간에 보관하기로 한다. 위워크 같은 공유 오피스인데, '위워크'라는 관리/수익 주체는 없고, 사용자들이 다 같이 만들어 가는,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대로 굴러가는 곳인데, 구글 곳간보다 훨씬 안전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크립토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한다.
영어로 메일을 주고받을 때면 구글에서 그간의 메일 내용을 파악해서 자동으로 답장을 완성해주곤 하는데, 정말 소름이다. 답장뿐 아니라 내가 치고 있는 메일 본문 문장도 자동으로 완성해 준다고!
몇 달 전에 네이버가 개인 받은편지함을 건드려서 메일을 삭제했다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관련기사) 네이버가 자기 메일을 읽을 수 있다니 놀랐다는 반응에 놀랐다. 왜 안 읽겠는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는 '블록체인-'이라는 말 보다 '크립토-'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아마 블록체인이 암호학(크립토-그래피, Cryptography) 덕분에 실현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옛날 옛적 금화 은화를 이빨로 깨물어 진위를 판별했던 것처럼, 비트코인은 암호화 알고리즘의 수학적 증명으로 진위를 입증할 수 있다.
그 수학적 증명이라는 것이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가진 않지만 뭐, 라우팅의 원리를 이해하고 웹서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무튼 암호학 덕분에 1) 불멸의 공책에 한 번 기록된 내용은 절대 바꿀 수 없다는 것, 2) 저 암호화폐의 주인이 저 사람이 맞다는 것, 3) 저 암호화폐가 진짜라는 것을 마치 이빨로 깨물어본 것처럼 알 수 있다(feat. a16z). 이 세 가지를 통해 비트코인의 'P2P 디지털 현금 네트워크'가 실현되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암호화 알고리즘이 '뚫리는 순간' 비트코인 네트워크와 $BTC의 가치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은 SHA-256 (Secure Hash Algorithm - 256 bit)이라는 암호화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다. 이 암호가 얼마나 풀기 어려운 것인가 하면, 우주에 있는 원자의 개수만큼의 경우의 수 중에 하나의 값을 찾아내면 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가 등장한다면 어떨까? 다른 암호화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된다. 원래 암호학이라는 게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 유효기간이 몇 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암호화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2017년 CU에 재직 중이던 내가 비트코인 투자자들을 보고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고 생각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편의점 알바생들이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을 쫓느라 계산은 잘 안 해줬지만, 막상 그게 뭔지 내게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암호화폐 가격이 널뛰는 이유는 고래들이 유아풀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전광판(https://coinmarketcap.com/)을 보면 암호화폐 전체 시총은 7월 중순 기준 약 $3,200억이다(비트코인의 비중이 60% 이상이다). 나스닥 1위 기업인 마이크로스프트 시총은 약 $10,600억이다. 비트코인부터 시작해서 2,300여 개의 화폐가 있는데 그 시총을 싹 다 끌어모아도 미국 대기업 하나의 30%다. 이것은 찰방찰방한 수심의 유아풀이다.
암호화폐를 많이 보유한 자산가들을 '고래'라고 한다. 지난 4월 1일, 비트코인 가격이 만우절 장난처럼 점프했는데, 그 이후 암호화폐 상승장(bull market)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크립토 겨울이 끝났다! 하루 만에 20% 가까운 가격 상승은 한 명의 고래가 단돈 $1억만으로 들었다고 하니(기사), 한 마리의 고래가 만들어 낸 고래 효과랄까.
(부록 4. 암호화폐 고래들)
암호화폐 지갑에는 암호화폐가 들어있지 않다! 내 지갑 안에는 내 키가 덜렁 들어있다. 암호화폐 네트워크에 둥둥 떠다니는 암호화폐를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키'다. 처음 들었을 때의 그 신선한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자석1에만 반응하는 철가루1처럼, 내 키에만 반응하는 내 돈이 디지털 네트워크 어딘가에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화폐는 주머니 속에, 은행 계좌 속에 들어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송금'이라는 것도 사실 돈을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이 묶여 있는 키의 주인을 바꿔주는 작업이다. (그래서 송금수수료 1% 이딴거 없다)
^정확히는, "자석2의 주인(개인 키, private key의 주인)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표식(공개 키, public key)을 보여줄 수 있는 자에게 내 자석1에 달린 철가루1 중에서 0.5g을 주겠소!"라고 하는 것이다. 이 주문은 자석1(의 개인 키)을 가진 사람만이 외울 수 있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정리하자면, 개인 키를 잃어버리면 그 키에 딸린 모든 암호화폐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키 관리를 잘 하자!
(부록 5. 칸아카데미 암호학)
나스닥은 미국의 장외주식 거래소로, 벤처주와 IT주가 주로 상장한다. 코스닥의 원조이며,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오라클 등 3000여 기업이 상장되어 있다. (그래프 출처)
00년 1월에 4,000엔으로 상장한 소프트뱅크는 한 달만에 10,000엔을 찍고, 끝없이 추락하여 2년만에 1/100토막이 나고 현재 5,000엔 대를 주행하고 있다.
시기와 방향을 동시에 예측할 순 없다고 한다. 과연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의 미래는?
사이먼 데니,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
불온한 데이터, 국립현대미술관
https://www.youtube.com/watch?v=gvGiyWmneh0&feature=youtu.be
쓰다 보니 엄청 길어졌다.
지금 앉아 있는 카페 사장님이 저 앞에서 '비트코인', '16년', '그때 귀 기울여', '여기서 이러고 있지' 같은 단어들을 한 문장에 넣어 얘기하고 계신다.
98-99년도 닷컴 버블 당시, '. com'을 회사 이름에 넣으면 주가가 74% 상승했다고 한다. 17년 크립토 버블 당시, 회사 이름에 '블록체인'을 넣으면 주가가 394% 상승했다고 한다. (feat. a16z)
가격이 아무 의미 없어지는 그 날까지, 욀컴 투 크립토 월드!
여기까지 읽었다면 김과장, 전화 주게
Let's talk Bitco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