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의 미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baD Jan 20. 2023

21세기 일과 일하는 방식 - 1부

대량 생산과 컨베이어 벨트와 주 40시간 근무제

20세기의 일과 일하는 방식


1903년 헨리 포드의 포드 모터 컴퍼니가 만들어지고,

1908년 모델 T를 처음 선보인다. 출시 가격은 $850, 평범한 노동자의 18개월치 월급정도였다. 이후 1925년에는 $300, 4개월치 월급으로 가격이 낮아지고, 모델 T는 자동차의 대중화 시대를 열어젖힌다.(출처)


20세기의 일은 제조업이었고, 헨리 포드와 그의 동료들이 하는 일은 자동차라는 크고 복잡한 기계를 대량생산하는 일이었다

그들은 제품을 표준화하고 컨베이어 벨트를 중심으로 제조 과정을 최적화해서, 생산 효율은 높이고 단가는 낮췄다. 지금이야 경제성이나 생산성 같은 단어가 안 나오는 곳이 없지만, 당시 이런 '과학적 경영관리'(scientific management, 각주1)는 금시초문이었다. 경영학과 산업공학이 태동하는 시기였다.

대량 생산은 마법이었다. 포드 이전의 자동차는 과학자들의 장난감이거나 귀족들의 사치품이었다. 포드의 대량 생산은 자동차를 중산층의 이동수단으로 만들어버렸다. 


그가 만든 첫 4륜자전거(+가솔린 엔진)를 타고 디트로이트 시내를 돌아다니는 헨리 포드 (1896)


마법은 종합 예술이다 

헨리 포드는 엔지니어(각주 2)이자 뛰어난 사업가(각주 3)였는데, 무엇보다 그는 일반 노동자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최저 임금이라는 개념도 없던 1914년에 당시 업계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임금(당시 물가로 시급 2만 원!)을 보장해 줬다. 그리고 하루 10-12시간, 주 6일 근무가 표준이었던 1926년에 일 8시간,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한다.


미친 것처럼 보이는 포드의 정책들은

사업적 판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제조업 = 생산성 x 가동률이다. 높고 안정적인 임금 덕분에 포드 조립 라인 노동자들은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했다. 또한 일 8시간으로 노동 시간을 단축한 덕분에 하루 24시간 3교대를 돌릴 수 있었다(이전에는 10-12시간 2교대였다)8시간 이상 일해봤자 효율 떨어져서 소용없더라는 연구 결과를 참고했다는 말도 있다. 주말이 생긴 노동자들의 주중 생산성은 높아졌다. 길어진 주말 동안 여행 다니고 싶으면 열심히 일해서 차 사라는 판매 전략까지 들어맞아 매출도 올라갔다.


세계 1차 대전(1914-1918) 이후 미국 경제의 황금기를 타고 포드는 날아올랐다

포드가 이 모든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건 아니다. 조립 생산 라인(assembly line)이나 주 40시간 근무나, 헨리 포드 이전부터 존재했다. 다만 그는 변화의 물결을 빠르게 읽어내고 자기 회사에 도입해 전격적으로 밀어붙였을 뿐이다. 

아무튼 그는 자기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일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후의 포드 스토리는 각주 4)


1914년 1월 5일, 업계 평균의 2배가 넘는 급여를 보장하기로 한 포드




21세기의 일과 일하는 방식

우리는 여전히 100년 전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대로 일하고 있다


1929년에 대공황이 찾아오고 대규모 실업이 일어나며

근무 시간 단축이 그 해결책으로 떠오른다. 심지어 1933년에는 주 30시간 근무를 미 전역에 강제하는 법안이 상원에 통과된다. 하지만 1938년 루스벨트 대통령이 최저 임금제를 최초로 법제화하며 주 30시간은 무산되고 주 40시간이 정착된다.

젠장!


존 케인즈는 1930년 '우리 손주들의 경제적 기회'라는 그의 저술에서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고 이것이 인간 노동의 필요를 다 흡수해 버리니 우리 손주들은 하루 3시간, 주 15시간만 일하게 될 것 이라며, 그들이 뭘 하며 살지 모르겠다고 걱정한다. 

괜한 걱정이었다!


2023년 한국은

100년쯤 전에 태평양 건너 사람들이 만들어 낸 방식대로 일하고 있다. 그마저도 정착된 지 얼마 안 됐다. 라떼는 놀토라는 게 있었다. 2005년부터 격주로 토요일을 쉬기로 했는데, 신문에서 어찌나 그 경제적 위험성을 광고하던지 나는 나라가 망하는 줄 알았다. 제조업 기반의 경제라고 해도, 우리는 왜 생산성이 아닌 가동률에만 치중하는 걸까? 덕분에 OECD 노동 생산성(시간당 GDP)은 만년 하위권, 2021년 기준 폴란드보다 높고 에스토니아보다 낮다.


https://data.oecd.org/


21세기 우리는 어떤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좋을까?

요즘 나의 관심사다. 나를 기니피그 대상으로 이것저것 실험도 해보고 있다. 관련해서 재밌게 본 것들을 2부에서 소개해드리려고 한다.


각주 1: 과학적 관리론은 그 창시자 프레데릭 테일러의 이름을 따 테일러리즘 이라고도 불린다. 지루하지 않은 설명 기사. 포드의 포디즘과 더불어, 자기 이름을 딴 -주의(-ism) 가 있는 사람이다!
각주 2: 그는 토마스 에디슨의 전구 회사(Edison Illuminating Companies in Detriot)의 수석 엔지니어로 일했었고, 에디슨은 그의 멘토이자 친구였다고 전해진다. 관련 기사
각주 3: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비롯해 전 세계 스타트업에게 영감을 주는 헨리 포드의 어록 중 하나는 "소비자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봤더라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거다" 다. 이는 대중은 개돼지니까 시장 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고, 고객이 진짜로 원하는 것(더 빠른 이동수단)을 파고드는 게 중요하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다.
각주 4: 포드는 생산 효율의 극대화를 위해 차량 색상조차도 검은색을 고집했다(as long as it's black)고 알려진다. (사실 모델 T는 여러 색상이 있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이후 GM이 각자의 지갑과 목적을 위한 차(a car for every purse and purpose)를 외치며 다양하고 개성 있는 자동차를 만들면서, 포드는 '왕년'으로 밀려나게 된다.




메인 사진(썸네일) 출처: NPR, 1937년 모직 공장 노동자들이 주 40시간제를 위해 파업하는 사진. 이후 전국적 시위와 파업이 이어진다

첫 번째 사진 출처: 포드 관련 웹사이트

신문 기사 출처: 구글

OECD 통계 이미지 링크, 웹사이트 링크

매거진의 이전글 무슨 일을 (안)할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