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baD Jul 10. 2023

"자기가 능력이 없는 건 아니잖아!"

일필휘지 Take2, <책 한번 써봅시다> 독후감

"자기가 능력이 없는 건 아니잖아!"

"나는 하기 싫은 일을 하는 능력이 없어"


애인은 목젖을 보여주며 까르르 웃고는 맞장구를 쳐줬다. 어느덧 서른 중반, 애인의 부모님은 내 밥벌이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알고 싶어 하셨다. 


어려서부터 내가 가장 좋아했던 구절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누구를 책임진다는 생각은 없었다. 나 하나로도 역정이 났다. 대학생 시절, 네팔 사람들이 하는 인도 커리 레스토랑에서 주 4일, 일 6시간 알바를 했는데 먹고 살만 했다. 물론 아파서는 안되고, 집이나 차 같은 자산을 소유할 수도 없었다. 애인 집에 얹혀살아야 했다. 하지만 딱 내가 원하는 노동 강도였다. 바로 이거야!


나는 왜 이렇게 능력이 없을까?

1. ADHD가 아닐까? 다른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할일을 하는 능력은 배변 훈련 안된 강아지 수준이다.

2. 착()이 없다. 애착 인형이 없으니 욕심도 안 생기고 허무주의에 쉽게 빠진다.

3. 내향형이다. 나 자신이 가장 재밌는 장난감이고 논문 주제다. 남들이 존버해서 장만한 번쩍이는 장난감에 관심이 없다.


나는 내향형이로소이다


모두가 자전거를 탈 줄 알고 그 즐거움을 아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듯, 모두가 자기 책을 쓰는 즐거움을 아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강명 씨는 <책 한번 써봅시다>를 썼다고 한다. 골프처럼 돈이 많이 드는 취미도 아니고, 남편이 주말마다 조용히 글을 쓰는 게 얼마나 바람직하나며 그의 아내도 열렬히 응원해줬다고 한다. 애인 어머니에겐 나를 1인 크리에이터로 소개하며 '100명의 찐팬으로 잘 먹고 잘살기'라는 글을 보내드리기로 했는데, 진짜로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다. 


<책 한번 써봅시다> p.41


취미 생활을 직업란에 적고 있으니, 역시 방법은 단 하나, 남의 집 귀한 자식이 날 먹여 살리는 것뿐이다! 나는 하얀 손(白手)의 지위를 원한다!


약아빠진 나의 뇌는 교묘하게도 오랜 기간 집중해야 하는 골치 아픈 작업을 살살 잘도 피해 간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해야 하는 일을 미루고 손에 잡히는 대로 써 내려가니 이렇게 짜릿할 수가. 그러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이 글을 읽을 이유는 없다.

남들은 무슨 글을 읽고 싶을까? 팔리는 글 중에 내가 쓸 수 있는 건 뭘까? 내가 100명의 찐팬을 모은다면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브런치에는 내 글을 팔 방법도, 사겠다는 사람도 없다. 이 글이 내 마지막 브런치가 될 것이다.



이번 글은 진짜로 퇴고가 없습니다. 그동안 제 글에 관심 가져주신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23년 하반기 이튿치 일급루팡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