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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Nov 20. 2015

도서관 산책

뭐 그런 날도 있는 거지


  오랜만에 동네 도서관에 갔습니다.

책을 잘 읽지는 않지만, 가끔 심심할 때면 도서관에 들려 서가와 서가 사이를 산책로 삼아 유유히 거닐며 둘러봅니다. 책은 성격에 따라 주소를  부여받아 같은 분야 책끼리 같은 구역에 끼리끼리 모여 누가 찾을 때까지 제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몇 번 가본 산책로에서 보게 되는 이름 모를 나무들과 여러 번 스쳐 얼굴이 익숙해진 사람들처럼, 같은 자리에 꽂혀있는 낯익은 책들이 군데군데 보이면 내용을 읽지 않았는데도 마치 여러 번 읽어 훤히 아는 책들 같아 정겹습니다. 그러다 낯설거나 끌리는 책 제목과 표지가 보이면 잠시 멈춰 그 책을 뽑아 들고 후르륵 후르륵 넘기며 훑어보고는 다시 꽂아 놓기를 반복합니다. 나의 도서관 방문은 대부분 그렇게 '책 제목 탐방'으로 끝이 나지만 그 재미는 나름 쏠쏠합니다. 



  오늘도 마음에 드는 좋은 글귀가 있나  이 책 저 책 뽑아 뒤적였지요. 서가 끝에서 끝까지 모두 돌아보았지만 오늘은 그다지 끌리는 게 없었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려는 길에, 잠시 도서관 화장실을 들렸는데...

도서관 화장실 문에 붙어있는 아주 간단한 말이 마음에 확 들어옵니다.



  뭐 그런 날도 있는 거지


  애써 찾을 땐 없더니 '그런 날도 있지 오늘은 여기까지'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예상치 못하게 "아!" 하고 마주치는 것! 그런 게 인생이겠지요!

저 캘리그래피의 그림처럼 비 오는 날도, 해 뜨는 날도 있을 겁니다. 목표 꿈 바람 행복을 찾으려고 찾으려 애써보아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 날도 있을 거고요. 그런 날이 있으면 저런 날, 이런 날, 그러다 또 우연히 "아!"하고 행복을 찾아 흥겨운 날들도 있을 거예요! 


"뭐 그런 날도 있는 거지!"

그저 순응하거나 체념하는 말이 아닙니다. 이미 알고 있던 '인생의 흐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우리가 슬픔과 절망을 이겨내고, 고되고 힘든 날도 희망차게 나아가게 만드는, 그런  강력한 힘을 지닌 말입니다!


잠깐의 산책으로 기분전환도 하고 인생 진리도 새삼 되새기고 마음에 드는 멋진 캘리그래피 작품도 사진으로 담아놨으니 오늘 산책으로 마음이 풍족해집니다.


[2015.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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