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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Oct 08. 2020

트럼프 당선에 5만원 걸어본다

미치도록 좋아하거나, 미치도록 싫어하거나 - 트럼프라는 브랜드

정확하게는 '트럼프가 대통령을 계속한다'에 5만원을 걸어본다.

투표에서는 지더라도 대통령은 계속 할 것 같아서다. 우리나라 정치도 잘 모르는데 당연히 미국 정치는 더 모른다. 다만 스쳐지나가며 봤던 뉴스들에서 받은 인상(;;)을 종합해 마케터의 촉을 근거로 예측해본다.


1. 트럼프에게는 열렬한 팬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이번 대선에서 우편 투표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가 야단스럽게 우편 투표를 반대하길래 코로나 때문에 신설된 제도인 줄 알았다. 원래 있던 제도인데, 쉽게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부재자 투표 같은 거라고 한다. 우편 투표를 신청하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우편으로 투표용지를 보내주고, 기표한 후 다시 우편으로 보내는 방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특정 장소가 아니라 집에서 우편으로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우편 투표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까지 겹쳐 50% 정도가 우편 투표를 할 것 같다는 거다. 


미국의 우편 투표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우편 투표가 부정 선거의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초부터 꾸준히 비판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집계한 수치로는 올해 3월부터 트위터, 기자회견 등을 통해 약 70번 정도 언급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이렇게 '약을 치고' 있는 이유는 우편투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어내는게 첫 번째 이유고, 패배할 경우 불복할 근거를 만들어두려는 게 두번째 이유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우편 투표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당일 현장 투표를 할 것이다.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들은 알려진대로 저학력 백인 남성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우편 투표보다 현장 투표를 선호한다. 반면 바이든의 민주당 지지자들인 젊은이, 유색인종, 저소득층은 우편 투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당일 현장 투표를 선호한다


현장에 가서 투표를 하는 일은 귀찮다. 운전을 하거나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투표장까지 가야 한다. 줄 서서 순서를 기다려야 하고 코로나 감염의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이 누군가. 트럼프 지지를 위해 과격 시위도 불사하는 사람들이다. 투표 당일 트럼프 지지자들은 기꺼이 투표장으로 몰려갈 것이다. 

우편 투표에 대한 트럼프의 계속된 어깃장이 불안했는지 민주당도 뒤늦게 현장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도 "도시락 싸들고 마스크로 무장하고 투표소로 가라"고 호소한다. 문제는 바이든의 무無매력이다. 바이든의 높은 지지율은 트럼프를 막기 위한 것이지 바이든을 향한 지지가 아니다. 바이든을 위해 '도시락 싸들고 마스크로 무장하고' 투표장에 갈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보이진 않는다. 


'미치도록 좋아하거나, 미치도록 싫어하거나(You either love it or hate it).' 영국 스프레드 브랜드 '마마이트(Marmite)'의 슬로건이다. 빵에 발라먹는 이 음식은 엄청 짠 맛이 나고 냄새가 고약해서 우리나라로 치면 홍어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엄청나게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엄청나게 좋아하는 팬들도 있다.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노력을 하기보단 열렬한 팬의 충성도를 유지하는 것. 그게 마마이트의 전략이다. 

트럼프라는 브랜드도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2004년 트럼프가 TV 쇼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에 출연했을 때부터 "You are fired!"로 대표되는 독선적인 태도는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렸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이른바 '멕시코 장벽'을 들고 나와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의도적으로 분열을 조장하는 것 같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중국과의 대대적인 무역 분쟁을 벌이는가 하면 조지 플루이드 사망으로 인한 대규모 인종차별 시위를 촉발시키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미치도록 싫어하게 됐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치도록 좋아하게 됐다.

2020년 추석을 접수하신 나훈아 옹도 일찍이 "진정한 슈퍼스타는 까와 빠를 둘다 미치게 만든다. 너도 나도 좋아하는 사람은 슈퍼스타가 아니라 그냥 스타다. 싫어하는 사람들이 존재해야 좋아하는 사람들이 미치도록 좋아한다."는 명언을 남기신 바 있다.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11월 3일, 현장 투표에선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근거는 없다 그냥 감이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 우편 투표 결과는 11월 5-6일경에야 나온다고 한다. 11월 3일 트럼프가 승리를 선언하고 나면, 이후 나오는 우편 투표 결과에서 바이든이 이기더라도 트럼프가 순순히 승복할 리 없다. 아마 2021년 1월까지 어마어마한 대환장파티가 이어지겠지만, 트럼프의 버티기가 끝내 성공하지 않을까 싶다. 트럼프가 투표에서 지더라도 대통령은 계속 할 거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2. 뇌는 주인공을 알고 있다. 


2007년 이명박 vs 정동영 대선 당시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가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이명박, 정동영 후보의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며 뇌영상 촬영을 했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자들에게 이 후보의 사진을 보여주자 뇌에서 쾌락을 담당하는 뇌의 측좌핵 부위가 활성화됐다. 정동영 후보 지지자들에게 정 후보의 사진을 보여줬을 때도 같은 부위가 활성화되긴 했지만 강도가 훨씬 약했다. 

반대로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 지지자들에게 각각 상대 후보 사진을 보여줬는데 양측 모두 부정적인 감정을 담당하는 뇌섬엽이라는 부위가 활성화됐다. 하지만 이 경우 이 후보 지지자들은 활성화 강도가 약했던 반면, 정 후보 지지자들은 활성화 강도가 훨씬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동영 후보 지지자들의 정 후보에 대한 만족도는 낮았던 반면 이 후보에 대한 반감이 강했던 것이다. 

정재승 교수는 “이들 결과를 놓고 볼 때 이명박 후보 지지층은 정 후보를 위협적인 상대로 보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며 “이 후보가 정 후보보다 대선 정국을 더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과가 나오기 전, 이미 지지자들의 뇌는 결과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비트코인 국면에서 삽질을 했던 흑역사가 있지만, 뛰어난 뇌과학자다


현재 미국 대선 국면의 주인공은 트럼프다. 선거 구도 자체가 트럼프냐, 트럼프가 아니냐로 짜여졌다. 코로나 감염이라는 악재도 트럼프를 주인공으로 만든다. '트럼프가 진짜 코로나에 걸린게 맞나?', '완치될 수 있을까?', '트럼프가 완치되지 않으면 토론회는 어떻게 되는거지?' 등등. 처음부터 지금까지 트럼프가 주인공이 아닌 적이 없었다. 반면에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이 주인공인 뉴스는 '바이든이 치매냐 아니냐' 밖에 못 봤다(사실 미국 뉴스는 볼 일이 잘 없습니다...).'

오늘 트럼프 지지자들의 뇌와 바이든 지지자들의 뇌를 찍어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들의 뇌는 결과를 알고 있을 것 같다. 


트럼프와 바이든 사진이 한 장도 없길래 하나 넣어봤다. 트럼프 바이든 구글 이미지 검색결과 첫 번째 사진을 그냥 넣었는데, 이 글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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