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이와 함께 커가는 중입니다
나는 잠귀가 매우 밝고, 예민하다. 반대로 남편은 정말 머리만 대면 바로 기절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굴착기 데시벨 수준의 코골이는 덤)
아이가 조리원에서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먹고-자고를 무한 반복하면서 매우 잘 자는 모습을 보면서 오! 우리 아이는 남편을 닮았나 보다! 라며 매우 좋아했던 나를 기억한다. 어느 정도였냐면, 2주 동안 오신 산후관리사님이 자기가 본 아이 중에 제일 순한 편인 것 같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 패턴은 오래가지 못했다. 50일이 지나고 아이는 낮잠은 토막잠, 밤잠은 1-2시간마다 깨기 일쑤였고,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나와 남편은 새벽에 쪽쪽이 셔틀 (1시간마다 아이의 입에 쪽쪽이 물려주기를 무한반복)을 담당하였다. 밤에 깊은 잠을 못 자는 나날이 한 달이 지속되다 보니, 정말 일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끄럽지만 어느 날부터 새벽에 쪽쪽이 물려주는 내 손끝에 짜증이 묻어나기 시작하였고 그것을 인지하기 시작한 날부터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인스타에서 눈팅만 하였던 '신생아 수면교육'이 생각났고 수면 교육에 관한 모든 책, 유튜브를 정독하기 시작했다. 쉬닥법, 안눈법 등 다양한 수면교육 방법이 있는데, 이 중에서 나는 퍼버법(아기가 울면 시간차를 두고 진정시키는 방법)을 택하였고 100일이 지나고 다음날 바로 수면교육을 시작하였다.
이 선택을 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하였다. 한국에서는 울리는 방법이 아이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수도 있기 때문에, 4개월부터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남편 역시 너무 오랫동안 아이를 울리는 것은 반대하였고, 그 마음 역시 나는 이해했다. 하지만 논문을 찾아보니, 오히려 통잠을 못 자는 아이들이 애착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수면교육을 밀고 나가기로 했다.
첫날밤. 역시 아이는 침대에 등을 눕히자마자, 엄청난 악을 쓰며 울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에게 굿 나이트- 사랑한다는- 인사를 하고 방을 나와서 방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면서 3분 후 들어가서 괜찮다고 목소리고 달래주고, 그다음은 5분, 7분, 10분 순으로 아이를 달래주었다. 정말 1분은 1시간처럼 느껴졌고, 5분이 지난 후에는 이게 정말 맞는 방법인가, 저렇게 울다가 아이가 안 좋아지는 것이 아닌가? 백만 가지 아니 천만 가지 생각이 들었고. 10분 후 아이는 잠들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내가 보기에는) 울다가 지쳐서 자는 것 같았다. 수면교육에 앞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엄마의 굳건한 마음이라고 했는데, 정말이었다.
수면 교육 7일 차인 엊그제, 아이는 입면까지 50분이 걸렸고 나는 포기 직전까지 갔었다. 무거운 맘을 안고 잠을 청한 그날.. 뭔가 이상해서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고 아이는 처음으로 아침 7시까지 10시 반 반을 한 번도 깨지 않고 숙면을 취했다. 그야말로 통잠인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호들갑 떨지 않았다 (평소의 나였으면 온동네방네 다 말하고 다녔을 것이다). 초보맘인 내가 지금까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는 것. 나는 오늘 밤에도 아이방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카메라로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이가 잘 자기를 기도할 것이다.
아이만 크는 것이 아니라, 나도 아이와 함께 커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