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waysAwake Feb 11. 2017

면접에 대한 단상

#. 내가 취한 면접 전략은….

누군가 나를 평가하고 있는 상황은 언제나 부담이다. 특히 면접은 더욱 그렇다. 우리는 을로 전락하여, '아니 면접관들이 단 몇 분만에 나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 거야? 이게 맞는 거야?', 라는 자기 보호적 반론조차 생각할 수 없다. 슬프지만 최대한 그들의 입맛에 맞게 우리를 짜 맞춰야 한다. 무엇이 그들의 입맛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기억 남는 면접이 있다. 어느 기업 최종 면접이었는데, 1:6이었다. 나 혼자 앉고 내 앞에 면접관 6명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담스러웠다. 면접관 측 중앙-보통 면접관 중 가장 최고참이 중앙에 앉는다-에는 회장님의 사모님이 앉아있었다. 회장님이 급한 일로 부재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녀는 미국에서 오래 살다온 사람처럼 생겼었다. 그런 얼굴이라는 게 있다.


면접에서 가장 하기 싫었던 것은, 1분 자기소개였다. 광대놀이 같기도 했고, 말하다 절면 안 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마치 래퍼처럼. 하면서도 오글 거린 것도 기피의 한 몫. 00의 가치를 아는 사람, 00 같은 사람 입니다로 시작하는 그 1분 발언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내용도 아니었고. 이걸 왜 하는 거지, 라는 딜레마적 후회도 있었다. 그래도 많이 연습했다. 복무 신조 외우듯.


다시 1:6의 면접. 나는 마음을 가라 앉히고, 1분 자기소개를 대비했다. 그런데 당혹스럽게도 우리의 사모님은 자기소개를 영어로 해보라고 주문하셨다. 말문이 막힌다는 게 무엇인가를 정확히 체감했다. 26년 인생의 모든 영어 지식을 동원해서 하긴 했지만, 사모님의 성에 차 보이진 않았다. 자기소개 후 별 질문 없이 면접이 끝났고, 결과는 탈락이었다.  


또 다른 면접에서,

"등산을 좋아한다고 이력서에 적혀 있는데? 어느 산이 좋던가요?"라고 건강해 보이는 중년 면접관이 물었다.

"관악산이 좋았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관악산 좋죠. 근데 산 정상에서 보통 무슨 생각을 해요?"

미처 생각지 못한 질문, 제삼자에서 보면 간단하지만 면접장에선 그렇지 않다. 사실 나는 산타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다. 교수님이 가자고 해서 간 거다. 이게 팩트. 거짓의 거짓을 하려면 다급한 상황에선 두뇌 회전이 안된다.

나는 당황해서 빨리 하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라고 답했다. 그 순간 우리 모두 정적. 그 뒤로 완전히 말려들었다. 면접관 질문에 대답은 하는데 정리도 안되고, 뜸도 들이고 정말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합격이었다. 면접관의 입맛이란 도대체 무엇일까라고 생각했었다.


확실한 것은, 사람은 낯익은 것을 선호한다. 그걸 이용해서 그들의 입맛을 맞췄던 것 같은 경험은 있었다.


다시 또 다른 면접,

마지막 발언의 기회.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세요."라고 인자해 보이는 중년 면접관이 말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얼마 전 00 본사를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만약 합격하게 된다면 내가 일하게 될 곳을 보고 싶다는 심정에서였습니다. 하지만 회사 1층 로비에서 제 발걸음은 막혔습니다. 외부인이 출입 신청을 하지 않으면 엘리베이터 자체를 탈 수 없었습니다. 저는 로비 구석에 서서, 사원증을 찍고 자유롭게 위층으로 올라가는 선배분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부럽기도 했고 또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합격한다면 입사 전 1층 로비 구석에 서서 선배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이 감정을, 그 초심을 항상 생각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가만히 복기해보니, 저 말도 오글거리지만, 그 당시에는 말하면서도 후련했다. 일단 소설이 아니었고, 내가 제일가고 싶었던 기업 면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털어내고 있다는 만족감, 그리고 진솔한 감정의 토로. 

마지막 발언이 끝나자, 중앙에 있던 면접관이 웃었다. 자신이 매일 출입하는 그 낯익은 장소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그냥 과거 무언가가 생각나서, 아니면 나의 당돌함에, 그때 그분이 왜 웃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더 이상 그 회사  1층 로비에서 발이 묶이지 않게 되었고, 나의 발언에 웃은 그분은 우리 본부를 이끄는 본부장님이 되셨다.  




면접 볼 회사에 찾아간 것은 반은 감정, 반은 전략이었다. 어떻게 하면 나를 다른 지원자들과 다르게 어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나온 전략이었다. 면접도, 세상살이도 결국 고민하고 전략 있는 사람에게 유리한 셈이다. 나는 여전히 그렇게 믿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퇴근 후 SNS 업무 지시에 대한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