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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waysAwake May 29. 2017

<87% : 스마트폰 중독>

나의 하루는 핸드폰을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화면을 끄면서 마무리된다. 이런 행위가 몇 년 동안 허기처럼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나는 특히 스마트폰을 자주 본다. "너 스마트폰 중독이야"라고 누군가 말했을 때, 이제 나는 "맞아"라고 시인한다. 가만 돌이켜보면 직장을 다니고 휴대폰 보는 횟수가 급증했다. 카카오톡이 문제의 원흉이다. 아마 수많은 직장인들이 동감할 것이다. 업무라는 이름 하에 하루에도 몇 개씩 탄생하는 단톡 방, 이진법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가상의 텍스트. 카카오톡 없었을 때 회사 업무가 어찌 진행되었을까?, 궁금했었는데 언젠가 부장님이 말끔히 해소시켜주셨다. "그때는 하루에 전화를 몇 백통씩 했었다." 과거고 현재고 편안한 시절은 역시나 없었다..


사실 문제는 카카오톡을 제외하고도 나는 수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을 보는데 허비함에 있다. 뉴스, 주식 계좌, 인스타그램, 유튜브, 네이버 등. 나의 두뇌는 끊임없이 정보를 탐욕하고 나는 클릭하여 그 탐욕을 해소하고, 금방 잊어버리고 그걸 반복한다. 나의 스마트폰 이용 방식은 조루성 단타다.


오늘도 퇴근하고 운동하러 가기 전에 잠시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40분가량 만지작 거리고 후회했다.

야근 없는 회사 생활을 지향하면서도 정작 퇴근해서 스마트폰이나 보며 좀비처럼 누워있는다면, 사실 일하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일하면 뭐라도 배우니까. 멘탈 강화라든지.


어느 조사 단체 리포트에서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의 약 80%가 스마트폰 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응답자의 87%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응답자의 54%는 스스로 자신들이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을 시인했다고 한다.


통계 수치가 너무 커서 약간 놀랍긴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이해 간다. 우리는 탯줄처럼 스마트폰에 연결되어 있다. 지하철에서 당신 스마트폰에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보면 확인할 수 있다. 탯줄에 연결된 수많은 우리의 동지들을.


그렇다면 도대체 탯줄의 양분은 무엇일까? 나는 무언가에 대한 결핍이라 생각한다. 정보의 결핍뿐만 아니라 삶의 심심함을 버티는 힘의 결핍, 외로움을 이겨내는 힘의 결핍. 이런 것들이 카스텔라 빵의 크림 테두리처럼 한데 어우러져 꼬여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미련, 삶에 대한 미련으로 응고된다.


쉬운 예가 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금을 보내지 못하는 날에는 관계에 대한 외로움에, 불 끈 침대 위에서는 하루에 대한 아쉬움에 우리는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더 강력하게 쳐다보곤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에 보이는 것이 지인의 멋진 인스타 사진이 아니라, 반사되어 비치는 나의 미련 남은, 쓸쓸한 얼굴임을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 척할 때가 많다. 지금 컴퓨터로 이 글을 쓰면서도 스마트폰을 여러번 쳐다보았다. 정말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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