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너무나 기분 좋게 웃을 때가 있다. 그때가 언제냐면, 어떤 사람이든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이 내가 평소에 하는 행동과 비슷할 때, 왠지 모르겠지만 기분 좋게 웃기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네.' 중얼거리며 정말 활짝 웃는다. 웃을 때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감정을 조금 통제하며 덜 웃으려고 노력할 때가 많다. 혼자 있을 때야 말로 예쁘지도, 하얗지도 않은 누래보이는 치아와, 눈가의 주름, 웃을 때 빵빵해지는 볼살, 너무 크고 기괴한 웃음소리는 아닌지, 이 상황에서 웃어도 되는지 등 아무 신경 쓰지 않으며 눈치 안 보고 있는 그대로 활짝 웃을 수 있다.
물론 편한 상대와 같이 있을 때 함께 웃는 것도 너무 좋다. 더 다양한 웃긴 상황이 자주 펼쳐지고 다른 사람이 웃는 모습이나 웃는 소리가 웃겨서 더 웃기도 하고, 숨을 못 쉴 정도로 웃기도 하며 광대뼈나 머리가 띵하게 아플 때까지 웃기도 한다. 이렇게 함께 웃는 것과 혼자 웃는 것은 다른 매력이 있다.
코로나 이후로 다른 사람과의 대면이 줄어든 요즘, 혼자 있는 공간에 혼자 시간을 보낼 때가 아무래도 많아졌다. 안 그래도 한 살 한 살 먹으며 웃을 일이 줄어드는 요즘은, 정말 웃음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삶이 왜 이리 무료한가, 중얼거리며 너무 안 웃는 것 같아 웃긴 자료나 영상을 일부러 찾아서 웃기도 한다. 정말 운 좋게 혼자 있을 때도 웃음소리가 세어 나올 만큼 웃긴 것을 발견할 때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너무 기분이 산뜻해진다.
가끔 사람들이 취미가 무어냐고 물어보면 나는 '웃긴 것을 찾아본다고' 대답하는데, 사람들의 표정은 대부분 썩 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왜 내가 볼 땐 정말 웃긴 자료나 웃긴 영상을 찾아 지인의 흥미로운 반응을 한껏 기대하며 보내주면, 왜 다 재미없다고 하는 것인가.' 정말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그나마 웃음 코드가 비슷한 지인에게 보내면 나름 나쁘지 않은 반응을 보이지만, 이런 반응을 보는 것도 드물고, 힘들다. 아마 70% 이상 연기일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바람일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의 배우자나 애인과 '웃음 코드'가 맞으면 행복지수가 훨씬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원룸에 혼자 살다 보면 옆집이나 윗집에 사는 집은 1인 가구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이상하게도, 묘하게도, 유일하게도 기분 안 나쁜 층간소음은 바로 '웃음소리'다. 웃음소리가 들릴 때면 '뭘 그리 재밌는 일이 있으실까, 어떤 재밌는 걸 보고 계실까, 이 순간을 행복하게 보내시고 있구나, ' 하며 궁금해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웃고 있지 않은 나의 상황과 의도치 않은 비교를 하게 되면서 괜스레 희비가 교차할 때도 있다. 내 생각에 웃음은 행복과 적지 않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자취 중이거나, 혼자 사는 사람은 밑에 제가 혼자 살면서 겪고 느낀 상황들을 보시고 공감된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짓게 되실지도 모르겠다.
자기 전에 양치질을 하고 나면 이상하게 간식이나 커피나 특정 음식이 먹고 싶어 진다.
평소에 운동을 안 하고 있다가 샤워를 하고 나니까 갑자기 운동이 하고 싶어 진다.
특정 시간에 자야 하는데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 지거나 갑자기 일기가 쓰고 싶어 지고 공부가 하고 싶어 진다.
혼자 사니까 '므흣'한 것들을 자유로운 음향조절을 하며 마음 편히 볼 수 있어서 매우 좋다.
배달 음식을 먹고자 마음을 먹고 앱을 켜 메뉴를 보면 나도 모르게 30분 이상을 고민하고 있다.
배달 음식도 '가성비'를 따져 한 끼용 음식, 두 끼 이상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상황에 따라 시켜먹는다.
집에서 속옷 차림으로만 있다가 배달 음식이 문 앞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으면 잠깐 고민한 후에, 타이밍을 잘 맞춰 문을 아주 살짝만 열고 손만 내밀어 잽싸게 음식을 집 안으로 낚아챈다.
배달 음식을 먹고 분리수거에 손이 참 많이 가고 한 편으로는 플라스틱이 너무 많이 나와 걱정도 되고 기분이 묘하다.
생수병을 배달시켜도 문 앞에서 집 안에 물을 보관하는 곳까지 잠깐 옮기는 것도 너무 무겁고 힘든데, 배달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함과 죄송함을 동시에 느낀다. 그래도 편해서 끊기가 힘들다. 직접 주변 편의점에서 2리터짜리 6병이 든 생수를 몇 차례 사 왔지만 너무 힘들다.
맛있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후에 그 즉시 식기나 용기나 쓰레기를 치우는 게 너무 힘들다.
나는 라면을 끎여 먹는 전용 양은 냄비가 하나 있는데, 라면을 먹은 후 물에 담가놓고 다음 라면을 먹을 때까지 설거지를 자주 미룬다.
친구 방문이 늘 썩 반갑지만은 않지만 그 덕분에 대청소를 할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좋고 고맙다.
창 밖으로 누군가 싸우는 소리가 들리거나, 사이렌 소리가 들리거나, 쓰레기 수거 차량 소리가 들리거나, 소독차 소리가 들리거나, 갑자기 비 오는 소리가 들리면 아주 흥미롭게 창문에 고개를 쑥 내민다. 그러고는 맞은편 건물의 누군가와 한 번씩 눈이 마주치고 서로 순식간에 못 본 척 창문을 닫는다.
원룸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을 마주치면 괜히 긴장되고 너무 어색하다. 평소에 이웃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아 아직도 '얼굴'을 모르겠다.
하루 계획을 짜서 하루하루 계획을 실천하려고 종이나 데일리 플래너에 적어보지만 일주일 가기가 힘들다.
빨래 건조대는 빨래 건조용이 아닌 장식품, 옷걸이가 되어버렸다.
한 번씩 새벽 3~5시에도 밝게 불이 켜져 있는 옆집이나 윗집, 맞은편 건물을 무심코 바라보면 '저 사람은 도대체 뭘 하시길래 안 자고 계시나..' 혼잣말하며 그제야 나도 안 자고 있었다는 걸 자각한다.
가끔씩 너무 신이 날 때 그 누구도 보고 들어서도 안 되는 막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이것은 절대 그 누구도, 가족에게도,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애인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춤 선과 노래 실력, 표정이다. 각종 즉흥 연기와 상황극 연출도 마찬가지. 또 마음에 안 드는 누군가가 있으면 샌드백을 대신해 베개나 두꺼운 이불에 분풀이를 하기도 한다.
나이를 먹으니 혼잣말이 잦아진다.
가끔씩 밤에 창문을 열어놓으면 엄청 큰 기침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온다. 정말 이상하지만, 미친 것 같지만 나도 한 번씩 기침이 크게 나오려고 할 때면 창문에 얼굴을 가져가 기침할 때도 있다.
좀, 자주, 더 크게 웃고 싶다. 웃을 일이, 웃을 날이 갈수록 적어지지만, 웃음에도 더 관심을 가지고 웃음을 찾다 보면 어느샌가 행복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