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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vvvvvibra Jun 13. 2019

"나 여기 있소" 손 흔드는 거리의 간판들_0611

#서울을 취재합니다

맥도널드 서초 뱅뱅점 Photo by Vibra

"나 이렇게 트렌디해"

전부는 아니지만 대기업 위주의 작고, 깔끔한 간판으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진 속 맥도날드가 대표적이다. 간판이 빌딩의 면적을 좀먹지 않는 광경을 참 오랜만에 봤다. 그럴 만도 하다. 맥도날드를 누가 모를까? 매장 안 1020부터 6070까지 수많은 연령대가 각각 모여 있는 광경이 그리 낯설지 않다. 인지도보다 브랜딩에 집중해야 하는 대기업. 이제는 "나 이렇게 트렌디해"라고 '뽐내고' 있다. 사견으로는 스타벅스, BR31, 할리스커피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스타벅스는 이런 분야에 있어서 가장 많은 노력을 가하는 브랜드가 아닐까, 맥도날드보다 더)


건대 맛의 거리 Photo by Vibra

반면, 동네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가게의 간판들은 대부분 커다란 직사각 형안에 꽉 들어찬 글자, 시선을 빼앗는 원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디서든 "나 여기 있소" 하고 손을 흔드는 듯하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이런 간판들이 거슬렸다. 빌딩이 얼마나 이쁘든 무슨 소용인가. 형형색색의 직사각 간판이 무수히 달리는 순간 빌딩은 그 뒤로 숨어버린다. 작고, 이뻤으면 얼마나 좋을까


건대 맛의 거리 Photo by Vibra

"나 여기 있소"

스스로 구시렁거리듯 내뱉은 한마디에 생각이 트였다 영화 '극한직업' 속 류승룡 배우가 열연한 고 반장의 대사 '목숨 걸고 일하는 소상공인'들의 외침이 간판이다. 대한민국의 소상공인들은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살기에 목숨 걸고 일한다고 말한다. 목숨 걸고 장사하기에도 바빠, 나 좀 봐달라 언제고 외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의 외침을 형형색색의 간판이 대신하고 있다. 


얼굴도 모르는 소상공인들에게 미안했다. 나의 어머니도 큰 간판으로 "나 여기 있소"를 외치던 소상공인이었다. 작은 프랜차이즈의 떡볶이를 팔아가며 나와 내 동생을 먹여 살렸던 날들. 장사가 잘 되는 날, 어머니는 이마에 맺히는 땀도 닦지 못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나는 맨날 그 웃음을 보고 싶었다.


다음 날, 약속이 있어 들린 건대 맛의 거리를 찍으며 생각했다. 간판에는 수많은 삶이 있다. 조금 더 바라보면 그 속의 이야기가 있다. 그러니 더 이상 형형색색의 간판들이 즐비한 길거리가 불쾌하지 않다. 나의 사진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앞으로도 담길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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