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케이스, 내가 원하는 색감으로 뽑아내기
지난번 마우스패드 편을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마우스패드를 3천 장을 찍어 판매를 시작하며 본격 진짜최종 스마트스토어를 오픈하였다. 3천 장이나 찍다니 지금 생각해도 무모하지만, 그 후 근황을 전하자면 상품 하나로 시작했던 진짜최종 스토어에는 어느덧 8개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마우스패드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아직 방구석 한편에 2000장이 넘는 마우스패드가 박스채로 쌓여있는 것을 보면 부자가 된 것처럼 뿌듯하다.
8개의 상품을 제작하며 이것저것 배운 것들이 많다. 처음이라 멍청하게 날려먹은 피 같은 내돈들의 결과로 나는 “아 처음부터 이렇게 할걸!”과 같은 교훈을 얻었고 스스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또 다른 분들이 내 글을 보고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로 기록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누가 공유해줬더라면 좋았겠지만 돈 날리며 터득한 것을 쉽게 알려주는 천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내가 천사 인척을 해보자. 물론 나는 전문가는 아니기에 내가 쓰고 공유하는 글들이 다 옳은 제작 방법은 아니다. '매뉴얼'이라는 말을 쓰기에도 거창할 수 있다. 누군가 내 글을 보고 '저 븅... 저런 멍청한 짓은 하지 말아야지'라는 교훈을 얻었다면 충분하다. 굿즈를 제작하려는 분들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가볍게 읽으며 머릿속으로 제작 과정을 시물레이션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오늘의 주제는 휴대폰 케이스이다. 나는 마우스패드 판매에 힘입어 디자인을 그대로 담은 휴대폰 케이스 제작을 계획했다. 마우스패드의 디자인을 토대로 휴대폰 케이스에 맞게 바리에이션만 하면 끝나는 작업이기에 디자인 작업에 있어서 크게 어려 점은 없었다. 문제는 제작 과정에 있다. 케이스가 나오는 데까지 무려 한 달이 넘게 걸렸고 거래업체도 세 번이나 바꿨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휴대폰 케이스의 종류는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하드케이스(스냅 케이스), 터프 케이스(겉면은 하드케이스 안쪽으로는 분리 가능한 실리콘 소재가 한번 더 덧대어진 케이스로 보호 측면에서 우수하다), 젤리케이스 정도이며 더 많은 종류와 재질이 있지만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휴대폰 케이스의 종류는 크게는 이렇게 세 가지이다. 단가로 따지자면 터프 케이스> 하드케이스> 젤리케이스 순이다.
하드케이스의 소재는 폴리카보네이트(PC)이다.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이 소재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의 종류이며 충격에도 강해 건축물의 자재로도 많이 사용된다. 하드케이스는 폴리카보네이트에 3D 곡면 인쇄 방법을 통해 만들어진다. 케이스의 특성상 좌우 옆면 곡면까지 인쇄가 이루어져야 되기에 필름에 디자인을 인쇄하고 이 필름지를 무지의 폴리카보네이트 케이스에 올려 열 승화 전시를 통해 제품을 완성한다.
나는 하드케이스 제작을 결정하였고 기존 마우스패드 디자인을 활용하여 쉽게 디자인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마우스패드와 마찬가지로 여섯 가지의 색상과 디자인으로 출시하기로 결정하였다.(체크할 색상과 디자인이 늘어났다.) 디자인이 대략적으로 완성되었다면 샘플링을 진행할 업체를 선정하고 템플릿을 요청하여 그 템플릿에 맞게 디자인을 적용하여 발주하면 된다.
*발주하기 전 꼭 실사이즈로 출력하여 크기와 정렬을 체크하고 조정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조정해주는 것이 좋다.
디자인을 완료하였으면 샘플링을 진행해야 한다. 업체를 선정하고 나의 디자인을 실물로 제작하여 색상이 내가 원하는 데로 나오는지, 내가 기대하는 퀄리티에 가까운지, CS는 신속하고 친절하게 이루어지는 등을 체크하는 작업을 함께 진행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세 번이나 업체를 바꾸었다.
퀄리티
퀄리티는 업체마다 크게 상이하지는 않지만 간혹 판매 못할 정도의 제품을 보내는 업체들이 존재한다.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좋다. 퀄리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인쇄 품질'이다. 색상은 구매에 큰 영향을 끼친다. 결과물이 원하는 데로 출력되지 않았다면 원본 파일을 다시 조정하여 원하는 색감이 나올 때까지 샘플링을 진행해야 한다. 나는 이 과정에서 40만 원을 가볍게 해 먹었다.
CS
응대를 얼마나 신속하고 친절하게 해 주는지도 체크포인트이다. 나는 주문제작 방식으로 일정 주문량이 들어오면 발주를 넣는 식으로 판매를 했기 때문에 업체와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했다. 간혹 메일을 보내도 하루 이틀 뒤에 답변을 주거나 전화연결은 꿈도 못 꾼다면 퀄리티가 아무리 좋아도 거래를 진행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주문제작&위탁배송 가능 여부
주문제작 방식은 주문이 들어오면 제작 발주를 하는 것이라 재고를 쌓아두지 않아도 된다는 큰 장점이 있다. 또한 한정된 기종이 아니라 다양한 휴대폰 기종으로 판매가 가능하다.(갤럭시, 아이폰, LG 등) 소규모로 판매를 진행하는 나와 같은 판매자에게 매력적인 판매 방식이다. MOQ(최소 수량)에 맞추지 않고 1개라도 주문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고, 아이폰 기종만 판매하여 갤럭시나 LG 휴대폰을 사용하는 잠재고객을 놓치는 일도 줄어든다.
여기에 위탁배송까지 가능한 업체라면 원스톱으로 구매자에게 배송까지 완료할 수 있다. 위탁배송은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면 배송까지 거래처에서 담당해주는 것이다. 포장 자재(포장지, 배경지, 라벨 스티커)를 거래처에 미리 보내 놓고 케이스를 발주할 경우 거래처에서 패킹까지 완료하여 나를 대신하여 구매자에게 발송해준다.(개꿀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위탁배송은 진행하지 않았다.
구매자에게 전달되기 전 상품의 상태가 어떤지 내가 검수를 해야 안심이 되었다. 업체들은 내 상품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보다 꼼꼼하게 검수를 하지는 않는다. 불량품이나 패키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좋은 리뷰를 기대하기도 힘들고 냉정한 소비자는 다시는 내 상품을 찾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주문량이 엄청 많거나, 거래처 사장님이 우리 아빠가 아니라면 본인이 제품을 받아 꼼꼼하게 검수하고 정성스럽게 포장하여 보내주는 것을 추천한다!
샘플링을 처음 진행했던 A업체는 팔지 못할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줘서 받자마자 거래를 끊었고 B업체는 인쇄 퀄리티는 좋으나 CS 처리가 엉망이었다. 메일을 보내고 회신을 받으려면 족히 이틀은 기다려야 했다. C업체는 굉장히 친절하게 응대해주고 일처리를 빠르게 해 주셨다. 또한 피드백 반영도 잘해주셔서 샘플을 뽑을수록 괜찮은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거래처에 관한 질문은 받지 않으려고 한다. 업체까지 알려준다면 직접 거래처를 고르고 제작해보는 과정을 건너뛰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일말의 배움도 사라진다.
세 번의 업체를 바꾸며 느낀 것은 모니터에서 아무리 색상을 잘 맞춰도 폰케이스에 인쇄되어온 색상이 너무 달랐다. 너무너무 달랐다.(그것도 업체 모두)
6가지의 디자인의 색상을 모두 체크해야 되었기에 마지막에 가서는 또 일을 쳐 벌린 나 자신을 원망하며 눈물을 훔쳤다. 한 개의 디자인당 색상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같은 디자인으로 많게는 10개 이상의 샘플을 주문하여 비교해야 했다.
이 중 원하는 색상이 있다면 럭키지만, 나는 수차례 색상을 다시 조절해야 했고 나중에는 파일이 너무 많아 이 케이스는 어떤 파일이었지? 어떤 게 진짜 최종이야?.. 와 같이 파일마저 헷갈리는 대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색상을 맞추는데 돈을 절약하고 추후 다른 케이스를 디자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만한 색 매칭 팁을 공유한다.
첫 번째. 컬러 팔레트를 만든다.
첫 번째 추천 방법은 컬러 팔레트를 제작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Yellow 색상의 폰케이스를 만들 것이라면 톤, 채도 등을 다양하게 하여 10개의 Yellow 케이스의 샘플을 받아 비교하는 것도 방법이다.(내가 한 짓) 하지만 비용이 10배로 들어가고 10개 중에 내가 원하는 색이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럴 때 컬러 팔레트를 제작한다면, 하나의 케이스에 많게는 100개가 넘는 Yellow 색상을 넣어 인쇄하여 비교할 수 있다. 나는 50만 원 가까이 날려먹은 후에야 이 방법을 터득하여 휴대폰 기종 중 면적이 가장 큰 기종 (ex 아이폰 맥스)으로 색상 컬러칩을 만들어 원본 일러스트 파일과 비교하며 색상 매칭 작업을 진행했다. 유광/무광 재질의 색상은 또 다르기 때문에 두 가지 케이스에 같은 컬러칩을 제작하였고 컬러 팔레트는 추후 다른 디자인을 진행할 때도 참고했다.
*업체별로 컬러 팔레트를 요청하면 받을 수 있는 곳도 있다. 다만 먼저 요청하기 전까지 주지 않는 곳이 많다. 진행 전 컬러 팔레트 샘플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문의하고 필요에 따라 내가 직접 만들어서 발주한다.
두 번째. 하나의 케이스에 3가지 이상의
색상을 넣어 비교한다.
두 번째는 하나의 케이스에 3가지 이상의 색 조합을 넣어 비교하는 방법이다. 디자인에 두 가지의 색상이 들어가는 경우 추천한다. (ex. 배경색은 블루, 글자색은 옐로)
이 방법을 터득하고 나는 제품 출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시간과 돈을 아끼고 감정노동까지 덜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더 많은 색상을 비교해보고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의 색감 또한 더 좋아질 수 있었다.
휴대폰 케이스의 제작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지만, 더 큰 산이 남아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포장’이다. 어떻게 포장하여 판매할 것인지도 제품만큼 중요하다.
패키지는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제품의 첫인상이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상품을 더 아름답게 보이는 효과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휴대폰 케이스의 포장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한다. 배경지를 뽑는 과정부터 라벨 스티커, 안전하게 배송하기와 같은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제품 사진 촬영에 관한 이야기도 살짝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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