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렌 Apr 03. 2024

자녀교육, 아니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한 미스테리

어느 날 갑자기 바뀐 아이.

판데믹이 절정에 있을 때 이런 글을 썼었다.

그런데 2022년 말이 지날 무렵 아이가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별다른 계기도, 이유도 알 수 없었는데 확신하게 된 것은 작년 초였다. 노력이나 과정의 중요함, 집중하는 연습 같은 것에 대해서는 아직 만족할만큼의 변화는 없는데 도덕, 양심, 태도에 있어서는 아예 다른 아이가 되었다. 그 전에 날 절망스럽게 하던 아이는 온데간데 없고 평범한 아이가 되어 내 앞에 있다.


무척이나 다행이나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뭘 해도 안 될 때는 언제고 갑자기 아무런 계기도 없이? 뭔가 큰 계기가 있어도 될까 말까한 변화가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다고?


하여튼 덕분에 나와 아내는 근래 들어 아들에 대해서만큼은 매우 안심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론 아무리 따져봐도 이해는 가지 않는다. 부모가 물심양면으로 뭘 어떻게 해도 부끄러움도, 반성도, 후회도 없던 아이가 어떻게 갑자기 그토록 바래마지 않던 '평범한' 아이가 된 것인지.


어쩌면 아이의 성장이란 매일매일 이어지는 일상에서 조금씩, 어떤 맥락을 가지고 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아이만 그런 게 아니라 사람 자체가 그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에 다 적을 수는 없지만 난 아버지가 환갑 넘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부정적인 면에서 긍정적인 면으로)으로, 마치 동전 뒤집듯 생활 습관을 바꾼 것을 본 적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그 때는 한 사건으로 인해 바꾼 것이긴 한데 사실 그것도 따져보면 그만한 사건이 없어서 나쁜 습관을 바꾸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목숨이 걸린 일도 있었고 경찰에 체포될만한 일도 있었고 온 가족이 불행에 몸부림치며 사정 했던 적도 있었는데 당신은 어쨌든 꿈쩍도 안 했었던 것 뿐이다.


어쩌면 사람은 선을 쭉 이어 그어나가듯 자신을 꿔나가고 개선, 진보, 혹은 성장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마치 맺고 끊듯, 책  한 챕터나 한 장을 넘기듯 때론 맥락 없이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면에서 보면 개과천선이란 실제로 존재는 할 것 같다. 사람을 타자가 고쳐쓸 수는 없지만, 사람은 누가 고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게 의지적인 것인지 아닌지는 알 도리가 없다.


지금 난 그저 아들을 볼 때마다 놀랄 뿐이고, 대견할 뿐이고, 큰 시름을 놓아 편안할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1%? 10%? 문제가 인세%였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