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입장! 문이 열리고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마중 나온 최측근의 손을 잡았다. 환호하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 박수를 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를 축하하러 모였다.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순수한 기쁨이었다.
오래 미뤄 온 숙제를 올해 해치웠다. 둘이 잘 지내면 됐지 결혼식을 꼭 올려야 할까? 같이 산 게 몇 년인데 새삼스럽고, 돈 아깝고, 귀찮고. 부모님이 눈치 주지 않았더라면 은근슬쩍 넘어갔을 거다. 꾸물꾸물 예식장을 알아보고, 스튜디오 사진을 찍고, 드레스를 고르면서도 마찬가지. 한껏 꾸미고 예쁜 옷 입는 재미는 있었다만 걸음걸음 돈 나가는 게 속이 탔다. 겨우 하루, 아니, 한순간을 위해 이 난리라고? 결혼식 날까지도 그랬다. 행진하며 사람들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내가 결혼식을 준비하며 고집한 건 딱 하나, 입장곡이었다. 식장을 알아보기 전부터 이 곡으로 정해놨었다. 좋아하는 게임 <드래곤 퀘스트>의 OST. 웅장하고 씩씩한 이 곡의 분위기도 좋아하고, 용사가 동료와 함께 세상을 구한다는 게임 내용도 좋아한다. 복잡한 플롯은 필요 없다. 결국은 승리하는 이야기 속 용사가 되고 싶다. 세상을 구하진 못해도 우리의 인생은 스스로 구할 용사가 되고 싶다. 식장을 가득 채운 응원을 떠올리면 어떻게든 될 것 같다.
그렇게 4월에 기념일이 하나 생겼다. 파란 하늘 아래 새하얀 벚꽃잎을 보면 그날의 박수 소리가 흩날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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