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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Dec 13. 2024

하길 잘했다, 결혼식

신부 입장! 문이 열리고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마중 나온 최측근의 손을 잡았다. 환호하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 박수를 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를 축하하러 모였다.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순수한 기쁨이었다.


오래 미뤄 온 숙제를 올해 해치웠다. 둘이 잘 지내면 됐지 결혼식을 꼭 올려야 할까? 같이 산 게 몇 년인데 새삼스럽고, 돈 아깝고, 귀찮고. 부모님이 눈치 주지 않았더라면 은근슬쩍 넘어갔을 거다. 꾸물꾸물 예식장을 알아보고, 스튜디오 사진을 찍고, 드레스를 고르면서도 마찬가지. 한껏 꾸미고 예쁜 옷 입는 재미는 있었다만 걸음걸음 돈 나가는 게 속이 탔다. 겨우 하루, 아니, 한순간을 위해 이 난리라고? 결혼식 날까지도 그랬다. 행진하며 사람들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내가 결혼식을 준비하며 고집한 건 딱 하나, 입장곡이었다. 식장을 알아보기 전부터 이 곡으로 정해놨었다. 좋아하는 게임 <드래곤 퀘스트>의 OST. 웅장하고 씩씩한 이 곡의 분위기도 좋아하고, 용사가 동료와 함께 세상을 구한다는 게임 내용도 좋아한다. 복잡한 플롯은 필요 없다. 결국은 승리하는 이야기 속 용사가 되고 싶다. 세상을 구하진 못해도 우리의 인생은 스스로 구할 용사가 되고 싶다. 식장을 가득 채운 응원을 떠올리면 어떻게든 될 것 같다.


그렇게 4월에 기념일이 하나 생겼다. 파란 하늘 아래 새하얀 벚꽃잎을 보면 그날의 박수 소리가 흩날릴 것 같다.



* 인스타그램에서 더 가까이 만나요! > @summer_un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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