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eting Leadership
누구나 부모가 되지 않는다.
출산율 0.81
적당한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일이 당연한 것이 아닌 세상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가 되는 일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부모가 된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그 어려운 일을 13년째 하고 있다. 그러나 나도 지금의 젊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결혼과 출산을 거부했었다. 20대의 나는 나의 인생에 결혼이란 건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한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부모가 되는 일은 더더욱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결혼, 아이 그 모든 건 내가 성공하는 인생을 사는데 분명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혼자 잘 살면 그만이지 왜 꼭 가정을 만들어야 하지?
2024년, 현재의 나는 그런 망측한 생각을 언제 했는지 까마득하게 잊어버릴 정도로 '부모 되기'에 진심인 삶을 산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게 얼마나 가슴 벅차고 스스로 성장하는 일인지 모른다. 심지어 스스로가 부모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를 잘 자라게 하는 일이 최고의 혁신이라는 믿음을 가진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다. 인생이란 정말 한 치 앞을 모를 일이다.
최근 여자 후배들에게 종종 듣는 질문은 2가지의 '어떻게'다.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되셨어요?" "어떻게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셨어요?" 그들의 모습에서 20대의 내가 보이기도 했다. 결혼과 육아가 나의 커리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두려움에 가득 찬 모습 말이다. 내가 그런 그들에게 하는 말은 딱 한 가지다. "결혼은 선택이지만, 부모는 꼭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인생에서 누군가가 나 때문에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고 말이다.
부모가 된다는 의미는 단순히 출산을 하는 생물학적인 의미보다 그 후에 양육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로 '리더십'과 같다. 내가 세상에서 강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가 아이이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그 정도 영향력을 가지려면 창업자가 되거나 사장정도는 되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권위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 위치를 잘 발전시키면 엄청난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다. 내가 어떤 태도로 어떤 전략을 가지고 아이를 양육하느냐에 따라서 그 아이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이만큼 엄청난 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 나는 부모가 된다는 건 인생에서 최고의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는 리더십
아이를 키우는 것은 커리어를 희생하고 체력이 고갈되는 노동이 아니다. 아이라는 멋진 팔로워를 만나 숨겨진 나의 리더십을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의 가치가 달라진다. 부모라면 다 공감할 텐데 모든 아이는 내 맘대로 되지 않고 특히 우리 집 아이가 그렇다. 혹시나 내가 낳았다고 해서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큰 오산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객체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이끄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경계 (Boundary)
이 점이 조직에서 리더가 되었을 때의 상황과 매우 닮아있다. 조직원들도 모두 내 마음 같지가 않다. 당연하지 않은가?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 마음대로 일을 하고 결과를 가지고 오겠는가? 특히 조직이 주니어 중심으로 이루 졌다면 더 그렇다. 그들을 잘 키워야 내가 일하기 편해진다. 그럼 어떻게 그 조직원들을 키우고 이끌 수 있을까? 이 지점이 아이를 키우는 것과 많이 닮아있다. 아이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일은 경계를 지정해 주는 일이다.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하면 안 되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경계는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나의 경계를 넘어가거나 남의 경계를 무너뜨렸을 때 그 일에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한다. 그럼 아이들은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조절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쉽지는 않다. 수도 없이 많이 경계를 넘어서는 시도를 한다. 그럼 책임을 지게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한다.
조직에서 같은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단다. 회사에서 어떤 일까지 할 수 있고, 내가 이 일을 통해 어떤 점을 기대하는지 어떤 점은 원하지 않는지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내가 말한 원칙이 지켜진다면 다른 건 모두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그럼 그 경계 안에서 구성원들은 자신만의 성과를 만들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 그게 바로 리더십이 발현되는 지점이다.
Who you are vs What you did
아이를 키우면서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어릴 때는 이유도 없이 계속 울 때 (물론 아이는 이유가 있다!), 방금 청소한 집을 어지럽힐 때, 힘들게 일하고 집에 들어와서 저녁을 차려줬는데 밥을 먹지 않을 때, 숙제는 안 하고 게임을 할 때 등 아주 사소한 일들이 나를 화나게 한다. 그러나 이건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동 심리, 교육의 전문가들 자신의 아이에게 화를 낸다. 부모들이 화를 내는 건 아이가 좀 더 나은 행동을 하기를 바랄 때다. 아이 존재가 싫어서가 아니다. 그러나 부모가 화를 내면 아이들은 엄마가 아빠가 나를 싫어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화를 낼 때 이 점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훈육을 할 때 필요한 건 '분리 전략'이다. 아이의 존재와 행동을 분리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넌 정말 안 되겠다" "네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안 혼났을 거야!"라는 말 대신 "네가 한 그 말이나 행동보다 이렇게 행동했다면 어땠을까?"라고 그 행동에 대한 수정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럼 아이는 자신이 더 나은 행동을 하는 게 부모와의 완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회에 나가서도 통하는 법임을 알게 된다.
이런 훈육의 상황은 조직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모든 구성원이 고성과자일 수 없다. 스스로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구성원이 발생한다. 그럴 때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처럼 감정이 먼저 올라온다. "왜 이것밖에 하지 못하지?" "이 정도로 만족한단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들면 피드백도 감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때 잠시만 생각해 보자! 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그 사람 존재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성과를 내지 못한 그 행동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일의 종류가 맞지 않을 수 있고 내가 가이드를 잘못 주진 않았는지? 말이다. 그리고 "00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네요."라는 말 대신 "00님이 더 나은 성과를 만들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했을까요?"라고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도 Who you are와 What you did를 구분하자!
나를 키우는 아이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인가? 아이가 나를 키우는 것인가? 나는 부모가 되고 나서 매일매일 자라고 있다. 아이는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기회를 제공하고 내가 그 기회를 잘 활용하면 정말 그렇게 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양육은 나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리고 그건 마음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그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전략들이 잘 발휘된다면 나는 집 안팎으로 좋은 리더가 되어 있을 것이다.
혹시 자신의 커리어 때문에 부모가 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면, 리더가 되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보자! 그럼 생각이 조금 달라질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이런 나의 이런 생각과 맞닿아있는 TED Talk이 있어서 함께 소개한다.
The most important parenting strategy
https://youtu.be/PHpPtdk9rco?si=WKLxwo1Zz8Sr8G2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