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한 달간, 희소코치님과 함께 하는 셀프북코칭 모임에서 게리켈러의 <원씽>을 읽으며 나에게 중요한 단 하나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항상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의 리스트들 속에서 시간이 없다고 피곤하다고 외치는 저의 모습을 보며, 지금 제가 다뤄야 할 하나의 원씽은 몸과 마음의 건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상태를 알아차린 지는 3~4년 정도 되었습니다. 결혼 후 남편과 휴일이 다른 덕에 오롯하게 주어진 주말시간을 결혼 전과 다름없이 알차게 쓰고 싶었고, 이전의 생활반경과 달라졌음에도 주말마다 무언가를 배우거나 사람들과의 교류를 위해 시간을 썼습니다. 코로나로 외출이 어려워지던 시기에 코칭을 만났고, 코칭 수련이 코로나로 뜸할 수밖에 없었던 배움과 연결의 아쉬움을 채워주고 삶의 목적과도 연결되며 큰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아버지의 병환이 깊어지신 후 이별의 날까지 딸로서의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회사에서의 역할은 기본으로 가져가면서요. 그렇게 일상을 살아오다 보니 저에겐 여유가 없습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보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변화를 만들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는 변화관리과정에서 이야기한 현재 상황에 도전하는 것의 어려움과 연결될 것입니다. 저의 현재는 ‘내 삶을 잘 살아가고 싶다’는 저의 선한 의도로부터 나와서 제 나름대로의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선택들을 해온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거나 버리는 것이 저에게는 지금도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원씽>을 읽으며 포스트잇으로 나의 원씽 찾기 활동도 함께 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틈틈이, 내가 하고 있는 것, 해야 한다 느끼는 것, 나의 씽(Things)들을 포스트잇 하나에 한 개씩 적고, 가까이 자주 볼 수 있는 벽에 붙였습니다. 하고 있고 해야 한다고 느끼는 일들이 쉼 없이 적을 수 있다는 사실이 지금의 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결국 포스트잇이 모자라서 거기까지만 적은 것들로 우선순위대로 배치해 보며 유사한 것들을 묶어 내가 무엇을 위해서 그것을 하려고 하는가,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적어보았습니다. '나의 일로 기여하는 삶', '사람들과 연결된 삶'과 관련한 활동들이 많았지만, 그보다 우선순위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즐거운 삶'이었습니다. 머리로 그렇다고 생각했던 것을 실제 손으로 작업하고 눈으로 보며 저에게 필요한 변화의 우선순위를 다시금 새길 수 있었습니다.
John Kotter의 CM모델에 비추어 저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저에겐 위기감도 있고 연대도 있으며 비전도 있습니다. 다만 아직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장애물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 단기적으로 목표를 성취하는 경험과 이를 통해 추진 동력을 유지해 나가며 내재화하는 단계로 가지 못하였습니다. 아마도 계속하여 원씽을 생각하고 그것에 우선하여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쌓이면 그것이 전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씽에 고려하여할 일들을 덜어내고 시간을 확보하는 것, 그 시간에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하고 그간 해오지 못한 운동 습관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를 통해 다시 몸과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해야 하는 일들보다 즐거운 일들을 만들어 나의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 우선은 이렇게 해보고자 합니다. 아마도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더 배워보고 싶다거나 미래에 대한 준비와 책임감으로 해야 할 일들, 혹은 거절하지 못하는 누군가의 부탁들이 또 올라오겠지요. 그럴 때마다 나의 원씽이 무엇인지를 떠올리며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올해 연말이 되었을 때, ‘2024년은 정말 내가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것들을 다뤄왔구나, 나의 2024년의 방향성에 따라 살아왔구나’라고 인정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The art of progress is to preserve change amidst order and preserve order amidst change.
교재에 있었던 Alfred. N. Whitehead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작년 한 해를 살아온 제 방향성과 유사합니다. 작년 초에 23년의 방향성을 세우며 변화 속에서 안정을 찾는 해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부단히 그렇게 살고자 노력한 한 해를 보내고 나니, 저의 2023년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제 삶도 그러하고, 누구나의 삶이란 것이 끊이지 않는 변화 속에서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The Journey through Change의 끊이지 않는 혼돈과 안정의 여정처럼 말이지요. 모든 것이 한 번에 바뀔 수 없음을 압니다. 이 그림을 잊지 않고 변화와 안정을 잘 다뤄가며 앞으로도 삶을 잘 살아가고자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