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과 지니 Feb 18. 2016

존과 지니의 하와이 빅아일랜드 자전거 여행 3

해발 1227미터, 화산 국립공원으로

2016년 2월 5일


오늘은 이번 하와이 자전거 여행에서 가장 높은 오르막길인 해발 1227m의 화산 국립공원을 지나 볼케이노 (Volcano)에 예약해둔 숙소까지 달려야 다. 거리로는 70km가 조금 안되지만 파할라 해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1227m 정상까지 올라가야 하니 말 그대로 해발1227m를 올라가야 한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하늘이 흐리고 한참 비가 내다. 어제 많이 달려서 피곤하기도 하고 비가 그치길 기다릴 생각으로 조금 더 눈을 붙이기로 한다.


오전 9시가 넘어도 비는 계속 내리고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으니 그냥 출발다. 앞으로 가는 길에 먹을 것을 파는 곳이 거의 없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침이라도 먹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출발한지 얼마  안 되어서 지니님의 자전거 흰둥이의 뒷바퀴에 펑크가 났다. 휘팅턴 공원 입구의 문이 닫힌 건물의 지붕 밑에서 비를 피하면서 펑크 수리를 다.



뒷바퀴 펑크 수리를 한 번 하면 손이 시커메다. 주변에 수도 시설이 없으니 떨어지는 빗물에 손에 묻은 때를 최대한 씻어낸다.



펑크 때우고 나서도 비는 계속 내리지만 일단 출발한다.


날후에서 푸날루우 블랙샌드 비치 파크까지 가는 길은 날씨가 맑았다면 정말 멋진 경치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라 조금 아쉽다.

어쨌든 거의 내리막으로 푸날루우 블랙샌드 비치까지 어렵지 않게 왔다. 해변에 도착하니 마침 비도 잠시 그쳤다.



푸날루우는 검은 모래로 유명한 곳다. 우리나라의 제주도에도 삼양 검은 모래 해변이 있지만 삼양 해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한 검은 모래가 해변을 뒤덮고 있다.  


까만 모래 알갱이가 상당히 굵다.



이곳은 비치 파크라고 하지만 지하수가 바위틈에서 솟아나와서 물이 매우 차가운 곳이라 물놀이를 하기에는 알맞지 않은 곳이라 다. 예전 하와이의 폴리네시아 사람들은 물을 얻기 위해서 여길 잠수해서 물을 길어 왔다고 다. 하와이 말로 푸날루우(Punaluu)는 물을 얻는 잠수부라는 뜻이라고 다.  



푸날루우 블랙샌드 비치가 유명한 이유는 그 검은 모래의 특이함도 있지만 바다거북(green turtle)의 서식처로 바다거북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다.   



모래사장 쪽에는 올라온 바다거북이 보이지 않아서 돌아가려다가 바위 해변 쪽에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 가보니 거북이들이 있다.  


하와이어로는 호누(Honu)라고 하는 바다거북다.


물 속에서 노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아봤다.


여러 마리가 있는 것 같은데 근처에는 세 마리가 보인다. 멸종 위기의 보호 동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만지거나 올라타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날씨는 흐리고 비도 오지만 바다거북들도 봤으니 블랙샌드 비치에 만족을 하고 다시 출발다.

이제 진짜 오르막의 시작다. 말 그대로 해발 0m의 푸날루우 비치부터 시작해서 해발 1227m의 정상까지 약 45km의 긴 오르막길을 달려야 한다.  



중간에 파할라라는 작은 동네가 있지만 마마라호아 하이웨이(Hi-11)에서 벗어나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다. 지도에는 좀 더 가면 커피 가게가 하나 있다고 하는데... 있긴 하.


카페 비슷하게 커피와 먹을 것을 파는 가게일 줄 알았는데... 말 그대로 커피를 재배해서 볶아서 판매하는 곳다.



원래는 무료로 시음을 하고 커피 원두를 사가지고 가는 곳이지만 언덕길을 오르는데 짐을 늘릴 수는 없. 2달러를 주고 따듯한 커피 두 잔을 받아와서 비상식으로 챙겨 온 시리얼바와 함께 간단히 간식으로 먹는다. 비바람에 시달리니 따듯하고 맛있는 커피 한 잔이 유난히 따듯하게 느껴다.



커피를 직접 재배해서 로스팅까지 하는 집이라 커피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커피나무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비는 계속 오지만 다시 출발다. 한참을 올라가니 해발 2000 feet/610m 표지판이 나다. 이제 반 정도 올라온 셈이. 고도 표지판은 대략 1000피트마다 있다.


해발 3000 feet/915m를 지나서 한 번 더 다. 슬슬 지치기 시작다. 사막 같은 용암지대를 한참 올라가니 아침부터 계속 내리는 이 비가 강렬한 햇빛과 더위를 막아주면서 갈증도 나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비라고 생각다.  



커피집에서 출발한 후로 길가에는  아무것도 없다. 화산에서 계속 뿜어져 나온 이산화황이 대기 중에서 수분과 만나서 산성비가 되어 내리기 때문에 이 근처는 식물이 자라기 힘들다고 다. 그래서 카우(Ka'u)지역의 이 근방을 카우 사막(Ka'u desert)이라고 다.


다행히 정상으로 갈수록 완만해지긴 하지만 그 끝이 도무지 나오질 않는다. 완전히 녹초가 될  때쯤, 드디어 해발 4024 feet/1227m의 정상에 도착다. 가장 높은 곳에 도착하면 만세샷을 한 번씩 찍는데 너무 지쳐서 그럴 여력이 없다.



정상을 지나니 하루 종일 내리던 비가 그쳤다. 그리고 내리막으로 생각보다 긴 거리를 내려가서 숙소에 도착다.


아침부터 제대로 먹질 못해서 오늘은 샤워하기 전에 저녁을 먼저 먹기로 다.  시골이라 가로등이 거의 없으니 자전거 전조등을 가져다.



원래 가려고 생각했던 식당이 문을 닫아서 조금 헤매다가 Kilauea lodge & restaurant에 들어다. 마침 금요일 밤이니 손님이 많아서 30분 정도 기다리라고 하길래 기다리니 잠시 후에 자리로 안내해 다.


오늘 처음 먹는 제대로 된 한 끼니 좀 호화롭게 먹기로 다. 일단 가 좋아하는 코나 롱보드 맥주를 한 잔씩 마시고 가볍게 수프부터 시작다. 식전 빵도  먹을만다.



지니님은 페투치 면의 시푸드 파스타를 먹고


는  로스트비프 프라임 립을 다. 빅아일랜드에서는 길에서 보던 풀을 뜯으며 자란 소고기를 비싸지 않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이 프라임립은 오래 천천히 익혀서 금요일에만 판매하는 한정 메뉴라고 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제대로 못 먹고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라서 따듯한 수프에 고기까지 실컷 먹으니 살 것 같다. 역시 자전거 탈 땐 잘 먹어야 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날이 개이고 깨끗한 밤하늘에 별이 가득 보다. 이것이 하와이의 밤하늘이구나...



오늘 코스의 가장 최저점이 푸날루우 비치다. 푸날루우 비치부터 계속 오르막을 올라갔으니 코스의 대부분이 오르막이었던 셈이. 아침부터 쏟아지는 비가 싫었지만 날이 맑았더라면 언덕을 오르는 것이 훨씬 힘들었을 것다. 비는 오르막길 정상에 도착할 때 까지 하루 종일 내렸지만 신기하게도 푸날루우 비치에서라도 잠깐 그쳐준 덕분에 해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전 19화 존과 지니의 하와이 빅아일랜드 자전거 여행 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