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아후섬을 8자로 돌아서 다시 처음의 숙소로 돌아가는 오아후 일주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도 자전거는 많이 타지 않고 중간에 우리나라의 국립묘지와 같은 USS 애리조나 기념관을 들른다.
와이피오의 민박집 역시 편안하고 아늑한 곳이었다.
집주인이 상당히 깔끔한 성격의 남자인데 얼리어답터인지 집안에는 신형 로봇청소기도 있고 휴지통 뚜껑도 동작 인식으로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고 각종 전등을 리모컨으로 켜고 끈다.
근데 집주인이 불타는 주말을 보냈는지 집에 들어오질 않아서 만나지도 못했다. 덕분에 편하게 있었으니 좋지.
오늘은 진주만 역사 기념관(Pearl harbor historic sites)을 관람하기로 한다.
진주만 역사 기념관은 태평양을 제패하려는 욕심에 가득 찬 일본군이 2차 세계대전에 적극 참전하지 않고 바다 건너에서 불구경하고 있던 미국을 기습 공격해서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하게 만든 진주만 공습의 현장이자 그 기록을 보존한 곳이다.
아침 8시 30분에 배를 타야 하는 US애리조나 메모리얼 투어를 예약해 놓았기 때문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와이피오에서 진주만까지 달린다. 카메하메하 하이웨이를 그대로 따라가면 중간에 번잡한 도심가를 관통해야 하는데 다행히 진주만 자전거길(Pearl harbor bike path)이 있어 차들과 얽히지 않고 안전하고 신속하게 진주만 역사 기념관 근처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지니님이 오디오 투어도 신청해둔 덕분에 휴대용 한국어 안내 기기로 편하게 안내받을 수 있어 좋았다.
USS 애리조나 기념관은 진주만 기념관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배를 타고 들어가는 만큼 방문 인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미리 예약해야 하는 것이다.
USS 애리조나 기념관은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폭침된 거대 전함인 USS 애리조나와 함께 희생된 1000여 명의 미 해군 군인들을 기리는 묘지 같은 곳이라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이다.
다른 전함들은 모두 인양되었는데 USS 애리조나는 너무 커서 인양을 포기하고 그 바로 위에 USS 애리조나 전함과 같은 크기의 기념관을 전함과 십자가 되도록 배치하여 건립했다고 한다.
일본인 관광객들도 꽤 보이는데 그들은 이곳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USS 애리조나 기념관에서 바다 쪽으로 둘러보면 퇴역하고 일반 관광객에게 전시관으로 개방된 전함 미주리호도 있다. 전함의 내부 구조가 궁금하다면 한 번 가서 보아도 좋을 것이다.
다시 돌아오는 배를 타고 진주만 기념관으로 돌아온다.
선착장 근처 공원에는 USS 애리조나가 폭발할 때 멀리 날아가버린 닻 중에 하나를 다시 회수해서 전시해놨다. 이 커다란 닻이 폭발로 멀리 날아갔으니 USS 애리조나의 폭발이 얼마나 굉장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주변에는 2차 대전에 쓰였던 다양한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기념관 정원 바로 옆에는 퇴역한 보핀 잠수함도 있는데 이 역시 미주리호와 마찬가지로 유료 관람 시설이다.
각종 어뢰들도 전시되어있고...
이제 전시관 안쪽으로 들어가본다. 전시관에서는 태평양 전쟁의 계기, 시작부터 진행과 결과를 다양한 유물들과 함께 보여준다. 마리 위로는 진주만 공습에 사용한 일본군 전투기가 매달려 있다.
기념관을 모두 관람한 후 근처의 알로하 운동장(Aloha stadium)에 들어선 주말 시장에 가본다.
슬슬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파지니 레모네이드도 한 잔 마시고 차게 식힌 망고도 사 먹는다.
일요일이다 보니 문을 닫은 식당들이 많다. 몇 군데 식당에 가보려다가 실패하고굶주린 배를 붙잡고 처음에 묵었던 한인 민박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일주일 만에 다시 나타나니 복실이 모녀가 아주 반겨준다. 똑똑하고 기특한 녀석들...
아래 경로는 우리가 다녀온 루트다.
※ 지도의 주황색 선은 자전거가 갈 수 없는고속도로(Freeway)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바로는 이렇게 오아후섬을 자전거로 완주한 팀은 한국에선 우리가 처음인 듯하다.
카에나포인트에서 도로가 끊기기 때문에 자전거로 섬을 완전히 완주하기가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느긋하게 짐을 정리한 후 버스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나선다.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푸드코트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테마 식당인 부바 검프(영화에서 포레스트 검프가 소유한 새우 회사 이름)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포레스트 검프의 테마 식당인 만큼 포레스트 검프 영화를 보아야 이해되는 것이 좀 있다. Stop Forrest Stop 팻말을 올려놓으면 직원이 와서 응대를 한다.
주문이나 요구사항이 없을 때는 Run Forrest Run 팻말을 해놓으면 된다.
영화에서 새우잡이 회사였던 부바 검프의 이름대로 새우가 주 메뉴이다.
무사히 오아후 일주에 성공한 것을 자축하며 코나 비키니 블론드 생맥주에 새우 꼬치와 새우 스파게티 그 외에도 이것저것 시켜서 배 터지게 먹는다.
... 맥주가 이상하게 너무 비싸다 했더니 나중에 알고보니 맥주에 컵 값이 포함된 것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부바 검프 맥주컵을 두 개를 산 셈이 되어 강제 하와이 기념품 1번이 생겨버렸다.
왜 1번이냐면? 나중에 2번 기념품도 생기기 때문이다.
내일은 하와이의 또 다른 섬인 마우이로 가야 한다. 오늘은 진주만 기념관 예약에 맞춰 일찍 일어났는데, 내일도 새벽같이 일어나서 자전거를 타고 공항으로 열심히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