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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지니의 시칠리아 자전거 여행 6

젤라에서 포르토팔로까지 110 km

by 존과 지니

2017년 5월 2일


이동 경로 및 거리 : 젤라 - 포르토팔로 110km

총 누적 거리 : 516 km


시칠리아의 중공업 지대라고 하던 젤라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늘은 젤라에서 출발해서 시칠리아의 남쪽 끝인 포르토팔로까지 110 km 정도 달린다.


총 500 km를 넘어가니 전체 거리의 절반 정도를 달리는 셈이다.


아침에 또 혼자 일찍 일어났다. 아직 숙소는 조용하다. B&B에서는 아침을 보통 8시에 차려주기 때문에 아침 먹고 준비하다보면 출발이 조금 늦어진다.


방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고 나왔더니 빵과 쥬스, 그리고 커피로 된 조촐한 아침식사가 차려졌다.


그리고, 숙소 주인 아저씨의 작은 선물도 있다. 저렴한 가격과 함께 이런 세세한 배려가 있기에 시칠리아에서는 B&B에 묵는 것이 즐겁다.


B&B 바로 옆 큰 교회 골목을 따라서 출발한다.


사진에는 차가 없지만 젤라는 시칠리아에서도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이다. 예전에는 팔레르모보다 인구가 많았다고 한다. 출근길 차들의 행렬에 간신히 시내를 빠져나온다.


이제는 아주 익숙해진 SS115번 도로로 젤라 시내를 빠져나오면 커다란 공장 굴뚝이 보인다.


젤라에는 2014년까지 가동되었던 석유 정제소가 있다. 커다란 두 개의 굴뚝과 복잡한 중공업 시설들이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시칠리아의 도로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다리 6개 달리고 불을 뿜는 괴수 마크의 주유소인 Eni 에서 운영했던 석유 정제소라고 한다.


중공업지대를 벗어나면 다시 꽃밭이 펼쳐진다.


빨갛고 하얗고 노란 꽃들이 어우러져 있다. 우리나라의 들판은 키가 큰 잡풀들이 많아 이런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꽃밭을 보기가 쉽지 않다.


SS115를 그대로 따라가면 산간지방으로 들어가서 시라쿠사로 직행하게 된다. 중공업지대를 벗어나자마자 SP51번 도로로 스코글리티 (Scoglitti) 방향으로 간다.

해안 도로로 가면서 풍경을 감상하겠거니 했는데 스코글리티까지 가는 길은 비닐하우스만 잔뜩 있는 길이다. 이정표를 따라 달리는데 이정표 밑에 자전거 마크가 붙은 갈색 이정표가 보인다. 그리고 이 갈색 자전거 이정표는 계속 나타난다.


조그만 항구 도시인 스코글리티에 도착했다.


스코글리티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


마침 젤라또 가게가 있으니 젤라또를 먹어보자.


다양한 젤라또가 있는데 티라미수 맛과 과일맛을 하나씩 주문했더니 둘이 섞이면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다음부터 과일맛은 과일맛끼리, 커피나 쵸코맛은 이쪽끼리만 섞어 먹어야겠다.


그래도 좋은 날씨에 바다를 보면서 쉴 수 있으니 좋다.


충분히 쉬었으니 다시 출발한다.


저 멀리 바닷가 언덕에 길이 보인다. 저길 가야 하는건 아니겠지?


경로 상에 힘든 길이 보이면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평지만 달리다가 갑작스럽게 급한 오르막을 만나니 길지 않은 오르막인데도 힘이 든다.


다시 들판 사이를 달리는데 들판보다 비닐하우스가 더 많다.


푼타 섹카(Punta Secca)라는 마을을 지나간다. 푼타(Punta)는 막다른 곳이란 뜻이다. 예전에는 들고 나는 길이 하나 밖에 없는 도로 끝이었나보다.


마리나 디 라구사(Marina di Ragusa)입구부터는 자전거 도로가 시작된다. 잘 사는 동네인가보다.


잘 사는 동네가 맞는 듯하다. 항구에 요트들이 빽빽하게 정박해 있다.


자전거 도로는 끝났지만 자전거길 이정표는 계속된다. 차들도 많지 않은 한적한 길을 계속 달린다. 비닐 하우스 때문에 풍경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슬슬 점심을 먹어야 한다. 샘피에리 (Sampieri)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는데 문을 연 식당이 하나 밖에 없다. 근데 여기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이 쉬었다 가는 듯하다.


스파게티와 치킨 샐러드를 주문했다. 스파게티는 우동면만큼 굵은 것이 나오는데 그냥저냥 먹을만 했고, 치킨 샐러드는 잘 구워진 치킨이 낭낭하게 들어있어서 맛있다.


해변의 풍경을 보면서 먹으니 좋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간단히 커피 한 잔씩 하는데 자릿세 때문인지 테이크아웃해서 밖에서 먹는다.


아까부터 계속 신경쓰이던 것이 있다. 바로 우리가 가는길에 계속 나타나던 이 이정표다.


이 표지판이 무엇인지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더니 시칠리아와 몰타의 자전거 여행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자전거 여행 경로 안내판이라고 한다. 즉 저 마크대로 가면 자전거 타기 좋은 차 없는 길과 자전거 도로가 있다는 것이겠지.


샘피에리에서 나가는 길도 자전거 도로가 있었다. 국도에 차가 많지는 않지만 자전거 도로가 있으니 따라가본다.


자전거길이 나쁘진 않았는데 바로 옆 마을인 마리나 디 모디카(Marina di Modica)에서 벽돌길로 들어가버린다. 그래도 해변으로 달리면서 바다를 한 번이라도 더 보니 좋다. 마리나 디 모디카나 마리나 디 라구사는 우리나라의 평택시와 평택항 같은 느낌이다. 바다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에서 주로 이용하는 항구인 것이다.


이제 파치노(Pachino) 방향으로 간다. 영화 대부의 주인공인 알 파치노의 그 파치노인데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듯하다. 토마토가 유명한 동네라고 한다.


가는 길에 호수가 있다. 딱히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파치노에 들어가는 길목이다. 100 km 가까이 달렸으니 슬슬 지친다. 마침 미니마켓 겸 바가 있으니 들어간다.


가게에 들어가니 무심한 듯 친절한 남자 점원이 계속 밀려들어오는 아저씨들을 상대하고 있다.


이런 슈퍼마켓 겸 바는 우리나라의 테이블이 많은 편의점같다. 다양한 것을 파는데 값도 음식점이 아닌 소매점 수준이라 좋다.


우리는 파치노 방향이 아닌 남쪽 방향으로 내려간다. 목적지인 포르토팔로로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우리 눈 앞에서 차 대 차의 교통사고가 난다.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조금만 더 빨리 갔으면 사고에 휘말렸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포르토팔로 도착이다. 여긴 시칠리아 최남단이라 할 수 있다. 조금 더 남쪽에 마을이 하나 있긴 한데 너무 작은 마을이라 숙소나 식사가 해결되지 않을 듯하여 포르토팔로로 왔다.


이번 숙소는 지은지 얼마 안된 깨끗한 B&B이다. 자전거도 마당에 편하게 세워두고 체크인한다.


방은 넉넉하고 깨끗하면서...


테라스쪽 문을 열면 시칠리아 남쪽의 지중해가 펼쳐진다. 샤워하면서 빨래도 해서 테라스에 널어놓는다. 햇빛도 따듯하고 바람도 적당하니 빨래가 금방 마를 것 같다.


해가 저물고 있으니 숙소 주인에게 미리 물어봤던 레스토랑에 간다. 마침 레스토랑이 남쪽의 항구 끝에 있다.


남쪽으로 1 km 정도 걸어서 항구에 도착했다.


해는 거의 저물고 노을만 남아있다. 야간 조업을 하는지 많은 차들이 부둣가에 환하게 조명을 켜놓은 큰 어선 쪽으로 가서 사람을 내려주고 다시 나간다.


부둣가에 있는 레스토랑이다. 어제 젤라에서 저녁을 먹은 고깃집의 생각 때문인지 코스를 주문했다.


먼저 로컬 와인 한 잔으로 시작한다.


피자라기엔 뭔가 조금 덜 들어간 빵이 먼저 나온다.


안티파스토로 생선과 가지볶음, 오징어 볶음이 나왔다. 나는 가지라면 질색을 하는데 지니님도 가지를 좋아하진 않는다.


로컬 와인은 다 마셔버리고 다시 화이트 와인을 한 병 주문한다. 그리고 메인으로 파스타와 리조또가 한 접시씩 나왔는데 영 입에 맞지 않는다. 역시 그냥 스파게티면이 제일 나은 것 같다.


지니님에게 혼났다. 왜 코스 요리를 시켜서 잔뜩 남기기만 했냐고...


오늘로서 전체의 절반을 달렸고 시칠리아의 남부 해안 라이딩이 끝났다. 지금까지는 잘 불어주는 서풍 덕분에 수월하게 달렸지만 내일부터는 이 서풍이 옆바람이나 맞바람이 되어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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