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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Aug 09. 2023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29

카이코우라, 크레이피쉬 먹는 곳

2023년 1월 20일


크라이스트처치 공항 근처 숙소 옆에는 작은 상점가도 있다. 처음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도착했을 때 끼니를 때웠던 맥도널드에 아침을 먹으러 들어간다.


오늘부터는 자전거는 타지 않고 여행을 한다. 공항 근처니 당연히 렌터카 업체도 있긴 한데 조금 멀다. 그래서 공항과 사무실 사이에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업체도 있고 우리처럼 근처에서 숙박한 사람들은 캐리어를 끌고 렌터카 사무실로 걸어가는 사람도 보인다. 우리는? 자전거가 있으니 지니님은 기다리라고 하고 혼자 자전거를 타고 렌터카 업체를 찾아간다. 예약한 차를 받았는데... 사이드 브레이크가 풀리질 않는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다른 차로 바꿔준다. 예약할 때 가장 저렴한 차는 가장 낡고 편의시설도 별로 없는 차인데 더 좋은 차로 교체받았다.


렌터카를 빌렸으니 이제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자전거를 포장하기 위한 박스를 구하는 일이다. 자전거 박스를 구하기 위해서 며칠 전부터 몇 군데 이메일을 보내놨는데 공항에서 조금 떨어진 마을의 에보사이클즈라는 업체의 체인점에서 박스를 가져가라고 연락을 받았다.  


튼튼한 박스를 두 개 준비해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스 가격을 물어보니 그냥 가져가면 된다고 한다. 안쪽에는 포장하기 좋도록 완충제도 여러 개가 들어있다. 이런 센스쟁이들! 이렇게 쉽게 자전거 포장이 해결되니 감사하다.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의 선물코너에서도 박스를 구할 수 있다고 연락받았는데 박스 하나당 25달러이고 그 박스는 대부분 우리처럼 공항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버린 박스를 보관했다가 파는 것이다. 어쨌거나 돈을 주고서라도 공항에서 자전거 박스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좋은 일이다.     


이제 1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간다. 1번 국도 북쪽 루트는 남쪽보다도 차들이 많아서 가끔 보이던 자전거 여행자들이 힘겨워 보였다. 어쨌든 열심히 운전해서 카이코우라에 도착했다.  


카이코우라는 돌고래 관광으로 유명하다. 작은 동네라서 돌고래 관광 업체를 찾기도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 근처에 숙소를 예약해 놨었다. 체크인은 하지만 짐만 내려놓고 출발한다.


카이코우라는 해안에서 툭 튀어나온 곶 같은 지형에 생긴 마을이다. 지니님이 저 멀리 보이는 해변을 따라서 24km를 더 달려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카이코우라는 마오리 언어로 크레이피쉬를 먹는 곳이라고 한다. 마을에서 24km를 더 달려서 하프문 베이를 지나면 도로변 주차장에 작은 가게가 있는데 여기가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카이코우라에 왔으면 크레이피쉬를 먹어야지, 그것도 이왕이면 제일 크고 맛있는 놈으로


다른 곳에서도 그렇지만 여기도 해산물은 시가다. 크레이피쉬 꼬리가 크기별로 가격이 다르다.


여기까지 왔는데 겨우 꼬리 하나 먹을 수는 없다. 우리는 제일 튼실한 놈을 통째로 두 마리 먹기로 했다. 보통 제일 작고 싼 것부터 빨리 팔려나가니 큰 놈들이 재고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제일 큰 녀석 둘이 보인다. 그래! 너희 둘로 정했다.


작은 가게에는 먹을 자리가 없고 바깥의 벤치 테이블에서 먹어야 한다. 계산을 하고 조리되기를 기다린다.


드디어 두 마리가 요리되어 나왔다. 하나는 레몬즙으로 찐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갈릭 버터로 찐 것이다.


이런 바닷가재 종류는 아무리 큰 녀석을 골라도 몇 입 먹으면 사라져 버린다. 알뜰살뜰하게 숨은 살코기까지 잘 발라서 먹어치운다.  


배도 채웠으니 좀 걷기로 한다. 카이코우라 마을로 다시 돌아와서 마을 가장 끝으로 가면 물개 서식지가 있다고 한다. 들어오는 길에도 찻길 옆 해변에 물개가 두 마리 정도 보이니 서식지에는 얼마나 많을지 기대하게 된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화창한 날씨이긴 한데... 덥다. 길은 나쁘지 않은데 생각보다 멀다.


가는 길에는 이런 갈매기들이나 보인다.


뭔가 날벌들이 많은 곳이다. 그 동안 샌드플라이에 된통 당했니 샌드플라이가 아닌데도 무지 신경 쓰인다.


물개 서식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너무 멀다. 줄을 하나 쳐놨지만 넘어갈 수 있는 정도이긴 한데 줄을 넘어가지는 말라는 표지판이 있다. 하지 말라는 건 안 한다.


물개는 너무 멀고... 이런 갈둘기를 보려고 이 고생을 한 건 아닌데... 날벌레까지 많으니 얼른 돌아 나간다.


아까 운전해서 들어올 때 보았던 물개들이 생각난다. 다시 되돌아 나가서 그쪽에 주차하고 내려보니 아직도 자고 있다.


좀 멀리 떨어진 곳에 다른 녀석도 한참 자고 있다.


좀 더 가까이에 가본다. 이 녀석은 내가 다가가니 처음에는 경계하다가 이내 무관심해진다.


갑자기 일어나더니 포즈도 취해준다. 우리 나이대 사람들은 다 아는 포즈다. 몹시도 그리웁구나....

서비스가 좋은 녀석이다.


다른 녀석들도 여기저기 드문드문 널브러져 있다.


물개를 실컷 보고 돌아왔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다. 날 밝을 때 자전거 포장을 끝내야 한다. 자전거를 분해해서 박스에 넣었고 아직 완전히 밀봉하진 않았다.


이제 카이코우라 마을을 둘러본다.


고래와 키위새 장식품들도 보인다.


걷다 보니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다. 슬슬 걸어 올라가 본다.


그리 높은 언덕은 아닌데 카이코우라 앞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라 벤치까지 있다.


저물어가는 해를 즐기고 들어간다.



2023년 1월 21일


그리고 다음날 새벽이다. 가장 처음 시간으로 예약해 놓은 돌고래 투어에 맞춰서 일어났다. 바로 근처 숙소라서 세수만 하고 얼른 나간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안 좋다. 멀미약을 물어보니 돈을 내고 사야 하는데 비싼 약과 저렴한 약이 있어 저렴한 약을 먹는다.


돌고래와 함께 스노클링을 하는 것이 이 돌고래 투어이다. 사무실 안쪽에서 자기 몸에 맞는 장비로 골라서 분배받고 버스를 타고 잠깐 이동하는데 빗방울도 떨어지고 날씨가 영 안 좋아 보인다. 궂은 날씨에 파도도 높은데 어쨌든 배를 타고 나간다.


울렁거리는 파도를 헤치고 배가 달린다. 조글 가다 보니 창밖으로 돌고래가 보인다.


돌고래가 있는 곳 근처로 가서 바다에 내려간다. 파도는 높고 물은 탁하니 돌고래도 잘 안 보이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여러 번 물에 들어가는데 나는 결국 두 번째 입수부터 계속 멀미하기 시작한다. 지니님도 세 번째 입수가 끝나고부터는 멀미를 시작한다. 우리한테 잘 듣는 멀미약을 준비해서 미리 먹어두었어야 했다.


멀미가 심하니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빨리 육지로 돌아오기만 바라게 된다. 우리 둘 다 다이버인데도 거친 날씨 덕분에 오랜만에 심한 멀미였다.


워낙 일찍 나갔기 때문에 숙소로 돌아와도 체크아웃까지 씻을 시간이 있다. 샤워를 하고 좀 쉬다가 체크아웃하고 다시 돌고래 사무실에 붙어 있는 카페에서 완전히 짜내서 텅텅 빈 속을 좀 채운다.

따듯한 커피와 맛있는 음식이 뱃속에 들어오니 정신이 좀 돌아오고 축 쳐진 몸에 양분이 채워진다. 이제야 살 것 같다.


다시 운전해서 크라이스트처치에 돌아와서 한식당으로 간다. 아침부터 힘들었으니 한식으로 영양 보충이다. 아까 먹은 빵은 그냥 응급 처치일 뿐. 지니님은 비싼 소주도 한 병 마신다.


우리는 바다에 익숙한 다이버다. 하지만 궂은 날씨와 험한 파도를 예상하지 못하고 방심했던 것 같다. 멀미약도 제대로 준비하고 좀 더 날씨가 좋았더라면 돌고래 투어를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카이코우라에서 가장 중요했던 목적, 크레이피쉬 먹는 곳 카이코우라에서 크레이피쉬를 제대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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