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과 지니 Nov 05. 2023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31

북섬 여행 1. 로토루아 온천

2023년 1월 23일


이제 남섬을 떠날 시간이다. 북섬에서 며칠 머물다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북섬에서의 일정은 짧기 때문에 자전거는 타지 않고 몇 군데 명소에만 들른다.

차에 실어두었던 자전거 박스 두 개는 크라이스트처치 공항 출국장에 내려놓고서 지니님이 지키게 하고 나는 공항 외부의 렌터카 사무실에 렌터카를 반납하고 렌터카 회사의 셔틀 서비스를 이용해서 공항으로 돌아왔다.

이제 뉴질랜드 최대의 도시인 오클랜드행 비행기를 탄다.


오클랜드 공항에 내렸다. 특수 수하물 벨트에서 잠시 기다려서 우리 자전거도 무사히 받았다.


공항 렌터카센터에서 며칠 동안 이용할 렌터카를 빌렸다. 또, 저번에 탔던 것과 비슷한 소형차다. 당연히 뒷자리를 접으면 자전거 박스 두 개가 딱 들어간다.


북섬에서의 일정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이번 북섬 여행에서는 온천 지역에 집중하기로 했다. 식사를 해야 하니 남쪽으로 내려가기 전에 오클랜드 방향으로 잠깐 올라가서 베트남 음식점에서 쌀국수와 볶음밥을 먹는다.  


남섬에서도 주야장천 지나갔던 1번 국도를 북섬에서도 계속 따라 내려간다. 한 번에 온천 도시인 로토루아까지 달려도 되지만 중간에 하루 쉬어가기로 한다. 천국의 쉼터라는 이름의 B&B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Bombay라는 동네에 왔는데 남섬보다 발전된 북섬이라지만 큰길 외에는 비포장길이다. 숙소로 들어가는 비포장길에 접어들 때 깊은 고랑에서 차가 어딘가 부딪쳤는지 쾅 소리가 났는데 범퍼 아래가 조금 긁혔다. 나중에 반납하고 나서 수리 청구서를 받게 되는데... 렌터카 회사의 풀 커버리지 보험이 아니라 에이전트의 풀커버리지를 하게 되면 이런 경우 에이전트 쪽에 직접 접수처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걸 이제 알게 된다.  


어쨌든 도착한 숙소, 시골 구석의 B&B는 조용하고 깨끗한 쉼터 같은 곳이었다.


마당에는 작은 농장이 있고 염소와 소가 있다. 염소 이름은 하이디, 소 이름은 슈니첼이다.


하이디. 생각보다 성깔있는 놈이다. 내가 맘에 안 드는지 내 손을 뿔로 탁탁 친다.


슈니첼... 맛있어 보이는 이름이다.


소가 좀 못생긴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맘에 드는 숙소다.


숙소에서 500m 거리에 1번 국도의 휴게소라 할 수 있는 상점가가 있다. 맥도널드도 있고 슈퍼도 있고... 저녁을 해결하러 걸어간다.


저녁에 숙소에서 쉬고 있는데 바깥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린다. 염소가 울타리를 넘어서 탈출했다. 집주인이 달려오더니 연행해서 다시 울타리 안쪽에 던져 넣는다.


깨끗하고 편안하고 조용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숙소의 이름에 걸맞은 좋은 숙소였다.



2023년 1월 24일


새들 소리에 잠에서 깼다. 창문으로 보니 이런저런 새들이 보인다.


B&B의 최대 장점은 아침식사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주인이 손수 차려주는 숙소도 있지만 여기는 미리 준비된 식사를 우리가 차려서 먹어야 한다.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으니 더 좋다.


냉장고에 유제품이나 주스도 가득하고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신선한 달걀도 프라이로 해 먹을 수 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출발한다. 1번 국도와 5번 국도가 갈라지는 곳에 티라우라는 마을이 있다. 여기엔 이런 동물 모양의 집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이 동네의 명물인지 관광객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남섬보다는 북섬이 발전되었다곤 하지만 뉴질랜드는 뉴질랜드다. 깊은 숲 속을 지나는 1차선 국도를 달려서 로토루아에 도착한다.


로토루아에 잘 도착하긴 했는데... 비가 온다. 점심을 먹으면서 오늘 무엇을 할까 생각을 하다가 지니님에게 비 와도 상관없는 온천으로 가자고 한다.


지니님과 폭풍 검색으로 로토루아에서 들를만한 노천 온천으로 향한다.


로토루아에서는 30km 떨어져 있는 와이키테 계곡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부터 허연 김이 보인다.


입구에서 요금을 내고 입장한다. 탈의실에서 가져온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간단히 샤워하고 입장한다.  


어째 온천탕들이 다 미지근하다. 뉴질랜드 사람들에겐 충분히 따듯한 것 같은데 우리는 뜨거운 사우나에서도 시원하다고 하는 한국사람들이다. 가장 뜨거운 온천탕에 가서 뜨거운 물이 나오는 곳 근처에서 쉰다. 서양사람들에겐 꽤 뜨겁게 느껴지는지 오래 못 견디고 다들 금방 나간다.


지하 깊숙이에서 퍼낸 온천이 아니라 스스로 솟아오르는 땅 위로 솟아오르는 노천 온천이다.


다른 온천탕도 나쁘진 않은데 영 미지근하니 우리에겐 사진 찍기용 장소가 된다.


온천욕을 즐기다가 심심한 사람들을 위해 수원지까지 걸어가는 산책로가 있다. 슬슬 걸어가 본다. 뜨거운 온천물이 마구 솟아나는 자연온천이라 신기하다.


비 오고 흐리던 하늘이 이제야 슬슬 개이기 시작한다. 온천에서 나와  다시 로토루아로 돌아와서 오늘 예약해 둔 숙소로 간다. 여기저기 특이한 장식물들을 보니 숙소 주인의 센스가 조금 남들과 다른듯한 숙소인데...


우리가 묵을 방은 깔끔하고 좋아 보인다.


여기도 작은 농장이 있는데 알파카가 산다.


그리고 큼지막한 닭이 숙소 주변을 돌아다닌다.


로토루아에는 한국 식당이 있으니 가서 부대찌개를 먹는다. 근 한 달 가까이 양식 위주로 먹다 보니 한식당이 있을 땐 밥을 먹어야 한다.


배부르게 먹고 로토루아 박물관이 있는 거버먼트 가든에서 산책을 하기로 한다.


거버먼트 가든의 끝자락에 가봤더니 새들이 가득하다. 새를 싫어하는 지니님에겐 별로 달가운 광경은 아니다.


거위 떼는 여기저기 지저분한 물을 퍼마시고...


뉴질랜드에서 종종 보이는 흑고니가 여기도 있다.


각종 새들을 꽤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는 운행하지 않는 오래된 유람선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물레형 증기선이다.


저녁 먹은 배를 꺼트리고자 산책을 좀 해보는데... 길이 영 지저분하고 정리가 안 되어 있다.


적당히 산책하고 차로 돌아가는데 뉴질랜드의 파랑새인 푸케코가 보인다. 잽싸게 뛰어가는데 얼른 사진을 찍었다.


아직 날이 밝지만 슬슬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여행에서 날씨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라고 생각한다. 이번처럼 장기 여행을 할 때는 비나 흐린 날씨를 피할 수 없으니 비 올 때를 대비한 계획을 하나쯤은 생각해 두면 좋을 것이다. 흐리고 비가 와서 자칫 망칠 수 있었던 하루를 뜨끈한 온천물에서 느긋하게 피로를 풀면서 보내게 되어 완벽한 하루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여행 3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