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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Nov 14. 2023

횡성에서 여주까지 자전거 여행

봄꽃 따라 2023년 시즌 온

2023년 4월 1일


33편의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기를 쓰느라 2023년이 거의 다 지나갔다. 조금 많이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2023년의 국내 자전거 여행기를 시작한다. 그 첫 번째이자 시즌온 라이딩으로 봄꽃 자전거 여행을 출발한다. 


4월 1일 전후는 봄꽃을 즐기기에 좋은 시기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움추러들었던 사람들이 나들이하러 잔뜩 나올 때이기도 하다. 막히는 고속도로, 사람이 몰리는 관광지를 피해서 자동차는 놔두고 고속버스와 지하철로 다녀오기로 한다. 우리가 종종 이용하는 방법으로 고속버스를 타고 횡성 휴게소에 내려서 여주에서 지하철로 돌아오는 코스를 달리기로 한다. 보급할 곳이 그리 많지 않은 코스라 횡성 읍내, 간현 유원지에서 보급하는 것이 좋고 무장리와 서원주역 근처의 마트, 강천섬 편의점 등 작은 마트가 드문드문 있다.  


90 km가 조금 안 되는 거리이다. 횡성 휴게소는 횡성에서 급격하게 고도가 상승해서 둔내 가는 봉화산 기슭 해발 560 m 높이에 있으니 횡성까지 내리막길 7 km는 거저먹는 코스다. 횡성에서 간현 유원지를 지나 남한강자전거길과 만날 때까지 섬강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면 되는데 간현 유원지 직전에 짧지만 힘을 빼는 고개가 3번 나온다. 


고속버스를 타고 횡성 휴게소에 내려서 출발 준비를 한다. 버스에서 내리면 식사도 할 수 있고 화장실도 있으니 출발하기 최적인 곳이다.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쉬어가는 포인트라 그런지 오늘 휴게소에 사람들이 엄청 많다. 차를 가지고 나오지 않고 고속버스를 이용한 게 잘한 것 같다. 


휴게소 건물 뒤로 돌아가면 이렇게 직원들이 출입하는 통로가 있다. 자전거를 들고 잠깐 내려가면 된다. 


이제 2023년 자전거 여행 시즌 시작이다. 


영동고속도로 바로 옆으로 길게 내려간다. 


내리막길을 거의 내려가면 442번 도로와 만나게 된다. 정확히는 42번 국도와도 합쳐지는데 얼마 안 가서 곧 나뉜다. 


내리막길이 끝나면 새말교차로에서 새말 IC 쪽으로 우회전하면 된다. 새말교차로 바로 옆 언덕 위에 네덜란드군 참전기념비가 보인다. 이전에 다른 글에서도 서술했지만 중공군의 공세에 밀려 퇴각하는 한국군과 미군을 위해 퇴각로를 사수하며 치열하게 싸운 네덜란드군을 기념하는 기념비이다. 우리가 누리는 이 평화를 위해 많은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천면을 지나서 442번 도로로 달린다. 갓길이 넓어 달리기 좋은 도로이지만 중앙분리대가 있으니 차들이 고속으로 달리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도로에서 차들하고 함께 달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양적교를 건너서 샛길로 빠진다. 


하수남천이라는 개천 옆으로 길이 잘 포장되어 있다. 문암리 쪽으로 들어가서 마을을 그대로 관통한다. 


여기는 횡성이라 축사가 많다. 마을길을 따라서 슬슬 달려간다. 


이른 봄에 시골길을 달리는 또 다른 재미는 강아지를 마주칠 때가 많다는 것이다. 흰둥이 한 녀석이 우릴 보고 짖는데 공격성은 아니고 놀아달라고 하는 것 같다. 


우천면 뒤쪽의 자작고개를 넘어간다. 442번 도로와 마지막에 만나는 길이지만 이쪽은 차가 거의 안 다니는 한적한 길이다.  


길을 따라 그대로 쭉 내려가면 횡성역을 지나게 된다. 


횡성역을 지나면 442번 도로가 6번 도로와 합류하는 곳에서 함께 합류하게 된다. 여기서 횡성 읍내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섬강 자전거길 방향으로 간다. 약간 돌아가는 대신 횡성 읍내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섬강을 만날 수 있으니 좋다. 


언덕을 내려가면 섬강 자전거길과 만난다. 섬강, 오랜만이다. 


횡성교는 횡성읍의 출입구다. 횡성교를 건너고 나면 보급이 힘들어지니 횡성교 전의 편의점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그리고, 횡성교를 지나면 본격적인 섬강 자전거길의 시작이다. 


횡성교를 건너자마자 횡단보도가 있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야 한다. 5번 국도와 6번 국도가 만나고 중앙고속도로에서 국도로 빠져나가는 차들까지 합쳐지기 때문에 은근히 차들이 많은 곳이다. 횡단보도 신호를 따라서 조심조심 길을 건너면 다시 섬강을 따라 달릴 수 있게 된다. 


섬강을 따라 달리는 것도 잠깐이다. 길은 섬강을 벗어나서 갈풍리에서 반곡저수지 방향으로 치루고개를 넘어야 한다. 횡성에서 원주로 넘어가는 길이다. 길 옆에 중앙고속도로가 보이는 곳이다. 노란 개나리와 벚꽃이 있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내려가는 길에 산수유까지 피어있다. 


고산리를 통과해서 쭉 내려가면 북원주 IC 교차로가 나온다. 


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이 도로는 섬강 자전거길 구간이 맞다. 북원주 IC 교차로에서 자전거길 표시를 따라 우회전하면 다시 섬강을 만난다. 섬강 자전거길은 4대 강 자전거길처럼 잘 꾸며놓고 잘 정비하는 자전거길은 아니지만 필요한 곳에 안내판 정도는 있는 자전거길이다. 


여기서부터 동서울레스피아 골프장까지 다시 섬강을 따라 달릴 수 있다. 길이 썩 좋은 곳은 아니지만 로드바이크로 달릴만하고 풍경도 좋은 구간이다. 


천변길이 끝나면 무장리 쪽에서 동서울레스피아를 언덕길로 우회해서 마을길과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마을길이 409번 도로와 합쳐지기 전에 강아지 소리가 나서 잠깐 멈췄더니 똥강아지 한 마리가 구경하러 나왔다. 


이 동서울레스피아 고개를 넘고 내려가자마자 


월송리 앞 삼거리에서 자전거길 표시를 따라서 좌회전해야 한다. 


아직 여기는 벚꽃이 안 피었다 싶은데... 


언덕 위에는 해가 잘 드는지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그런데 이 오르막길은 은근히 가파르니 힘들다. 


섬강 자전거길을 다녀간 사람들은 잊지 못할 건물이 보인다. 


돼지문화원이다. 한참 힘이 빠졌을 때 만나는 고개라서 그런지 다들 기억한다. 이 고개 자체는 엄청 힘들지는 않은데 앞뒤로 다른 고개가 연속으로 있으니 상류에서 내려오나 하류에서 올라오나 두 번째 고개라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다. 


돼지문화원 고개를 내려오자마자 잠깐 섬강과 만나긴 하는데... 


다시 고개가 나타난다. 이 고개를 넘어 간현 유원지에서 식사도 하고 쉬어가야겠다. 


간현 유원지에 도착했다.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식당들도 점심이라 꽤 북적거린다. 날이 살짝 덥게 느껴지니 막국수를 한 그릇씩 먹기로 한다.  


식사도 하고 잠깐 쉬었으니 다시 출발이다. 이제부터 당분간은 쉬운 길이다. 


간현관광지를 빠져나간다. 여기서 지정대교를 건너면 양평으로 가게 되고 우리는 강을 건너지 않고 섬강 자전거길을 그대로 따라간다. 


서원주역 근처에서 강을 건너려면 서원주역 앞으로 빙 돌아가게 된다. 이렇게 섬강길은 중간 지류와 합쳐지는 곳에 다리가 없어 빙 돌아가는 구간이 3번 정도 있다. 


그래도 자전거길 양쪽으로 넓게 시야가 트이기 때문에 시원한 날 달리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여름에 오면 그늘이 없고 덩굴들이 자전거길을 반쯤 뒤덮기 때문에 조금 힘든 길이기도 하다.  


문막체육공원을 지나는데 개나리가 활짝 피었다. 


저 끝에 보이는 다리인 문막교를 건너면 유명하고 거대한 반계리 은행나무를 볼 수 있는데 늦은 가을에 와야 하는 곳이다. 


49번 도로로 다리를 건너고 다시 강을 따라 달린다. 예전에는 경동대 쪽으로 언덕길을 넘어가야 했는데 새로 길이 생겨서 도로를 따라서 가도 남한강 자전거길과 만나는 섬강교로 이어진다. 섬강 자전거길은 마지막에 길이 다 박살 나 있기 때문에 초행길인 사람들은 이 도로에서 벗어나지 말고 그대로 섬강교까지 달리는 것을 추천한다. 


5년쯤 전에 태풍에 섬강 자전거길 두꺼비 캠핑장 구간이 완전히 파괴되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그쪽으로 가보기로 한다. 못 타면 끌고 가면 되지. 


강변에 활주로와 작은 비행기들이 있다. 여기 건너편이 은행나무로 유명한 반계리다. 


이 뚝방 자전거길이 끝나면 사실상 섬강 자전거도로는 여기서 끝난다. 남한강 자전거길과 연결되어야 이용 편의성이 좋은데 아쉬운 부분이자 섬강 자전거길 최대의 단점이다. 


관리 안된 데크길을 달리다가 느닷없이 길이 없어지고 자전거를 타기 힘든 모래밭으로 변한다. 


토목 공사장 같이 변해버린 장소에 자전거길 표지판만이 이곳이 예전에 자전거길이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MTB 타는 사람들만 몇 명 지나가는 이 길을 로드바이크로 가려니 끌고 갈 수밖에 없다. 


섬강의 섬은 한자로 두꺼비 섬(蟾) 자로 섬강이다. 곧 남한강과 합쳐지는 섬강의 최하류인 이곳에 두꺼비 캠핑장이 있다. 섬진강의 섬 자도 두꺼비 섬이다. 그래서 그런지 두 강은 모두 소소하게 아름다운 것이 닮았다. 


두꺼비 캠핑장을 지나면 두 개의 다리가 나타난다. 


바로 앞에 보이는 다리는 영동고속도로 강천 2교다. 강천터널을 사이에 두고 강천 1교와 강천 2교가 있다. 그 뒤에 있는 작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다리가 남한강 자전거길이 섬강을 건너는 섬강교다.  


섬강교 바로 직전에서 섬강 자전거길은 남한강 자전거길과 합류하게 된다. 이전에는 여기서 편하게 섬강 자전거길을 달릴 수 있었는데 태풍으로 박살난지 꽤 오래된 길은 여전히 복구가 안되고 있다.   


우리는 여주로 가야 하니 오르막길을 올라서 섬강교를 건넌다. 


역시 남한강 자전거길이다. 올라가자마자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보이고 오토바이들도 지나간다. 바로 오른쪽으로 강천 2교가 보인다. 강천이라는 다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남한강 자전거길의 아름다운 비포장 은행나무길인 강천섬이 있는 강천리인 것이다.  


섬강교를 건너면 계속 오르막길이다. 국토종주를 하는 초보자들이 힘들어하는 오르막길 중 하나인 창남이 고개다. 


창남이 고개를 내려와서 강천리 쪽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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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아직 벚꽃이 덜 피었다. 보통 중부지방의 벚꽃은 4월 2번째 주에 피는 곳이 많다. 서울은 상대적으로 따듯하니 조금 더 일찍 핀다. 


강천섬에 들어가기 전에 강천편의점에서 쉬기로 한다. 간현 유원지에서 점심을 먹고 계속 달렸으니 이제 쉴 때가 되었다. 


여기서 길을 아니 굴암리 쪽으로 바로 넘어가서 강천섬을 경유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강천섬을 안 간 적은 없는 듯하다. 언제 가도 좋은 그 섬에 오랜만에 왔다. 


강천섬에도 벚꽃과 개나리가 피었다. 


이 넓은 잔디밭과 길 따라 이어지는 오래된 높은 은행나무들이 강천섬의 매력이다. 


목련도 피었다. 오늘 자전거를 타면서 이른 봄꽃은 다 보는 것 같다. 강천섬의 메인 통로로 빠져나간다. 


강천섬을 빠져나와서 조금 달리다 보면 어느새 강천보다. 강천보는 그 우안의 끌고 걸어야 하는 급경사길도 마음에 안 들고, 무질서하게 자전거길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은 곳이다.    


자전거길을 달리다 보면 종종 단체 도보 행사를 만나는데 이번에는 선두에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잔뜩 보인다. 


전동 킥보드, 전동 자전거, 4인용 자전거, 2인용 자전거, 금은모래캠핑장 앞은 항상 정신이 없다. 후다닥 빠져나가 여주 시내로 들어간다. 


여주역은 여주시의 변두리에 있다. 이렇게 시내 외곽 지역에 전철역을 지어놓았으니 근처가 몽땅 신도시 아파트촌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아파트촌이 되어버렸다. 


여주역에 도착했다. 자전거를 탈 때는 가능하면 시종착역으로 가야 자전거를 싣기가 편하다. 간단히 화장실을 다녀와서 전철에 자전거를 싣는다. 


자전거를 맨 끝에 세워두었다. 역시나 다른 자전거들이 몰려들어 잔뜩 세운다. 대부분 우리와 같이 이매역까지 가는 자전거들이라 맨 안쪽에 갇혀도 문제는 없다. 간현 유원지에 모여든 많은 사람들을 보니 주말에 전국적으로 교통 체증이 상당했을 것 같다. 교통체증을 피해서 고속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한 코스를 달려보았다.


 중부 지방에서 가장 따듯한 곳은 아무래도 서울이다. 4월 초에는 하트 코스를 이용해서 서울에서 안양천, 탄천의 벚꽃길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왕 달리는 거 조금 더 멀리 나와서 시골 풍경을 즐기고자 횡성에서 섬강 따라 여주까지 달리는 코스를 달려보았는데 역시나 벚꽃이 덜 피긴 했다. 그래도, 벚꽃, 산수유, 목련, 개나리까지 이 시기에 볼 수 있는 꽃은 전부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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