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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Nov 19. 2023

자전거 타고 낙동강과 청량산 한 바퀴

2023년 자전거여행 2. 경북 봉화

2023년 4월 22일


봄이다. 태백은 아직 날이 조금 쌀쌀하니 아랫동네 경북 봉화로 가서 가볍게 한 바퀴 돌고 온다. 총 거리 52km의 조촐한 코스이고 출발점은 임기역으로 했다. 임기역이 있는 임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곳인 만큼 이 코스 자체가 교통이 편한 곳은 아니다. 순환 코스이므로 명호면 읍내나 청량산 박물관에서 출발해도 된다.  


52km가 안 되니 거리는 짧지만 코스가 전반적으로 언덕길이 꽤 있다. 중간의 약한 내리막길이 낙동강을 따라 달리는 구간이고 가장 높은 곳이 청량산을 넘어가는 물의재다.


태백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출발했다. 넞재를 넘고 노루재 터널을 지나 임기역에 도착해서 출발 준비를 한다. 마침 V트레인 협곡열차가 지나간다.


작은 산골마을인 임기리를 지나 31번 국도로 간다. 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기찻길을 따라 분천을 통과해서 임기리를 거쳐 가기 때문에 낙동강을 따라 달리겠다고 하면 임기리를 지나가야 한다. 임기리에서 명호면 읍내까지의 낙동강 구간은 길이 이어져 있지 않아서 우회해야 하는 구간이다.  


31번 국도와 만나자마자 북쪽으로 올라가면 바로 오르막길이 나온다.


31번 국도와 노루재 터널에서 이어지는 36번 국도가 만나는 곳에는 국도 옆으로 샛길이 있다. 36번 국도는 바로 옆에 이면도로가 있기 때문에 36번 도로 구간 자체를 자전거로 통행할 필요도 없고  차들이 고속으로 달리니 통행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마찬가지의 의미로 노루재 터널도 자전거로 지나가는 것보다 소천에서 임기로 우회하는 것을 권한다.  


이면도로로 달리다 보면 옥천 교차로가 나타난다. 바로 앞에 춘양으로 꺾어지는 영동선 기찻길이 보인다. 원래 36번 국도를 따라 직선으로 가야 하는 기찻길이 춘양면으로 급하게 꼬여버리는 구간이다.


우리는 옥천 교차로에서 명호면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36번 국도와 35번 국도가 다시 나누어지는 길이자 길을 잘 모르는 외지인이라면 연결되지 않는 낙동강길을 우회하는 가장 일반적인 길이다.  


이곳에는 사미정계곡이 있다.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사미정이라는 정자가 있어 사미정 계곡이라고 한다.


여기서부터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나름 새로 직선화 공사한 신작로라 심하게 가파르지 않고 포장 상태도 좋다.


개놀재라는 이 고갯길은 직선화를 했어도 옛길이 아직 조금 남아있는데 새로 생긴 길 쪽이 상승 고도가 조금 낮다. 새로 생긴 길은 우리가 지나갈 때에도 포장이 막 끝난 상태였다. 여기서부터 삼동재까지 낙타등으로 조금씩 오르락내리락한다.



삼동리를 지나면 삼동재에서 초반 오르막길이 끝난다.


내려가는 길에 범바위 전망대가 있다. 굽이치는 낙동강을 보고 싶다면 잠시 멈춰도 좋다. 좀 더 내려가면 신비의 도로 표지판이 나온다. 경기도 판교와 인덕원 사이의 도깨비도로처럼 내리막길처럼 보이는 오르막길이라는데 자전거로 달려도 꼬불거리는 급한 헤어핀 구간으로만 느껴지지 어디가 착시인지 잘 모르겠다.


내리막길이 끝나면 청량산 가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35번 국도와 918번 지방도가 합쳐지는 도천 삼거리가 나온다. 차량 통행이 적은 곳이긴 하지만 35번 국도보다 오히려 918번 도로로 봉화에서 오는 차들이 더 많으므로 차량 합류에 주의해야 한다.  


이제 곧 태백산 남쪽을 흐르던 운곡천이 낙동강과 합쳐지는 명호면이다.


명호면 임시 면사무소가 보인다. 본 건물은 새로 짓고 있다. 여기 뒤쪽의 낙동강 시발 공원에서 운곡천과 낙동강이 합쳐진다. 태백에서 발원한 황지천이 구문소를 넘어 철암천과 합쳐지는 곳부터 이미 낙동강이라 불렸는데  2008년에 운곡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이곳 명호면에 낙동강 시발점 테마 공원이 만들어졌다.   


어쨌든 이제 낙동강을 따라간다. 여기서 안동까지 35번 국도가 미슐랭 가이드에도 소개된 드라이브 코스라고 하는데 그만큼 경치가 좋은 곳이다.


달리다 보봉화 선유교라는 다리가 나온다. 출렁다리인데 여기에 왜 다리가 있을까? 명호면의 낙동강 시발점 테마 공원에서 청량산 입구를 지나 농암종택까지 이어지는 예던길 트래킹 코스가 이 다리를 건넌다.


이 낙동강 구간이 오늘 코스의 가장 하이라이트이다. 은근한 내리막길이라 힘도 별로 안 든다.


청량산 입구인 관창리에 도착했다. 당분간 보급할 수 있는 곳이 없으니 여기 마트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관창리는 청량산 입구이기도 하고 청량산 박물관도 있어 주차장도 넉넉한데 실제 대부분의 청량산 등산객들은 좀 더 올라가서 입석 쪽에서 출발한다.


오늘 코스는 길지는 않지만 명호면과 여기 그리고 산 너머 재산면 외에는 보급할만한 곳이 없다.  


우리는 태백에서도 자주 보지만 수도권 사람들은 여기 봉화에서 봄과 여름에 엄청나게 많은 제비 떼를 볼 수 있다. 집집마다 처마 밑에 제비 둥지를 여럿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은 제비 둥지로 집 주변이 지저분해져도 제비를 쫓아지 않고 제비들 역시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청량산 박물관의 화장실을 이용하고 다시 출발한다. 청량산 오르막길에서도 등산로 출발 지점에 화장실이 계속 있지만 지니님은 오르막길 중간에 절대 멈추지 않는 업힐 머신이다.


해발 870 m 청량산의 주봉이 보인다. 청량산은 2008년 놓인 하늘다리가 유명한데, 여기 관창리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는 주봉으로 바로 가게 되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석에서 하늘다리를 거쳐  청량산으로 올라간다.


청량산 삼거리에서 청량산으로 들어가면 청량산을 넘는 고개인 물의재가 시작된다.


청량산 오르막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청량폭포다. 폭포 위에 물이 모일만한 산과 계곡이 없다면 인공폭포일 가능성이 높은데 청량폭포 역시 인공폭포다.  


청량산은 도립공원이다. 등산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100대 명산 중에서도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 정도 되는 산은 50개 정도에 불과하다. 그만큼 청량산은 공식적으로 진 산이다.   


기암절벽 사이로 푸른 봄빛 나무들이 펼쳐진다.


여기가 청량산 등산로 입석 출발점이다. 오른쪽 자동차 뒤로 바위가 있다. 입석이라 표시되어 있는데 같은 입석인 영월 선돌이나 영양 선바위에 비하면 너무 아담하다.


입석을 지나면 이제 등산객들이나 지나가는 차량이 확 줄어든다.


물의재 정상에는 오마도 터널이 있다. 물의재 정상이다. 일단 오늘 코스의 가장 높은 곳에 도착했다.


고개를 넘었으니 내리막을 따라 쭉 내려간다. 933번 도로와 합쳐지고 다시 918번 도로와 합쳐진다. 아까 명호면 직전에 만났던 그 918번 도로가 국도에서 분기해서 여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내리막길이 쭉 이어지다가 재산면을 지나면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오르막길을 계속 넘었더니 슬슬 지치는데 내리막길의 끝에서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낙동강과 만나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향이니 약하긴 해도 오르막길이다.


그래도 열심히 달리다 보면 출발지점인 임기2리 표지판이 나타난다.


마을길을 달려서 다시 임기역으로 돌아왔다. 굳이 동네 안쪽의 임기역에서 출발한 것은 동네에 편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임기역 앞 공터였는데 지치니까 마을 안쪽 오르막길도 힘들게 느껴진다.  


자전거를 차에 싣고 출발하려는데 동네 고양이들이 눈에 띈다.


52 km라는 길지 않은 코스지만 계속되는 오르막길로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나마 보급할만한 곳이 적당한 거리에 있고 낙동강과 청량산의 수려한 경관을 볼 수 있으니 아주 멋진 코스다. 다음 기회에는 35번 국도 예던길 구간 전체를 지나가는 코스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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