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2년에 한 번쯤 가고 싶어 지는 자전거 코스가 하나 있다. 바로 강화도다. 강화도의 가장 큰 단점은 교통편이라 서울 쪽 동호회 중에는 당일치기로 100여 km를 달려서 급하게 다녀가는 경우도 많은데 모처럼만의 강화도니 우리는 1박 2일로 느긋하게 달려보기로 한다. 일단 첫날은 강화도의 남쪽과 석모도를 한 바퀴 돌기로 한다. 약 86 km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코스다. 자전거 동호인들이 혼잡한 48번 국도를 피해서 초지대교로 진입한다면 보통 달리는 코스라 할 수 있다.
강화도 코스의 특징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서해안 코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평지 같지만 자잘한 오르막이 있어 은근히 운동이 되는 코스라는 것이다.
초지대교 쪽에서 출발해도 되지만 강화도와 석모도를 각각 한 바퀴 씩 돌 계획이라 그 중간 지점인 외포리에서 시작한다. 주차장도 넓고 수산물 직판장 쪽에 화장실도 있다.
아침을 어떻게 할까 했는데 전날 춘천에서 사 온 잠봉뵈르 샌드위치와 팔뚝 김밥으로 해결한다. 중간중간 보급할만한 곳이 많으니 중간에 배가 고파져도 큰 문제는 없다. 점심은 강화도에 올 때마다 들르는 식당에서 해결할 예정이다.
갈매기 한 마리가 이쪽을 노려보지만 자전거 타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뺏길 수는 없다. 얼른 먹고 출발준비를 한다.
이제 출발이다. 일단 반시계 방향으로 강화도 본섬을 반 바퀴 돌아야 한다.
외포리에서 나가자마자 해안 자전거길을 달릴 수 있다. 자전거길 옆으로 큰 전함이 하나 보인다. 2019년에 퇴역한 호위함인 마산함이다. 지금은 강화함상공원이 되어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는 전투함이다.
강화 해안 자전거길은 노면이 썩 좋지 않아서 도로로 빠져나가고 싶은 욕구가 마구 들지만 천천히 달려본다. 동해안의 진한 바다색만큼은 아니지만 서해안의 드넓은 갯벌도 나름대로 개성 있는 바다의 모습이라 좋다.
해안 자전거길은 선수포구에서 잠깐 끝나고 도로로 올라가야 한다.
도로 쪽으로 오르막길을 조금 올라가면 자전거 모양의 집이 나타난다. 간판이 없으니 그냥 집인 것 같은데 자전거 모양이라 관심을 끈다. 내부는 어떨지 궁금하다.
은근히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을 달리다 보면 왠지 바다에서 좀 멀어진 느낌도 나고 내륙 쪽으로 자꾸 들어가는 느낌도 난다.
그래서 여차2리에서 농로로 가로지르기로 했다. 미루지항 쪽으로 내려가다가 들판을 가로질러 동막해변으로 바로 가버리는 길이다.
길게 쭉 뻗은 포장된 농로길이다. 사진엔 없지만 천연기념물로 유명하면서 강화도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노랑부리 저어새들도 만났다.
길 옆으로 산이 하나 우뚝 솟아 보이는데 마니산이다. 여기가 마니산을 전체적으로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농로를 가로지른 후에 다시 큰길과 합류해서 잠깐 달리면 동막해변이다.
동막해변은 편의점이 바로 길가에 있어서 자전거 탈 때 많이 쉬어가는 곳 중에 하나인데 오늘은 그대로 지나가기로 한다.
함허동천 계곡의 입구인 사기리에서 다시 샛길을 달리기로 한다. 크게 단축하는 지름길은 아니지만 좀 더 차들과 멀어질 수 있는 길이다.
제대로 지름길로 다니려면 장흥리 쪽으로 가서 84번 도로를 타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지름길을 달리려는 게 아니라 차 없는 길을 달리려는 것이니 길화교 삼거리에서 해안남로로 빠진다.
황산도 쪽으로 황산도를 지나가면 초지대교 입구인 초지교차로가 나온다.
갑자기 교통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서울 방향에서 들어오는 차들로 북새통이니 여기 편의점에서 잠시 쉬기로 한다.
다시 출발이다. 초지교차로를 조심해서 지나가면 초지진이 보인다. 이쪽 구간은 항상 자전거길에 흙모래가 가득해서 그리 달릴만한 자전거길이 아닌데 도로 쪽으로는 차들도 많이 다니니 참 애매한 곳이다.
좀 더 달리면 로터리가 나온다. 초지진입구 교차로다.
오늘 코스를 구상할 때 어디서 잘라야 강화도를 편하게반 바퀴 돌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오두리에서 끊기로 했다. 불은면사무소, 오두리라 적혀있는 이정표 쪽으로 가로지르는 한적한 길로 외포리까지 바로 가는 길이다.
강화도는 서해 바다를 볼 수 있는 해안 라이딩 코스이지만 그 내륙 쪽으로도 꽤 괜찮은 풍경을 볼 수 있는 섬이다. 강화섬쌀이 나오는 넓은 평야지대가 여기저기서 펼쳐진다.
이정표대로 이 길은 불은면사무소 근처로 이어진다.
여기 불은면사무소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차 없는 샛길을 달려 외포리 가는 큰길인 중앙로와 만나게 된다.
중앙로는 이름 그대로 강화도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자동차로 외포리 쪽을 다니다 보면 금방 익숙해지는 두 포인트인 찬우물고개 삼거리와 인산삼거리를 끼고 있는 길이다.
중간에 중앙로로 들어와서 인산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곧 외포리에 도착한다.
외포리로 다시 돌아왔으니 전반부가 끝났다. 종종 들르는 식당에서 새우튀김을 사가다 먹는다. 칼국수와 된장찌개 그리고 밴댕이 회무침을 하는 식당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새우튀김을 팔기 시작했다. 이번에 처음 먹어본다.
바다를 보면서 먹는 새우튀김 맛 괜찮다. 근데 혼자 이걸 거의 다 먹으려니 입안이 느끼느끼하다.
이제 오늘의 후반부인 석모도로 간다. 저 멀리 바다 위에 석모대교가 보인다.
석모대교 양쪽의 로터리를 돌아서 들어가면 되는데
1차선 도로에 차량 통행이 있는 시간이니 보행로 쪽으로 건넌다.
석모대교를 건너 석모도에 들어왔다. 여기서도 반시계 방향으로 달린다. 그러고 보니 석모도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달린 적이 없다.
석모도는 사실상 길이 하나뿐이니 길을 잃을 염려가 없는 곳이다.
여기 북쪽 들판에서 한 블럭 더 가는지 아닌지 정도의 차이다. 오늘은 짧게 직진해서여기 이정표에서 보문사로 간다.
큰 오르막길이 없는 오늘 코스에서 가장 힘든 곳이 여기 한가라지고개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은근히 경사가 있다.
고개 꼭대기의 버스정류장에 한가라지라는 고개 이름이 쓰여있다.
이제 쭉 내려가면 석모도의 유명한 사찰인 보문사가 나온다. 낙산사, 향일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영지라고 하는데 그만큼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좀 붐비고 식당이 많으면 보문사 입구다. 보문사는 꽤 가파른 오르막길로 걸어 올라가야 하니 자전거를 가지고 가긴 힘든 곳이다.
작은 섬인데 은근히 바다 보기가 힘들다.
한참 달리다 보면 나룻부리항 가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다리가 없던 시절에 배를 타던 곳이다. 지금은 당연히 석모대교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석모대교 같은 연륙교는 꽤 높게 지어져 있다. 그 말은 저걸 건너려면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다.
열심히 올라가서 석모대교에 도착했다. 이 다리를 건너서 외포리로 가면 오늘 일정은 끝이다. 마침 바로 옆에 카페가 있어 석모대교를 바라보면서 쉬어간다.
에이드를 주문했더니 내가 좋아하는 산딸기와 복분자를 서비스로 받았다. 아직 시간은 많고 오늘 충분히 달렸으니 넉넉하게 쉬어준다. 근처에 다른 테이블에 동네 사람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외포리로 돌아왔다. 오래 주차해 놨더니 갈매기들이 차에 똥 테러를 해놓았다. 아.. 이건 생각 못했네...
아까 새우튀김을 먹었던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외포리에서 현지인들을 상대하는 이 식당은 처음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는데 강화도에서는 이 집만 가게 되었다. 몇 년에 한 번 가니 단골이라 할 수는 없지만... 여기 저렴한 바지락 칼국수와 밴댕이 회덮밥의 조합이 아주 괜찮다.
저녁을 먹고 황정리 쪽에 숙소를 잡았다. 재미있는 것은 아까 석모대교 카페에서 우리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던 분이 여기 사장님이라는 것이다. 자전거옷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으니 우리를 못 알아보신다.
오랜만의 강화도는 이번에도 즐거웠다. 서울에서 가까운 바다 코스지만 은근히 가기 힘든 곳이자 갈 때마다 무언가 재미있는 곳, 그래서 강화도를 계속 찾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