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가 자주 돌아다니는 봉화에는 정자가 많다. 많긴 한데 그리 눈에 띄는 문화재가 아니다보니 우리도 정자가 있네~ 하면서 무심히 지나다녔다. 지난겨울에 봉화군 봉성면의 정자문화관에 들러보니 봉화에는 다양한 정자들이 있길래 춘양면에서 출발해서 봉화의 정자들을 둘러보는 60km 정도의 코스를 구상해 보았고 오늘 둘러보기로 한다.
출발을 봉화군 춘양면에서 하면 우리는 거의 여기 시장의 분식집에서 아침을 먹는다. 9시 정도면 열고 직접 수확한 들깨로 만든 칼국수와 직접 담근 김치로 만드는 바삭 쫀득한 김치전이 일품이다.
마침 춘양 장날이길래 둘러보니 토끼들도 있다.
춘양면 주민문화교육센터에서 출발한다. 면사무소 주차장에서 출발해도 되지만 오늘은 여기서 출발하는 게 편하다.
춘양교를 건너가서 한티골에서 고개를 넘어야 하니 읍내를 적당히 가로지른다.
춘양에서 자전거를 타고 봉화 쪽으로 가려면 36번 도로를 피할 수가 없는데 이 한치고개를 넘어가면 36번 도로를 최소한으로 탈 수 있다. 실제로 딱 200 m 정도만 타게 된다.
고개를 넘어 36번 국도 옆으로 달리다 보면 소지리에서 결국 36번 도로와 합쳐진다. 반대 방향에는 버려진 옛길이 있어 국도를 완전히 피할 수 있는데 여기서 가면 역주행 방향이라 진입하면 안 된다.
잠깐 36번 도로로 올라가서 200m만 달리면...
바로 법전면으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법전면은 자전거로 다닐 때 여러 번 지나다녔던 곳이지만 정자를 보러 오기는 처음이다. 마을에 들어가자마자 이오당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딱 방 4개짜리 조촐한 기와집 모양이다. 대문이 잠겨있어 들어갈 수는 없다.
법전면에는 이오당 외에 다른 정자가 바로 근처에 또 있다. 동네 개천인 법전천을 건너면 바로 조그만 정자가 보인다.
경체정이다. 경체정의 이름은 시경에서 형제간의 우애와 공경을 상징하는 구절에서 글자 하나씩 따왔다고 한다.
이제 법전에서 봉화로 가야 한다. 법전 서쪽 방향은 36번 국도와 합쳐지는데 아까 36번 국도에 피할 수 없는 구간을 이미 200 m 달렸다고 했다.
그렇다. 당연히 우회길이 있다. 굴다리를 지나자마자 옆으로 빠지는 우회도로가 있다.
이 우회길의 장점은 36번 국도를 거의 피한다는 것이고 단점은 약한 오르막 내리막길이 있다는 것이다. 풍정리에서 작은 언덕길을 넘으면 다덕약수 관광지가 나온다.
다덕약수 관광지를 그대로 통과해 지나간다. 경북의 특징 중에는 특이한 약수가 나오는 곳이 여럿 있고 그 물로 만드는 음식점이 있는 관광지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도 탄산수 약수라고 한다.
쭉 뻗은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청암정 이정표가 나타난다. 유곡삼거리부터는 36번 도로에서 봉화로 빠져나온 차들이 있으니 조금 조심해야 한다.
한옥마을이 잔뜩 보이면 안동권씨 집성촌인 닭실마을이다. 저 마을 안쪽에 청암정이 있다.
청암정에 도착했다. 앞의 두 정자는 대문이 잠겨 있었는데 여기는 사유지이지만 방문객들에게 개방해 놓아서 들어가 볼 수 있다.
정자라 하면 작은 연못이 딸린 정원도 있는 모습을 생각했는데 그럴듯한 정자가 나타난다. 다만 정자 안쪽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는 것이 조금 아쉽다.
조금 허름한 건물이 한채 더 있는데 정자를 관리하는 하인이 머물던 건물이라고 한다.
근처 강을 건너서 청암정사로 가면 정자를 더 볼 수 있는데 여기서 봉화읍내 쪽으로 그냥 빠져나가기로 한다.
기찻길 옆으로 비티고개라는 약한 고개를 하나 넘어간다. 작은 고개라고 해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고개는 이름이 붙는다.
삼계회전교차로에서 봉화읍내 방향으로 들어가면 봉화삼계쉼터와 편의점이 나온다. 쉼터에 화장실도 있어 보급하기 좋은 위치라 종종 쉬어가는 곳이다.
보통은 봉화읍내에서 36번 도로로 가는 남쪽길은 잘 안 들어가는데 오늘은 그쪽으로 가야 한다. 봉화를 드나드는 차들이 대부분 이용하는 길이라 봉화교차로까지는 차들이 꽤 다니는데 교차로만 지나면 바로 조용해진다.
평소에는 거의 피해 다니는 지점인 봉화교차로를 찾아온 것은 여기도 정자가 있기 때문이다. 915번 도로로 좌회전하면 거촌2리 마을 입구에 정자가 하나 보인다.
도암정에 도착했다.
정자 앞에 작은 인공호수를 파놓고 인공섬을 만들어 소나무까지 심어놓아서 건물은 소박해 보이지만 호화롭기 그지없는 정자다. 지금은 시기 상으로 이르지만 여름에는 연꽃이 연못을 가득 채우는 멋진 곳이다.
앞의 정자들이 그냥 보기만 했다면 이 정자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 볼 수도 있다.
이제 도암정에서 나와서 다시 915번 도로를 따라 달린다.
하눌리에서 다시 아주 한적한 길로 빠진다. 이제 돌고 도는 작은 마을길로 춘양까지 돌아간다. 일단은 하눌마을길인 하눌로를 계속 따라간다. 여기서 꺾지 않고 915번 도로를 그대로 따라가면 봉화 야옹정이 나온다. 야옹 하니 귀여워 보이지만 정자를 세운 전응방 선생의 호가 야옹(野翁)이라 야옹정이다. 봉화 야옹정이라 한 이유는 예천에도 한자까지 같은 야옹정이 있기 때문이다.
작은 저수지가 나타났다. 하눌마을에 있는 저수지니 하눌저수지다.
하눌로는 봉성면으로 가는 918번 도로와 합쳐진다. 봉성면사무소 앞에서 봉성역 쪽으로 한적한 길이 이어진다. 우리가 종종 이용하는 조용한 길이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영동선 기찻길의 작은 역들은 대부분 폐역이 되었다. 여기 봉성역도 마찬가지다.
그리 가파르지는 않지만 작은 고개를 넘는다. 엉고개라는 이름이 있는 것 같다.
원래 춘양 쪽으로 가로질러 가려고 다니던 길이었는데 오늘은 둘러갈 생각이다. 풍전 1리의 삼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영동선 기찻길을 따라간다.
도로는 철길 아래로 이어진다. 오른쪽에 보이는 저 샛길은 막힌 길이다. 이 길도 작년에 명호면 쪽에서 법전으로 가로지를 때 다니던 길이다. 이렇게 구석구석 다니다 보면 동네 지리가 머릿속에 들어오게 된다.
기찻길 옆으로 적당히 쭉 뻗는 길이 나온다. 일반 기차는 철로 된 바퀴라 아무리 힘이 좋은 기차라도 산악기차가 아닌 이상 오르막길에 약하다. 그래서 기찻길은 완만하게 뻗는다. 여행에서 너무 힘든 길을 피하고 싶다면 기찻길을 따라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법전면의 아래쪽 입구에서 사미정로를 따라 우회전한다.
사미정로는 말 그대로 사미정 정자가 있는 사미정 계곡으로 이어진다. 그 길만 따라가면 된다. 기찻길과 더불어 자전거로 쉽게 달리는 또 하나의 방법은 강을 따라 달리는 방법이다. 다만 강은 상류로 갈수록 계곡과 절벽이 있어 급한 경사길을 만날 때가 자주 있다. 저 앞에 보이는 오르막길이 신경 쓰인다.
16% 경사도라는 표시가 있는 짧지만 힘든 오르막길이 나왔다.
힘들게 올라오긴 했는데 그대로 내려가버려서 사미정에는 들르지 못했다. 이쁜 계곡이 있어 계곡 절벽 같은 곳에 있을 줄 알았더니 마을 한가운데 있다고 한다. 아쉽지만 다시 올라갈 힘이 없으니 다음번에 다시 지나갈 일이 있을 테니 그때 둘러보기로 한다.
옥천마을에서 다리를 건너 35번 국도와 만난다. 사미정계곡에 흐르는 물은 춘양에서 내려온 운곡천이다. 이제 운곡천만 따라가면 된다.
옥천교차로에서도 그대로 직진한다.
강 건너에 작은 기와집이 보인다. 춘양의 창애정이다.
춘양 입구의 회전교차로에 도착하면 거의 다 온 것이다.
주차를 해둔 주민문화교육센터로 들어간다.
춘양면사무소에서 시작해도 되는데 일부러 이 안쪽에서 시작한 이유가 있다. 정리하고 자전거를 차에 싣고 나가는 길에 마지막 정자를 보고 간다.
춘양에는 한수정이 있다.
열린 문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아담한 정자가 나타난다. 책꽂이와 좌탁이 있고 연못 쪽에는 소파와 의자도 있다. 아직까지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살아있는 정자, 한수정이다. 위치도 외딴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읍내 안에 있다.
앞마당에서 보면 이렇게 다른 정자에 비해서 규모도 꽤 크다.
어차피 출발점 근처에 있으니 마지막에 구경하려고 남겨둔 정자인데 울창하고 오래된 나무들 속에서 파묻혀 있어 아직도 실제 사용되고 있는 큰 정자인 줄은 몰랐다. 어쨌든, 이오당, 경체정, 청암정, 도암정, 한수정의 5개 정자를 둘러보았다. 봉화에는 이런 정자가 100여 개가 있다고 하는데 나름 의미가 있는 정자들을 추려서 자전거로 둘러보았다. 부석사 가는 길, 물야의 장암정과 춘양의 구석에 있는 와선정, 안동댐 근처의 백운정 등은 다음번에 기회가 될 때 돌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