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고속도로 기준으로 강원 남부에는 세 개의 큰 물줄기가 있다. 태기산에서 내려오는 주천강과 오대산에서 내려오는 평창강, 그리고 태백에서 내려오는 동강이다. 우리는 진즉에 세 강을 모두 자전거로 달렸는데 오랜만에 다시 달리고 싶다. 오늘은 영월과 평창 사이를 달리기로 한다. 영월군 남면에서 평창까지 고개를 넘어갔다가 평창강을 따라서 돌아오는 80 km 정도의 코스다.
남면 사무소 옆에 별빛 어울림센터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여기는 반려견 놀이터라고 하는데 오늘은 방문객이 보이지 않는다. 관리되는 화장실도 있고 주차장이 넓으니 편하게 이용한다.
준비하고 출발한다. 사실 일주일 전에 타러 왔었는데 헬멧을 챙겨 오지 않은 데다가 바람도 거세게 불어서 포기하고 다시 왔다.
남면이야 여러 번 지나간 곳이니 조금 다르게 달린다. 남면의 제일 안쪽으로 연당원 둘레에 길이 있길래 조금 돌아서 가본다. 38번 국도로 남면을 지날 때 저수지와 특이한 3층집이 있는 정원 같은 곳이 보이는데 그곳이 연당원이다. 그리고 길 옆의 작은 개천은 연당천이고 이 근처 마을이 연당리다.
이 건물이 38번 국도에서 봤을 때 저게 뭐지 했던 건물인데 그냥 속이 빈 전망대 같은 곳이었다. 연당원 자체는 온실도 야외 정원도 훌륭해서 잠시 머물면서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연당천은 여기 연당원 끝에서 서강과 합쳐진다. 영월이라면 동강이 유명한데 동강이 있으니 서강도 있다. 평창강이 한반도 지형을 지나서 주천강과 만나서 더 큰 물줄기가 되는데 영월에서 동강과 합쳐지기 전까지를 서강이라 한다. 그리고, 동강과 서강이 만나면 그제야 제대로 된 남한강이라 할 수 있다.
남면의 출구로 나가면 이제 88번 국도와 합쳐진다. 남면은 안쪽에 하나로마트가 있어서 주천강이나 평창강을 타러 왔을 때 들러서 쉬던 곳이었다. 이제는 이 출구 쪽에 편의점이 생겨서 보급하기 더 좋아졌다.
약한 오르막길을 넘으면 문개실인데 도로포장을 새로 해놨다. 시골의 한적한 곳일수록 도로라도 잘 다듬어놔야 한다.
영월 입구에 영월 삼거리가 있다. 이름 만으로는 영월 읍내에 다 온 것 같지만 여기서 선돌이 있는 소나기재를 넘어 장릉을 지나야 영월 읍내가 나온다. 오늘 목표인 평창으로 가려면 여기서 좌회전해서 31번 도로로 문곡 방향으로 가야 한다.
문곡 방향의 31번 국도는 생각보다 차들이 많이 다닌다. 오토바이나 작은 차들은 물론 큰 트럭들까지 은근히 많이 다녀서 생각보다 붐비니 조금 당황스럽다.
문곡1리까지 오면 31번 국도에서 415번 지방도가 분기하는데 다행히 대부분의 차들이 415번 지방도로 간다. 415번 도로는 미탄면을 지나 정선으로 가는 길인데 왜 교통량이 많은지 모르겠다. 저 많은 차들이 다 정선 가는 차들인가? 정선 근처는 은근히 교통량이 많긴 해서 자전거 타러는 잘 안 가게 된다.
이제 조금 한가해졌는데 지니님은 여전히 31번 국도를 달리는 게 맘에 안 드나 보다.
연덕1리에서 31번 국도를 그냥 따라가면 연덕터널과 원동터널을 지나야 한다. 터널은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은 데다가 31번 국도를 벗어나고 싶어 하는 지니님의 바램도 있으니 원동재로 우회한다.
닥종이갤러리를 지나면 연덕터널을 우회하게 되고 여기서부터 다시 원동터널을 우회해서 원동재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31번 국도 원동재 구간은 원래 원동재를 꼬불꼬불 넘는 길이었다가 직선화 공사를 한 번 진행하고 이제는 아예 터널을 뚫어 고갯길은 옛길이 되어버렸다. 올라가다 보면 아직도 이전의 꼬불꼬불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