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남도 자전거 여행 2일 차
2025년 6월 7일 - 강진만 한 바퀴
어제 강진군 칠량면까지 달렸다. 오늘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강진만 한 바퀴 코스를 달린다.
강진 읍내에서 출발하면 좀 더 길어지겠지만 칠량면에서 출발하니 5 km 정도 줄어든다. 완도 읍내에는 들르지 않아도 되지만 점심을 먹기 위해 완도 읍내로 들어가면서 거리가 좀 더 늘어나는 것도 있다.
해발고도 100m를 넘어가는 곳이 없는 코스지만 큰 연륙교를 넘어갈 때 오르막이 있다.
숙소에서 하루 자고 칠량면에서 출발한다. 칠량면 읍내에도 편의점이 있긴 한데 마량항에 가서 쉴 예정이다.
아침이라 그런지 23번 국도에 차량 통행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도 마량항까지 자전거길은 없기 때문에 조심조심 차들과 함께 달려야 한다.
다행인 것은 그나마 갓길이 확보되어 있다는 것이다. 차들이 없다고 해도 이 근처가 예전부터 교통사고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 조심해야 한다.
이정표에 청자다리가 표시되어 있다. 가우도 출렁다리라 쓰여져 있다.
오른쪽에 멀리 다리가 보인다. 강진만 한가운데에 사람이 사는 섬인 가우도가 있다. 가우도에서 동서로 다리를 하나씩 놓아서 사람이 도보로 들어갈 수 있는데 동쪽에 있는 다리를 청자다리, 서쪽에 있는 다리를 다산다리라고 한다.
청자다리가 보인다. 여기 강진군 대구면은 고려시대의 큰 가마터가 줄줄이 발굴된 곳으로 고려청자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이쪽 방향의 다리를 청자다리라고 한 것 같다. 지금 달리고 있는 23번 국도의 이름도 청자로이다.
한참 달리다 보면 청자로와 고금로가 나뉘는 마량교차로가 나온다. 오른쪽은 마량항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왼쪽은 바로 고금대교를 건너 고금도로 들어가는 길이다.
마량항에서 쉬기로 했으니 오른쪽 방향으로 내려간다.
동해안은 섬이 거의 없이 뻥 뚫린 바다라면 남해안은 바다에 산이 겹겹이 잠긴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미항인 마량항에 도착했다. 한국의 나폴리라고도 불리는데 이런 표현은 나폴리보다 못하다는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부르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마량항이 더 유명했다면 나폴리가 이탈리아의 마량이라 불렸을 것이다. 어쨌든 나폴리든 마량이든 각자 아름다운 특색이 있는 곳이다.
항구 쪽에 편의점에 멈춰서 잠시 쉬었다 간다. 동네 아저씨들도 모두 여기에 모이는 것 같다.
예전에 왔을 때 방파제 쪽으로는 이미 구경을 했으니 천천히 달려서 빠져나간다.
고금대교가 보인다. 오르막길로 올라가서 고금대교를 넘어가야 한다. 마량항 뒤쪽으로 완만하게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바닷가에 좀 더 붙어 달리고 싶어서 그대로 달렸더니 마지막에 꽤 가파른 구간이 나온다.
이제 고금대교를 넘어간다. 고금도에도 한 번 갔었고 마량에도 한 번 갔었는데 고금대교를 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지만 안전하게 인도로 건너간다. 자전거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고금도에서 교통사고로 다친 할아버지가 병실 친구였다. 오늘은 여유가 없으니 할아버지댁에 들르진 않는다. 예전에 와서 뵈었을 때는 정정하셨는데 이미 연세가 많으셔서 돌아가셨을까 봐 걱정되는 마음도 있다.
마량항이 한눈에 보인다. 크진 않지만 미항이라 할 만큼 이쁘장한 항구다.
고금도는 완도군에 속한 섬이지만 완도군 쪽으로 이어주는 장보고대교가 생긴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강진 생활권이었다. 고흥 쪽에 소록도에서 이어지는 거금도와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릴 수 있다.
예전에는 차량 통행이 그리 많지 않았던 섬이었는데 좁은 차도에 차들이 꽤 다닌다. 장보고 대교가 생기면서 완도나 신지도로 가는 차들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다.
고금도 한가운데에 고금면 읍내가 있다. 작은 동네다. 마을 가운데 있는 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신지도 방향으로 간다.
원래 신지도 쪽에서 배를 타고 건너온 사람들이 읍내로 들어오는 도로라 한적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차들이 은근히 많이 지나간다.
이제 장보고 대교를 건너 신지도로 간다.
완도군으로 들어가는 신지대교가 보인다. 두 다리가 신지도 서쪽에 있어 신지도는 일부만 지나가게 된다. 예전에 신지도 안쪽으로 들어가서 명사십리 해수욕장과 은근한 오르막길이 반복되는 길을 달려본 적이 있는데 섬 자체가 작아서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이제 신지도에 들어간다. 무엇 때문인지 내 자전거에 펑크가 나서 잠깐 지체가 된다.
잠깐 달리면 바로 신지대교가 나온다.
신지대교에서 주의할 점은 자전거길이 북측에만 있고 횡단보도가 없기 때문에 우리처럼 완도 방향으로 가는 경우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완도에서 들어올 때 이 자전거길을 이용하면 끝에서 무단횡단을 하거나 역주행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갓길이 넓은 편이니 위험하게 건너는 것보다는 그냥 차도를 이용하는 걸 권한다.
이제 완도로 들어왔다. 완도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하니 완도 교차로에서 완도 읍내 쪽으로 들어간다.
완도는 전복이 유명하다지만 특이한 식당이 있어서 가보았다. 고깃집인데 돈까스로 유명한 집이다. 육회 정식과 돈까스를 하나씩 주문했다.
밑반찬도 잘 나오고 육회 정식도 돈까스도 맛있다.
완도 바닷가 쪽으로 해변 공원을 구경하면서 빠져나간다.
특이하게 생긴 건물은 해조류 전시관이라고 한다. 우리가 먹고 있는 김, 다시마 등등 다 이 근처에서 난다.
이제 다시 완도교차로 쪽으로 나간다.
13번 도로를 계속 따라가는 게 아니고 완도교차로를 지나서 그다음 교차로인 엄목교차로에서 해안도로로 빠져나갈 거다.
어차피 엄목교차로 이후로는 13번 도로는 이륜차 통행금지다.
이제 청해진 일주도로다.
저쪽에 장보고 동상이 보인다. 이 근처가 장보고의 근거지인 청해진이다.
여기도 금계국이 잔뜩 피었다.
장보고 기념관이 있다. 통일신라 시대에는 신라가 왜구들을 소탕하고 해상권을 장악했는데 그 주인공이 장보고다.
장보고 기념관을 지나면 약한 오르막길이 하나 있다. 오르막길 꼭대기의 전망대에서 저 건너에 아까 건너왔던 장보고 대교가 보인다.
영흥리를 지나서 완도대교까지 조용한 마을길로 달릴 수 있다.
이제 원동교차로로 올라가서 완도대교를 건넌다.
완도대교는 비대칭 사장교라는 방식으로 주탑 하나가 다리의 중간이 아니라 출구 쪽인 달도 쪽으로 치우쳐서 세워져 있는 다리다. 도로도 2차선인데 갓길도 넉넉하니 자전거로 통과하기 편한 다리다.
완도대교 건너 달도라는 조그만 섬까지가 완도군이다. 이제 남창교를 건너면 해남군 북평면이다.
남창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서 큰 도로를 빠져나간다. 당분간은 한적한 바닷가 도로로 달리게 된다. 당분간은 보급할 곳이 없으니 여기 북평 중학교 앞의 편의점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
복잡한 해안선을 따라 달리면 거리도 길어지고 길이 끊기기도 하니 적당히 큰 도로로 달린다.
금당리 쪽에서 신월제라는 저수지 앞으로 질러간다.
장고봉로와 만나서 내동리를 지나면 사내방조제로 이어진다.
해남 내동리 고분군이 있는 숲을 지나간다. 무덤 몇 개가 있는 것뿐인 데다가 길에서는 조금 걸어 들어가야 하니 풍경을 즐기며 지나간다.
사내방조제를 지나간다. 여기는 남파랑길 루트이기도 하고 낚시꾼들한테 좋은 곳인가 보다.
사내호수는 꽤 넓어 보인다. 윗동네가 사초리라 그런지 사초호라고도 알려져 있다.
썰물 때인지 물이 많이 빠져있다.
이제 슬슬 가우도의 서쪽 다리인 다산다리가 보일 때가 된 것 같다 싶었는데 드디어 저 멀리에 보인다.
따로 보급할만한 데가 없으니 다산다리 앞에 들러서 구경도 하고 화장실도 들른다.
가우도로 건너갈 것은 아니니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중간까지만 다녀온다.
이제 여기서부터 강진 읍내까지는 자전거도로가 있다.
가우도를 마지막으로 보면서 달린다. 몇 년 후에 다시 올진 모르겠다.
골프장을 지나 만덕호가 있는 직선길을 달린다. 이제 강진 읍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자전거길은 반대편에만 있다. 이 근처에 유명한 다산초당이 있는데 오늘은 달리는 거리가 길다 보니 들르지 못한다. 지난번에 들렀지만 나중에 다시 들를 생각이다.
자전거길이 그럭저럭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계속 자전거길로 달린다.
바다 쪽으로 난간 설치 공사를 하고 있다. 지금이 풍경이 딱 좋은데 무언가 사고가 나서 설치되는 것 같다.
원래 칙칙한 색의 다리였는데 흰색과 초록색으로 칠해서 화사해졌다. 이 다리를 건너면 자전거길에서 벗어나서 읍내로 들어갈 것이다.
남포교차로 밑의 굴다리를 지나면 바로 읍내로 이어진다.
숙소는 터미널 바로 옆에 예약해 놨는데 체크인하기 전에 맥주부터 한 잔 하고 싶다. 터미널 건너편 먹자골목에 일찍 문을 연 맥주집에 들어갔는데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맥주가 나왔다.
맥주가 맛있으니 아예 여기서 저녁까지 먹기로 한다. 매콤한 파스타와 피자까지 맘에 든다.
일찌감치 저녁을 해결하고 나오니 아직도 날이 환하다. 자전거를 끌고 바로 앞에 예약해 둔 숙소에 갔더니 자전거를 로비에 보관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번 2박 3일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강진만 순환 코스를 달렸다. 정확하게 순환만 한다면 110 km 정도 되는데 큰 오르막길은 없어서 크게 힘든 코스는 아니다. 거리가 부담된다면 가우도 입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가우도를 통과해서 달리면 거리도 줄어들고 차들이 많이 다니는 23번 국도 구간을 줄일 수 있다. 나름 유명한 남해 인코스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코스인데 남해 인코스만큼 유명하진 않은 것 같다. 바다를 보며 달리는 걸 좋아한다면 강추할만한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