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을 시작하는 방법 2
당연히 아니다. 전문적인 자전거 입문을 위해서 고급 자전거를 추천하긴 하지만 단순히 자전거 여행 만을 위해서는 이런 고급의 자전거는 필요 없다. 저렴한 자전거라도 잘 정비된 자전거라면 얼마든지 여행을 다닐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저렴한 자전거를 구입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 이러한 자전거로도 자전거 여행을 할 수는 있지만 저품질의 부품을 많이 사용하니 힘도 많이 들고 고장 나기도 쉽기 때문이다.
아니다. 여행 전용 자전거가 있지만 그 자전거는 정말로 많은 짐을 가지고 장기간의 자전거 여행을 가는데에 필요한 자전거이다. 세계일주 혹은 사막 횡단을 하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자전거로도 충분하다.
여행용으로 사용할 자전거는 여행 전용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튼튼하고 정비가 쉽고 가볍고 주행성능이 어느 정도 좋은 제품을 고르면 된다. 자전거 여행을 하기 좋은 자전거를 고르는 기본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자전거 여행에 도전하려 하지만 아직 자전거도 구입하지 않았다면 아래와 같은 조건으로 자전거를 구입하면 된다.
1.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된 제품을 고른다.
2. 기어 변속레버에 SHIMANO라고 쓰인 제품을 고른다.
3. 앞쇼바(완충장치)만 있는 자전거나 아예 완충장치가 없는 자전거를 고른다.
4. QR레버가 장착된 자전거를 고른다.
5. 일반 규격의 자전거를 고른다.
1.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된 제품을 고른다.
현재 일반적인 자전거에 많이 쓰이는 소재로 카본과 알루미늄 그리고 티타늄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카본과 티타늄 자전거들은 상당히 고가이다. 저렴한 것부터 비싼 것까지 알루미늄 프레임도 그 가격대가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저렴한 알루미늄 자전거라도 하이텐강(철)으로 만들어진 자전거보다 훨씬 가볍고, 가벼운 자전거가 여행하기 편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일부 여행용 자전거들은 파손시 용접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크로몰리(크롬-몰리브덴강)소재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알류미늄 자전거 이상으로 가격이 높다.
1. 카본 or 티타늄 자전거 - 비싸다. 가볍다.
2. 알루미늄 자전거 -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충분히 가볍다.
3. 하이텐강(철) 자전거 - 저렴하다. 매우 무겁다.
2. 기어 변속레버에 SHIMANO라고 쓰인 제품을 고른다.
자전거 여행을 할 때 100% 평지로만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히 나라의 70%가 산인 우리나라에선 언덕이 없는 여행길을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언덕을 올라갈 수 있도록 변속 시스템이 갖춰진 자전거가 필요하다. 시마노-SHIMANO-는 자전거 부품으로 아주 유명한 회사로 가장 저렴한 등급(무등급)도 저가의 중국제와는 차원이 다른 품질과 성능을 보여준다.
SHIMANO의 다양한 등급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별도의 글을 써야 할 만큼 많이 있지만 자전거를 구입할 때, 자전거 부속에 SHIMANO라고 깔끔하게 쓰여 있으면 "기어 변속은 잘 되겠구나."라고만 생각해도 충분하다.
SHIMANO 외에도 SRAM이나 Campagnolo, MICROSHIFT 등 다른 회사의 좋은 제품들도 있지만 어려우면 당장은 신경 쓰지 말자.
3. 앞쇼바(완충장치)만 있는 자전거(XC하드테일)나 아예 완충장치가 없는 자전거(로드, 하이브리드)를 고른다.
저렴한 MTB형 생활자전거를 보고 "앞뒤 쇼바(샥업소버; 충격 흡수장치)가 달려있으니 푹신하겠구나."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야말로 최악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앞뒤 쇼바가 달려있는 제대로 된 전문 MTB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300만 원 정도의 가격대부터 시작한다. 10-20만 원대 제품에 달려있는 뒷쇼바는 무겁기만 하고 페달링을 할 때마다 다리 힘만 잡아먹는 득 보다 실이 많은 부분이다. 저렴한 자전거들에서는 앞쇼바 역시 큰 도움은 못 준다. 또한, 고가의 MTB 자전거를 타더라도 포장도로에선 쇼바를 잠그는(락아웃이라 한다.) 사람도 많다.
앞뒤 쇼바의 욕심을 버리면 자전거가 훨씬 가벼워진다. 요철이 많은 비포장길이나 산길을 다닌다면 앞쇼바가 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주로 자전거도로와 잘 포장된 길로 다닌다면 앞쇼바도 필요가 없다. 또한, 뒷쇼바가 있는 자전거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최대의 장비인 패니어를 장착하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4. QR레버가 장착된 자전거를 고른다.
보통 30만 원대 이상의 자전거에는 앞뒤 바퀴에 너트와 볼트 대신 원터치로 빠르게 풀어낼 수 있는 퀵 릴리즈 레버(Quick-Release lever)의 줄임말인 QR레버가 장착되어 있다. QR레버 타입의 휠이 장착되어야만 펑크나 바퀴의 고장이 발생했을 때 빠르고 손쉬운 수리가 가능하다.
뒷바퀴가 QR로 된 자전거는 8단(16단, 24단) 이상일 것이다. 이는 7단이나 일부 8단에서 사용하는 프리휠바디 형식의 통짜 카세트(뒷 기어)가 아닌 고급 자전거에 쓰이는 코그(기어)가 낱장으로 분리되는 스프라켓 방식의 카세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좀더 고가일 수 밖에 없다.
5. 일반 규격의 자전거를 고른다.
자전거에 일반적인 것과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 있는가?... 있다. 바로 바퀴의 크기이다.
가장 일반적인 자전거라 할 수 있는 자전거는 바퀴 크기가 26인치(구형 MTB 자전거)나 27.5인치(신형 MTB 자전거) 혹은 700C (타이어 지름 약 700mm, 도로용 자전거)이다. 이 통일된 규격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수리할 수 있는 부속을 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반대로 내가 탔던 미니벨로들(349, 355, 451 규격)과 같이 일반적이지 않은 휠 규격은 자전거 가게에서 튜브조차 준비해두지 않기 때문에 여행 갈 때 타이어, 튜브, 펑크패치는 물론, 그 외의 특이 부품들을 모조리 짊어지고 다녀야 했다.
이 5가지만 지키면 어떠한 자전거든 여행용으로 충분한 자전거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단, 이를 모두 만족시키는 자전거, 즉 충분히 타기 좋은 자전거는 최소한 40만 원 이상이다.
다양한 용도를 위해서 다양한 자전거가 개발되었기에 자전거의 종류도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그중에서 여행에 쓰기에 가장 일반적인 자전거를 뽑으라면 로드바이크, 하이브리드, MTB 세 종류를 뽑을 수 있다. 이 세 자전거의 특성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면
1. 절대로 도로는 벗어나지 않는 포장도로 위주의 자전거 여행
로드바이크(사이클)나 하이브리드형 자전거를 추천한다.
로드바이크는 일반적으로 선수들이 타는 것 같은 휘어진 핸들바(드랍바)를 가지고 있는 고속, 장거리에 유리한 자전거이고 하이브리드는 로드바이크와 같은 얇은 바퀴를 가지고 있지만 MTB형태의 프레임에 일자형 핸들바를 장착하여 편안한 자세로 어느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는 자전거이다.
두 자전거 모두 700C라는 규격(바퀴의 외경이 700 mm)의 얇은 도로용 바퀴를 가지고 있어 보다 먼 거리를 더 편안하게 여행하기에 좋은 자전거들이다. 자전거 고수들의 경우 이런 자전거로 하루 동안 수 백 km의 거리를 여행할 수 있을 만큼 적은 힘으로 더 빠르게 멀리 갈 수 있는 자전거들이다.
일부 하이브리드 모델 중에 MTB와 같은 쇼바(완충장치)가 장착된 제품도 있지만 도로를 달리는 용도상 그리 추천하진 않는다.
2. 포장이든 비포장이든 가야 한다. 언덕도 넘어야 하고 산길도 가야 한다.
바로 MTB(Mountain Bike; 산악자전거)이다. 산악자전거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장거리 여행용으로 추천할만한 것은 앞쇼바만 달려있는 XC하드테일이다.
"XC하드테일"이란 말이 어렵다면?
그냥 일반적인 MTB라고 하는 것들이 대부분 이런 제품인데 도로용 자전거들 만큼 먼 거리를 빠르게 다니기는 쉽지 않다. 대신 샥업소버(쇼바)가 있으니 지형을 가리지 않고 험한 길도 충분히 다닐 수 있는 자전거이다. XC하드테일 자전거의 장점으로 타이어 선택의 폭이 넓다. 산악 험로용의 울퉁불퉁한 깍두기 타이어부터 도로를 주행하기 좋은 민짜 타이어(슬릭타이어)까지 타이어를 교체하면 대부분의 지형을 소화할 수 있다.
전문 여행용 자전거
자전거에도 여행을 위해 만들어진 자전거가 있다. 패니어를 설치할 수 있는 짐받이 랙이 기본으로 설치된 투어링 자전거이다. 편안한 자세로 오래 달릴 수 있는 튼튼한 프레임과 패니어랙 그리고 짐을 실을 수 있는 짐칸까지 갖추어진 자전거 캠핑을 위해 만들어진 자전거이다. 하지만 일반 자전거에도 패니어랙을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니 타고 있는 자전거를 놔두고 여행용 자전거를 따로 구입할 필요는 없다.
존과 지니는 틈틈히 2주 정도의 해외 자전거 여행을 다니지만 투어링 자전거도 패니어도 사용하지 않는다. 여행지의 특별한 음식으로 식사하고 편안한 숙소에서 쉬는 우리들에겐 저녁에 입을 여벌 옷 한 세트, 세면도구, 핸드폰과 충전기, 간단한 자전거 수리도구들만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