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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 Nov 23. 2023

「세계사 편력 1」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가

   이 책은 일반 역사서라기보다는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여서, 역사서로서의 오류를 따지지 않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집중해서 읽었다. 그리고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기존 서구적 관점에서 벗어나 피지배국의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고자 하는 그 시선에 기꺼이 맞추어 그의 의도대로 읽어보았다. '아이야, 세상은 이렇단다. 겉으로 보기엔 아닐 수 있어도 실상은 이러하단다. 너는 현재를 살아가며 이러한 실제를 읽을 줄 아는 눈을 키워야 한다.'라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흔히 역사는 강자의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역사를 바라볼 때 승자 위주의 편향된 시선만을 갖기보다는 다양한 시대, 다양한 국적, 다양한 환경의 관점에서 접해보며 통시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영국의 통치 아래 있던 인도인의 관점에서 쓰였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나 역시 「세계사 편력 1」을 읽으며 편견들이 깨지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세계를 정복한 첫 번째 제왕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진짜 세계를 정복한 것이 맞을까? 칭기즈칸은 야만적인 무법자였을까 아니면 전략적인 모험가였을까? 사실은 유럽이 아시아를 지배했던 기간보다 아시아가 유럽을 지배했던 기간이 더 길다. ' 같은 것들이다.



   세계를 관통하는 큰 흐름들에 대한 이야기는 무역업에 발을 담근 나에게 특히나 의미 있게 다가온다. 전 세계의 큰 흐름을 읽어주려 한 저자의 의도에 따라 이곳저곳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국가의 흥망성쇠가 큰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 민족이 흥하면 다른 한 민족은 쇠했다. 유럽이 혼돈의 시기였을 때, 인도와 중국 등의 아시아 문명은 꽃을 피웠다. 또 아시아의 위력이 약해질 즈음 유럽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지금 약한 민족일지라도 미래에는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세상이 변하고 기운이 변한다. 세상의 에너지는 이곳으로 또 저곳으로 계속해서 흘러간다.



    그러고 보니 세상의 모든 것은 파도를 탄다. 하루의 바이오리듬부터 인생의 흥망성쇠까지, 또 환율이나 주식 같은 모든 그래프도 물결친다. 그 파도를 잘 타는 사람은 살아남을 것이고, 파도를 탈 줄 모르는 사람은 물에 빠지는 것이다. 바닥을 치는 시기가 오면 좌절하지 않고 그다음 성장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또 호화로운 시기가 오면 자만하지 않고 이 호화로운 시기를 지속시키기 위해 낡은 잔가지를 쳐내며 세상의 변화를 잘 쫓아가야 한다. 이제는 한 나라에서 살아남는 시대를 지나 세계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다.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상의 흐름을 잘 읽고 좋고 새로운 것, 변화되는 것을 빨리 쫓아가야 한다. 특히나 무역인에게는 세계 역사의 뿌리를 알며, 세계 속의 성장과 쇠퇴를 발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범세계적인 통찰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세계사를 설명하는 오백 페이지 내내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모든 문명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변화와 성장을 이룬다'라는 말이다.  문명의 만남은 평화로울 수도 혹은 폭력적일 수도 있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부딪히고 깨져야 결국에는 변화하고 성숙한다는 것이다.  성벽을 높게 쌓아 세상과 단절하고 독립적으로 발전할 문명은 거의 없으며, 낡고 병든 것을 부수고 변화하고 끊임없이 새로움으로 채울 때 문명은, 또 국가는 쇠퇴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또 인도와 같이 모든 문명을 자기화시키고 흡수해 버리면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 발전이 없고 도태될 수 있다고 언급한다. 문명을 사람에 비유하자면, 결국 나의 성장을 위해 변화해야 하는 주체는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남을 나의 방식으로만 흡수시킬 일이 아니라 남의 좋은 점을 찾아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변화하지 않으려는 자와 변화하려는 자의 힘겨루기 속에 있다. 비주류에게 주류는 변화와 성장, 발전을 방해하는 존재였다. 승자는 우위를 잡으면 더 이상 변화하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 이 상태가 유일한 선이고 이상이었다. 그들은 보통 변화하지 않으려 더 움츠려 들었고, 폐쇄적으로 굴었고, 막을 내렸다.



   또 썩은 내 나는 옛 관습을 잘라낼 때, 쓰러진 나라를 받쳐 줄 새로운 강력한 변화가 없으면 그 나라는 그대로 고꾸라진다. 야만의 상태로 돌아갔다가 유럽이  다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계급 - 길드, 상인계급의 등장 때문이다. 유럽의 새로운 변화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국왕과 영주의 압제에 민심이 들끓은 탓도 있지만, 국왕과 영주에 대적할 만한 신흥계급의 존재 때문이다. 길드라는 신흥계급은 돈이 모이는 곳 즉, 돈의 흐름을 잘 따라간 상인들의 집단이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부를 축적할 수 있을지 세상의 흐름을 잘 읽고 그들은 부자가 되었다. 덕분에 유럽의 위기는 기회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위기가 없이 문화와 문명의 발전을 이어가던 인도와 중국에서는 그 이상의 커다란 빅 스텝이 없었다.



    이는 나의 이야기와도 접점이 있다. 나 또한 출산과 경력단절을 겪으며 나름의 고통과 시련이 있었다. 그 당시 읽었던 김주환 교수의 「회복탄력성」에서도 이 책과 마찬가지로 '위기는 또 다른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나는 나의 경력 단절을 기회 삼아 더 큰 도전과 발전을 해보리라 다짐했다. 다시 업무 감각을 끌어올리고 공부하는 이 시간도 내 인생의 성장으로 보상되리라고 믿는다. 위대한 성장은 자유, 관용, 실험과 변화가 있는 곳에서 가능하다. 무언가 억제되어 있고 꽉 막혀있다는 사실은 역사의 한가운데서는 구름 속에 있듯이 명확하지 않지만 본능적인 감각으로 우리는 느낄 수 있다. 숨통이 트이고, 고여있던 물이 흐르고, 다시 시작된다는 느낌 또한 알아챌 수 있다. 그때를 위해 우리는 버티고 단련하고 도전하여 유럽의 길드가 그랬듯이 새로운 도약의 디딤돌을 만드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하마스)의 분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전쟁은 역사 속에 잠들어 있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고 현재 진행형이다. 뉴스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서로를 어떻게 학살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피해를 보고 있는지, 그 잔인함에 대한 이야기만 뱉을 뿐이다. 악순환의 반복인 전쟁, 가자지구에 포위당한 민간인들과 죽어가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황망해질 따름이다. 혼돈의 전쟁 속 슬픔에 가려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그들의 속 사정이며, 또 두 집단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이다. 유대인들은 미국의 허락으로 팔레스타인의 일부 땅을 사함 받아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문화, 종교, 영토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힘의 논리에 의한 건국이었다. 지금 와서 몇천 년 동안 살지 않던 땅을 이스라엘이 왜 다시 찾으려고 하는지. 어떤 나라에서 그들을 지지하고 있으며 왜 지지하고 있는지. 전쟁은 누굴 위한 것인지. 네루가 딸에게 바랬던 것처럼 사건 속 진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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