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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 Dec 31. 2024

엄마는 어디 갔을까?

엄마가 사라졌다.

저녁 11시, 몰래 집을 빠져나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퇴근한 남편을 픽업하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잘 자겠지. 불안한 마음에도 별일 없을 거라며 1시간가량을 서둘러 다녀왔는데,

"엄마~~."

아이들이 엄마를 보자 울면서 달려왔다.


무드등만 켜두고 떠난 거실은 어수선했다. 여기저기 흩어진 책들과 불이 환히 켜진 방들, 그리고 들고 잠자리에 들고 들어갔던 인형들이 방마다 몇 개씩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집안은 엄마를 찾으러 온 방을 수색한 아이들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깜깜해서 무서웠을 텐데, 그럼에도 열심히도 구석구석 찾은 모양이다.


 "엄마가 없어서 계속 찾아보았잖아."

다섯 살 첫째 서빈이는 눈물로 가득 찬 얼굴로 품에 안겼다. 언니가 울자 둘째 나희도 내 품에 안기며 펑펑 울기 시작한다. 아이들을 달랜 뒤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그래서 너희 어떻게 뭐 하면서 엄마를 기다린 거야?"


나희는 아직 세 살이지만 언니를 오히려 달래며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고 했다. 나희가 좋아하는 '똥이 뿌지직' 책도 꺼내 읽고 인형들도 다 모아두었다고 한다. 두 아이가 서로를 의지하며 나를 기다렸다는 이야기에 기특하기도 하고 마음이 먹먹해진다. 나는 아이들을 꼭 안아주며 미안하다고, 이제는 괜찮다고 다독였다. 이 경험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을지 궁금하다.



결핍이 아이를 단단하게 성장시킨다.


결핍이 아이를 단단하게 성장시킨다는 말이 있다. 엄마의 부재는 아이들에게 충격적인 결핍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서빈이는 책을 꺼내 읽으며 스스로를 달래는 법을 배웠고, 나희는 언니를 다독일 줄 아는 마음을 키워나갔다. 결핍이란 때로 아이들에게 스스로를 돌보고 세상을 이해하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이 보여준 작은 용기와 믿음을 곱씹는다. 아이들은 내가 없는 동안에도 서로를 의지하며 작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의 시간은 그들에게 새로운 경험이자 성장의 발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스스로 이렇게 조금씩 자라난다.


아이들을 재우고 난 뒤, 여전히 어수선한 거실에 혼자 앉아 뒷정리를 했다. 서빈이가 늘 가지고 다니는 스케치북에 연필로 끼적인 그림이 있었다. 엄마, 아빠, 서빈이, 나희. 우리 가족. 그 안에는 아이의 모든 마음이 담겨 있다. 엄마가 없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엄마가 올 것이라고 기다리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었던 것이다.


초보엄마로서 나는 매 순간 갈등과 고민 속에 산다. 아이들, 부부, 그리고 나 자신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지만 늘 완벽하지는 않다. 아이들이 내 부족함을 채워준다. 아이들은 엄마의 모자란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준다. 엄마의 빈틈이 보이지 않게 꽉 안아준다.


아이들이 내 부족함을 채워준다.


그 사실에 또 한번 나는 안심하고 겸손해지고 감사함을 느낀다. 어쩌면,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이 여정이야말로 진정한 엄마의 삶이 아닐까? 나는 오늘도 그들과 함께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내가 되길 바라며, 이 소중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나날 속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때로는 부족한 엄마지만, 서로를 채워가며 만들어갈 우리만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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