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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oon photogrphy May 25. 2017

3월의 홋카이도 이야기

굿샤로 호의 고니들

Camera : Sony A7RII

Lens : Sel 24-70gm, Sel 70-300g

Photographed by @JIHOON_SEO



몇 해 전 여름에 아이슬란드를 간적이 있다. 남부지방에 유명 스팟을 지나가려면 vik라는 작은 마을에 머물러야만 했다. 그 곳에서 '퍼핀' (puffin) 이라는 새를 만난 적이 있다. 국내에는 '억울하게 생긴 새' 라는 별명이 붙어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런 새였다. 광대같은 그 모습에 너무 귀여워 넋이 나가 한참을 본 적이 있었는데. 이듬해 겨울 오로라를 보러 아이슬란드를 다시 찾았을때 퍼핀이 그리워 다시금 비크를 찾았을 땐 눈과 바람만 있을 뿐 그 많은 새는 없어 아쉬웠었다.


그렇다 '퍼핀'은 철새였다. 이번 홋카이도 여행에서도 4박 5일간에 일정 중에 편하게 온천이나 즐기러 '노보리베츠'를 가거나 초밥을 먹으로 '하코다테'를 갔을 수도 있지만, 겨울이 보고 싶었고 자연이 보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굿샤로 호의 스나유라고 불리는 온천수가 흐르는 지역이 있었는데 한 겨울에도 얼지 않고 백조들이 온천욕을 하는 사진을 본적이 있다. 아무리 봐도 망원렌즈의 화각은 아닌데,

이렇게 가까이서 백조들을 볼 수 있단 말이야?

그래서 무리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 곳으로 갔다. 생각보다 더 가까이서 백조들을 볼 수 있었고, 걱정보다 더 관광객이 없었다. 동도 지역이라서 그런지 이 곳까지는 패키지 관광객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새벽같이 삿포로에서 아바시리까지 5시간의 열차를 타고, 점심을 먹고, 렌터카를 빌려 굿샤로 까지 오니 곧 있으면 해가 넘어갈 시간이 되었다.

홋카이도 여행 결정을 내린것의 70%가 이 녀석들 이었는데, 하늘도 도우시는지 적당한 구름에 노을이 아주 예쁘게 지고 있었다. 결국 '이오잔' 과 '마슈호'의 일몰을 포기하고 이 녀석들에게 올인하자고 맘을 먹고 노을이 질 때까지 셔터를 눌렀다.

뀨 ' ε '
굿샤로 호의 고니들

돌아와서 사진을 보니 세상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이 없다. 적당히 얼은 얼음과 산이 겨울을 말해주고 있고 김이 폴폴 나는 온천수는 노을 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고 그 위를 우아한 백조들이 유영하고 있다.


현실은 이 녀석들 엄청 '꿀꿀' 거린다. 이런 목이 긴 새들은 원래 이렇게 우나? 홍학 떼를 본적이 있는데 그 녀석들도 엄청 꿀꿀 거리던데 고니들은 뭔가 서럽게 꿀꿀!!! 꿱꿱!!!!! 거린다.

아름다운 것만 기억하고 싶으신 분들은 해드셋을 챙겨가길 추천한다
석양이 진다~


남 괴롭히는 놈은 꼭~ 있다.


고니의 그루밍

홋카이도의 겨울은 물론 춥지만 셔터를 누르기 위해 움직여서 그랬을까 노을이 지는 밤이와도 크게 춥진 않았다. 아무래도 온천수 때문인 것 같았다. 러시아에 살다가 따뜻한 곳을 찾아 이곳으로 오는 고니들이 새삼 귀여웠다. 이녀석들에겐 이곳은 '찜질방'과 다름없다.


실제로 스나유 캠핑장에는 매점도 있어 일정시간이 되면 매점 아저씨가 나와 녀석들에게 먹이를 던져준다 매점아저씨가 보이기만 해도 몇 백마리나 되는 고니들이 꿀꿀대면서 아저씨에게 뒤뚱대며 걸어간다.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다.


온천수에 계란을 삶을 수도 있고, 아이스방은 따로 필요없다.

그냥 빙판 위에 올라가면 되니까..

자는고니?.. 빙판 위에선 저렇게 온천 후에 자는 녀석들도 볼 수 있다. 목이 참 유연하다. 그 모습이 참 신기하다 마치 잘 싼 똥처럼.


 

하품하는 고니


예쁜 고니도 똥을싼다.

이 곳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몇몇 진사님들이 모여 특정 타이밍을 노리는 때가 온다. 녀석들의 기지개

가끔 예열 후 몸을 부풀리더니 날개를 '푸드덕' 거릴때가 있다.


하얀 날개를 쫙펴 펄럭이며 석양의 역광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매우 멋질거라 판단했지만 그 순간을 포착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 놈을 노리고 있으면 저 놈이 푸드덕

저 놈을 노리고 있자니 앞 놈이 엉덩이로 가리기 일수이다.


퍼덕퍼덕
푸드덕
끼요오~~~
근엄
빅토리아 시크릿

해가 어두워 졌고 기념품 샵이 문을 닫음과 동시에 고니들과 이별을 해야했다.

스나유에서의 고니와의 만남은 후회가 없을 정도로 좋았던 것 같다. 겨울에 홋카이도 여행을 누군가가 간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다. 프로가 아니더라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필자는 카메라 뒤는 좋지만 ㅋ 앞에 있는게 싫어서 피했지만 각도만 맞으면 고니와 셀카도 찍을 수 있다.


고니 안녕~~

유럽식 인사

고니와 작별을 했으니 추위에 떨고 쫄쫄굶은 배를 채우러 가야겠다.

숙소는 근처 킨키유 호텔에서 했는데 호텔이라기 보단 온천, 료칸에 가깝다.

오늘의 숙소 힘드니 대충 찰칵

밤이 늦어서 숙소 근처 이자카야에서 밥을 먹었다. 미약한 덕력으로나마 살짝 일본어를 하니 주인 아주머니께서(일본어만 할 줄 아심)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외국인을 봐서 신이 난는지 엄청 말을 거신다. 당황. 할줄아는 말이 없기에 밥을 더욱 우겨넣었다.


다먹고 노을을 포기한 '마슈호'로 향했다. 세상에서 가장 맑은 호수라고 타이틀이 있으니 별도 잘보이겠지!


마슈호

마슈호 전망대는 정말 추웠다. 마침 그믐이라 별동아리에서 왔는지 한팀이 후레쉬로 별을 가리키며 별자리를 팀원에게 알려주고 있다. (나 사진찍어야댐 장노출이야 훠이훠이~)


그런데 그동안에 운을 다썼는지 볼헤드 플레이트를 잃어버렸다. 여까지와서... 하는 수없이 삼각대에 볼헤드 없이 바로 꼿고 촬영했다 추운데서 다리조절하느라 고생 ㅠㅠ 틸트는 무리 그래도 별은 실컷 봤다.


잔잔했던 이야기가 중간에 이상하게 들렸다면 기분 탓이다.

이렇게 홋카이도에서의 둘째 날이 끝났다.




https://www.instagram.com/jihoon_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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