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Apr 17. 2023

어떤 친구

수십 년째 봐도 늘 편안한 친구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넓은 아량과 사고방식을 지니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본인과 타인의 '다름'을 충분히 인정하고 자신의 궁금증 해결보다 상대의 곤란함과 마음 아플 수 있음을 먼저 헤아리는 모습 등. 시간이 지날수록 진정한 어른의 배려를 멋지게 온몸에 휘감고 있다. 그래서 계속 보고 싶다.


반면, 어릴 적 좋은 추억 속 모습이 퇴색될 정도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한 친구 있었다. 옛 시절을 추억하며 곧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진 않을까 싶어 여러 차례 마음을 비우고 기다렸지만 번번이 실망감과 분노를 느꼈다. 결국 과거의 친구로만 기억하는 선택이 최선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주로 진실된 교감보다 상대의 사회적 지위, 금전적인 우위 등에 대한 정보를 캐낸다. 상대의 불편한 감정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궁금증 해소에만 관심이 있고 타인을 끊임없이 평가한다. 어릴 적 친구가 '특권'인 것 마냥 부담스러운 요구에 '친구의 부탁'이라는 그럴싸한 덮개를 씌워 다가온다. 상대의 수긍엔 당연하다는 반응을, 거절엔 인정머리 없는 가해자로 만드는 비수 꼽는 말들을 서슴지 않는다. 상대의 발전과 행복을 불편해하고 그 속에서 어두워질 만한 요소를 어떻게든 찾아내고 만들어내 '친구의 조언'이라는 명목 하에 상대의 아픔을 바라보며 우월감을 느낀다.


어린 시절엔 파악하지 못했던 이 모든 걸. 아니 파악했더라도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휘둘렸던 경험들이 쌓여 이제는 상대의 어두운 의도 정도읽어내는 기술을 어느 정도 터득했다.


이전엔 맞지 않는 친구라도 '내가 노력하면' 변할 것이고 그럼 모두가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배려 깊은 친구들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것 자체에서 행복느낀다.


얼마 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지지해 주고, 어떠한 평가 없이 내 마음을 우선시해 주는 친구들과의 시간을 가졌다. 상대의 상황을 뻔히 알더라도 불편할 수 있는 질문은 자제하고 긍정적인 방향의 사고 회로를 위한 진심 어린 조언들을 나누다 보니 불안마음들이 치유 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이 친구들에게 나만의 틀에 갇힌 평가의 말 대신 공감의 말을 먼저 전했는가, 상대의 기쁨에 질투 없이 온전한 축하를 건넸는가. 친구가 차마 말하기 어려워하던 문제를 스스로 꺼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배려를 건넸는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좋은 친구에겐 뜨끈한 우정으로 보답해줘야 하는 게 상도덕이기에 스스로를 점검해 보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철없고 순수한 추억 간직한 채 어른으로서의 유쾌한 우정 또한 오래 나눌 수 있기를 바라보며.





[이미지 출처 :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안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