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Oct 10. 2023

가끔은 대충

살아가면서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 마주한다. 이 순간을 변화의 경계점으로 여기며 꽤 진지하게 임하는 편이다. 어떠한 선택을 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가 있는데 그것이 틀어지면 큰 균열이 일어난 것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다. 밤새 심각하게 고민해 나름의 해결책을 도출하더라도 결국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으면 절망스럽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원인의 화살을 내게 돌리며 자책하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쉬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내가 한 선택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스스로 힘을 내는 것이 것이 참 어렵구나 싶던 어느 날이었다. 심각하게 고민해 봤자 결코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곤 결과가 나쁘더라도 과거의 내가 약간만 미울 정도로만, 큰 기대를 담지 않고 접근해 보기로 했다. 어쩌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자포자기 심정이 깔려 있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결과는 꽤나 긍정적이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던 영역인 상황 속에서 타인의 작은 도움이 더해져 수월하게 해결된 상황이었는데 허무하면서도 마음이 가벼웠다. 묘한 기쁨이었다.


밤새 심각하게 고민하던 일들의 실망적인 결과에는 어쩌면 나라는 개인의 힘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을 수 있던 것이다. 어떤 노력을 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스스로 정한 규칙 속에 갇혀 오랜 시간 허우적거렸던 건 아닐까. 


일과 사람관계 모두 가끔은 과하게 몰입할 때 보다 오히려 관망하는 태도로 접근할 때 새로운 방향성이 번뜩 떠오르기도 한다. 어떤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상황, 타인의 선택까지 스스로 해결해 내야 한다는 과한 책임감은 어느 정도 내려놓기로 해본다. 쉽게 찾아오진 않겠지만 때론 대충의 미학을 맛보길 바라며. 가끔은 대충.

매거진의 이전글 정리된 생각과 정리되지 않은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