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Jan 07. 2024

집 앞 카페

어느 주말. 느지막한 아침 식사로 빨간 사과 함께 파스타를 삶아 먹고 읽던 책을 들고 집 앞 카페로 향했다. 미처 마치지 못한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남편 또한 노트북을 챙겨 함께 나선다. 주말 낮 카페는 한산하다. 따듯한 라테와 곁들여 먹을 달달하고 고소한 피칸 휘낭시에를 주문했다. 테이블이 좁아서 노트북 작업을 해야 하는 남편과 다른 좌석에 착석했다. 라테 아트를 최대한 유지하며 커피를 호록 마시며 책장을 손끝으로 비비며 활자를 눈에 담는다. 중간중간 창밖을 바라보며 멍을 때려보기 위한 노력해보기도 한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며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남편의 뒷모습이 시야에 담긴다.


땡그랑. 카페 문의 종이 울리며 손님들이 점차 늘어난다. 이 카페 사라지면 안 된다며 마음속으로 늘 응원 중인데 마음이 놓인다. (그 응원은 대체적으로 커피 소비로 이어진다.) 평소 직장인들로 가득 차 공간인데 주말이어서인지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유독 많다. 옆테이블에 십 대 자녀와 부모님으로 보이는 분들이 착석한다. 그들의 자리가 좁아보며 여분의 의자를 사용하시라고 건네드렸다. 고개를 꾸벅이며 감사함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가족 구성원의 분위기가 닮아있었다. 이마에 여드름이 울긋불긋 올라온 십 대 중반 정도로 추정되는 딸은 아빠에게 친구들과 있었던 일들을 참새 마냥 귀엽게 재잘댄다. 사춘기 딸이 아빠를 전혀 어색해하지 않고 편히 여긴다는 것에서 평소 얼마나 좋은 아빠였을지 예상이 된다. 아이가 조잘대는 동안 푸근해 보이는 인상을 지닌 아빠는 어떠한 평가나 조언 없이 그저 껄껄 웃는다. 애정이 담긴 자연스러운 대화가 흐르자 주변의 공기까지 밝아진다. 엄마로 보이는 여성은 휴대폰으로 어떠한 영상을 시청하며 짧은 휴식을 취하다가 중간중간 시원한 에이드를 마시며 맛있다는 추임새를 낸다. 그들은 곧 산책을 가자며 일어났다. 소녀가 의자를 제자리에 갖다 놓으며 고개를 꾸벅 숙이며 또 한 번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사소한 따듯함이 하루를 가치 있게 채워준다.


아직 치워지지 않은 크리스마스트리 옆 좌석에서는 카페 직원 면접을 보고 있는 듯했다. 들으려고 한건 아닌데 작은 카페이다 보니 귓속으로 면접자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최근 퇴사를 하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며 카페에서 일을 할 계획인 듯하다. 면접을 보러 온 그의 앞에 커피 한 잔이 놓이 모습에서 집 앞 카페에 대한 애정도가 상승했다.


화장실 앞자리에 앉은 50대 정도로 보이는 분들은 옛 시절을 회상하며 대화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들이 즐겨 방문하던 식당의 영업이 종료되었음을 공유하며 얕은 탄식을 동시에 는다.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스스로를 곱씹어 볼 일은 많아진다.


타인의 대화에 나도 모르게 문득 귀가 기울어져 자주 집중하지 못했지만 들고 온 책 한 권의 마지막 책장을 넘겼다. 하트모양 라테 아테는 어느 순간 흐트러져 찻잔 끝에 얕게 퍼져 있었다. 작업을 마친 남편도 노트북을 닫는다. 주섬 주섬 겉옷을 챙겨 입으며 오늘 저녁 메뉴는 묵은지 김치찌개로 결정했다. 날씨가 생각보다 추웠지만 짧게나마 동네 공원을 걸어보기로 한다. 카페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작별 인사를 전하고 나 또한 문을 닫으며 그곳에 인사를 남긴다.


다양한 삶이 모였다가 흩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