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속얘기를 잘하지 않는다. 어쩌면 가혹한 현실의 늪에서 겨우 버티고 있을 상대에게 부정의 기운을 짊어지게 하고 싶지도 않고, 속 시끄러운 이야기를 하자니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너무 장황해서 그냥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사실은 나도 내 속을 몰라서다. 어느 날은 다 때려치우고 싶은 상황인데 며칠 지나면 또다시 해볼 만한 것 같기도 한데 너무 극단적으로 어둡게만 생각했나 싶다. 어느 날은 뭐 저딴 인간이 다 있냐며 절대 상종 안 할 거라고 했는데 다른 방향에서 대화를 해보니 이 부분에서는 또 괜찮은 사람인 건가 싶기도 하고. 심지어 짠해 보일 때도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일주일, 일주일을 기준으로 봤을 때 사흘 정도는 무미건조하고 이틀 정도는 스트레스받고 열받기도 하다가 하루정도는 활짝 웃을 만한 기분 좋은 일들을 겪는 것 같다.
시끄러운 속을 진정시키기 위해 시간을 쪼개 책을 읽거나 초록색으로 가득한 공원에 가 잠시라도 걷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지만 외부적인 요인으로 어쩔 수 없이 잠을 뒤척이게 되는 일들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다가온다. 이게 힘들어서 멈추면 또 저게 힘들게 하다가도, 이런 게 가끔 웃음을 주다가 저런 게 갑자기 선물 같은 결과를 주기도 하니. 어느 날은 어둠 속에 푹 빠져있다가도 또 살만해지며 밝아지는 것이다.
아무리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해도 여러 요소들로 인해 내 모습이 시시때때로 변하기 마련이다 보니 어두울 땐 타인을 만나기 싫지만, 또 미리 해둔 약속이 있을 땐 적당히 숨기고 밝은 기운을 더해보고자 한다. 그러다 보면 또 정말 괜찮아지기도 하니까.
요즘은 어떻냐는 누군가의 질문에는 힘들어도 '괜찮다', 너무 좋아도 '괜찮다' 정도로 간략하게 표현하게 된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들쭉날쭉한 나날들이 반복되다 보니 그냥 이 순간 상대를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 자체가 '괜찮은' 것 같아서다.
가끔은 이 정도면 무던한 하루였다 싶은 날이면 오늘은 정말 좋았다고 표현해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