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작업을 하기 위해 집 앞 카페에 들렀다. 임신 중기. 어느새 불룩 튀어나온 배와 그 안의 작은 생명을 의식한 채 카페를 향해 걸었다.
따듯한 밀크티를 주문했다. 임신을 하고 난 뒤 커피류는 주로 디카페인으로만 가끔 즐기는 편인데 요즘은 유독 달달하고 따듯한 메뉴들이 자꾸 생각난다.
주문한 밀크티 메뉴에는 아메리카노 1잔과 비슷한 양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었지만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하루 한 잔의 커피는 괜찮다고 했기에 오늘은 약간의 일탈(?)을 즐겨보기로 한 것이다.
묵묵히 주문을 받던 직원이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밀크티에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라며 물었다. 가방에 달린 핑크색 임산부 배지를 본 듯했다.
순간 불량 산모가 된 것 같은 죄책감이 살짝 들긴 했지만 앳돼 보이는 그의 진심 어린 걱정에 웃음이 나왔다.
"하루에 한잔은 괜찮대요!"
나는 대답을 하며 카드 리더기에 카드를 꼽았다.
사회 초년생으로 보이는 직원이 괜히 마음이 불편해질까 봐 쿨한 적 대답했지만 나야말로 온갖 걱정에 밀크티 반잔만 마신 채 남길 것이 분명했다. 사실 카페에 오기 전 이미 여러 번 '임신 중 밀크티' '임신 중 카페인'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주문하신 따듯한 밀크티 나왔습니다!"
잠시 후 카페 내에 앉을자리를 잡은 뒤 직원의 외침에 몽글몽글한 고운 거품이 올려진 따듯한 밀크티가 담긴 머그잔을 향해 다가갔다.
내게 주문을 받던 직원이 머그잔이 올려진 트레이를 건넸다.
트레이를 들고 자리로 향하려는 내게 그는 티백을 가리키며 미소를 띤 채 상냥하게 말했다.
"티백을 오래 우리면 카페인 함량이 높아질 수 있으니 조금만 우린 뒤 빼셔서 드시면 더 좋으실 거예요."
대형 카페라서 여러 손님을 다 기억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음료를 준비하면서도 계속 걱정이 되었나 보다.
이토록 따듯한 참견이라니. 좋았다.
"네 그럴게요~감사합니다."
임신을 하면서 평소 당연히 먹고, 마시고, 행동하던 것들에 많은 걱정을 받으며 간혹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했는데 일방향적인 참견의 어투가 아닌, 진심 어린 걱정이 담긴 참견은 그저 따듯했다.
자리에 돌아가 트레이를 내려놓고 잠시 후 따듯하게 데운 우유에 담긴 티백을 빼냈다.
따듯하고 달달한 밀크티를 한 모금 두 모금 홀짝이며 노트북 작업에 집중했다.
약 한 시간 정도 흐른 뒤 작업은 마무리되었고 노트북을 정리하며 트레이와 머그잔을 반납했다.
머그잔 속에는 어느새 식은 밀크티가 반 정도 남아있었다.
반잔만 마셨음에도 따듯한 참견이 더해지니 충분히 달달함이 충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