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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Dec 12. 2024

카페인 참견

간단한 작업을 하기 위해 집 앞 카페에 들렀다. 임신 중기. 어느새 불룩 튀어나온 배와 그 안의 작은 생명을 의식한 채 카페를 향해 걸었다.


따듯한 밀크티를 주문했다. 임신을 하고 난 뒤 커피류는 주로 디카페인으로만 가끔 즐기는 편인데 요즘은 유독 달달하고 따듯한 메뉴들이 자꾸 생각난다.


주문한 밀크티 메뉴에 아메리카노 1잔과 비슷한 양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었지만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하루 한 잔의 커피는 괜찮다고 했기에 오늘은 약간의 일탈(?)을 즐겨보기로 한 것이다.


묵묵히 주문을 받던 직원이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밀크티에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라며 물었다. 가방에 달린 핑크색 임산부 배지를 본 듯했다.


순간 불량 산모가 된 것 같은 죄책감이 살짝 들긴 했지만 보이는 그의 진심 어린 걱정에 웃음이 나왔다.


"하루에 한잔은 괜찮대요!"  

나는 대답을 하며 카드 리더기에 카드를 꼽았다.


사회 초년생으로 보이는 직원이 괜히 마음이 불편해질까 봐 쿨한 적 대답했지만 나야말로 온갖 걱정에 밀크티 반잔만 마신 채 남길 것이 분명했다. 사실 카페에 오기 전 이미 여러 번 '임신 중 밀크티' '임신 중 카페인'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주문하신 따듯한 밀크티 나왔습니다!"


잠시 후 카페 내에 앉을자리를 잡은 뒤 직원의 외침에 몽글몽글한 고운 거품이 올려진 따듯한 밀크티가 담긴 머그잔을 향해 다가갔다.


내게 주문을 받던 직원이 머그잔이 올려진 트레이를 건넸다.


트레이를 들고 자리로 향하려는 내게 그는 티백을 가리키며 미소를 띤 채 상냥하게 말했다.


"티백을 오래 우리면 카페인 함량이 높아질 수 있으니 조금만 우린 뒤 빼셔서 드시면 더 좋으실 거예요."    


대형 카페라서 여러 손님을 다 기억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음료를 준비하면서도 계속 걱정이 되었나 보다.


이토록 따듯한 참견이라니. 좋았다.


"네 그럴게요~감사합니다."


임신을 하면서 평소 당연히 먹고, 마시고, 행동하던 것들에 많은 걱정을 받으며 간혹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했는데 일방향적인 참견의 어투가 아닌, 진심 어린 걱정이 담긴 참견은 듯했다.


자리에 돌아가 트레이를 내려놓고 잠시 후 따듯하게 데운 우유에 담긴 티백을 빼냈다.


따듯하고 달달한 밀크티를 한 모금 두 모금 홀짝이며 노트북 작업에 집중했다.


약 한 시간 정도 흐른 뒤 작업은 마무리되었고 노트북을 정리하며 트레이와 머그잔을 반납했다.


머그잔 속에는 어느새 식은 밀크티가 반 정도 남아있었다.


반잔만 마셨음에도 따듯한 참견이 더해지니 충분히 달달 충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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