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나갈수록 탄력이 떨어져 가는 피부를 느낀 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속상한 일이다. 이십 대 초반엔 빵빵한 볼살이 마음에 안 든다며 입을 삐죽 댔건만 십 년이 지난 지금은 갸름한 것을 넘어 뾰족해 보이는 인상을 주려하는 얄팍한 볼 위에 탄력에 좋다고 소문난 고가의 에센스를 듬뿍듬뿍 발라준다. 이렇게 피부 탄력이 떨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팔자주름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깔깔대며 웃다가 거울 속 웃고 있는 내 얼굴 속에 깊게 파인 팔자주름과 눈가의 주름을 보고 화들짝 놀라 웃음을 멈춘 적도 여러 번이었다.
한 번 눈에 띈 팔자주름은 날이 갈수록 유난히 거슬리기 시작했다. 회사 동료와 점심 식사를 즐기던 중이었다. 추워진 날씨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건조해진 피부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가 전환되었다. 동시에 나는 풀 죽은 얼굴을 하며 "요즘 팔자주름이 점점 심해져서 고민이에요. 전엔 웃을 때만 보이더니 이제 가만히 있어도 보이는 거 같아요." 라며 핸드폰 화면에 얼굴을 비춰보며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십여 년째 갈고닦은 메이크업 실력으로 깔끔하게 커버되어있었지만 유난히 도드라지는 듯한 팔자주름에 또 한 번 마음이 시렸다.
잠시 요동치는 내 감정을 살피던 동료가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행복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자주 행복하셔서 그런 거예요."
알 수 없는 그녀의 말에 나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부분 이런 이야기를 하면 '팔자 주름 필러'를 추천해주거나, 주름이 생기기 쉬운 부위에 아이크림을 많이 발라보라는 등의 해결책을 듣는 것에 익숙했는데 갑작스럽게 행복 타령이라니.
"팔자주름 얘기하는데 갑자기 무슨 행복이에요!"
평소 자주 엉뚱하지만 말을 예쁘게 하는 매력이 있던 그녀를 놀리 듯 쏘아댔다.
"안나 님(가명)이 자주 웃었다는 증거죠! 자주 웃으면서 사는 게 행복한 거고요."
너무나 간단한 그녀의 이론을 듣고 나니 주름이 생기는 것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해가며 속상해하던 내 마음이 진정되었다.
배부른 식사를 마친 뒤 식당에서 나와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터지는 소녀들처럼 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깔깔 대며 웃어댔다. 요즘 들어 웃을 때마다 팔자주름과 눈가의 주름을 신경 쓰느라 웃음을 꾹꾹 참아내곤 했는데 한 번 사는 인생 웃을 때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게 웃어주자며 입고리를 더욱 높게 승천시키며 길거리에서 오랜만에 웃음을 시원하게 쏟아냈다.
팔자주름과 눈가 주름이 좀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사소한 것에 자주 웃고 울며 감정을 느끼는 것에 충실한 내가 더 좋았다. 더불어 누군가의 팔자주름을 예쁘게 봐주는 사람이고 싶어졌다. 내 팔자주름을 곱게 봐주는 것이 먼저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