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동요가 극에 달하던 사춘기 시절. 나는 글로써도 엄마를 울리고 말로도 울렸다. 눈물이라는 형태는 같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극과 극이었다. 전자는 감동과 기쁨이라면 후자는 슬픔과 실망이었으니까.
성인인 지금도 복잡한 감정을 명확하게 말로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 특히 가까운 사이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유독 오그라든다는 핑계 하에 진실된 감정을 잘 전달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귀찮아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겠거니 하고 포기했었다. 그렇게 표현을 하지 못한 채 세월이 쌓이다 보니 오해로 변질된 감정을 마음속 한편에 쌓아두다가 혼자 화병으로 키워버린 어리석은 사례들도 있었다. 그것들을 글로 써보다가 부정적 감정이 와해되며 긍정적 깨달음에 닿는 경우도 있었지만 주체하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말로써 터지는 경우에는 세상 극악무도한 자가 된 것만 같았다. 내 혀에서 나온 뾰족한 칼날이 상대의 마음을 할퀴는 그 순간. 일그러지는 상대의 표정. 다 내뱉은 후 얹힌 듯 갑갑하게 조여오던 내 가슴까지. 그 순간을 함께 한 건 대체적으로 가까운 내 가족들들이었다. 누구보다도 더 믿고 사랑하기에 사소한 부분에서까지 서운함을 느껴서였을까.
스스로에게 실망했던 일들을 계기로 자주 글을 썼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글은 최대한 긍정적이고자 노력했지만 이 조차 거짓 감정인 것으로 느껴지는 글들은 매력 없게 느껴졌다. 글을 읽는 누군가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극한의 부정적인 감정은 혼자만 볼 수 있는 공간에 똥 싸 버리 듯 싸질러버렸다. 시간이 지나 다시 그 글을 읽고 얼굴이 화끈거려 지워버리기 일수였지만 스스로의 화를 글로서 조용히 발산하고 내던져진 감정을 조용히 지워버리는 일. 이 것은 요동치는 감정을 진정시키는 것에 꽤 도움이 됐다.
가득히나 화병 많은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 보고자 하기도 하고. 좋은 감정을 담은 글을 써서 타인들에게 좋은 영향이 가길 바란다면서 정작 가까운 가족들에게는 틱틱 내뱉는 싹수없는 말로 상처를 주는 내 모습이 느껴질 때마다 수치스럽고 또 그 수치스러운 것을 알면서도 습관처럼 굳어져버린 내 말 태도에 화가 나다가 우울해지곤 한다.
글과 말의 괴리를 느낄 때마다 진짜 나는 무얼까 생각해본다. 말은 생각보다 진심을 다 담지 못하고 찰나의 감정을 거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항시 조심해야지 싶다. 하지만 글을 쓰면 다듬고 또 다듬어 전달할 수 있기에 초반은 서툴더라도 최종 전달은 최대한 거르고 거른 예쁜 표현일 수 있겠다.
소중한 이들에게 예쁜 말을 자주 할 자신이 없다면 예쁜 마음을 담은 글이라도 자주 전달해보겠다고 - 그렇게 차선책으로 결론 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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